케이스 모스의 1993년 원조 시스루 드레스

장진영

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몸을 가리는 게 패션인지, 몸이 곧 패션인지 알다가도 모를 요즘. 2024년인 지금도 중요 부위만 가린 채 길거리로 나오는 패션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지는데 90년대는 어땠을까요?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1993년, 당시 19살이었던 케이트 모스의 이 사진이 레전드로 남은 이유입니다.

엘리트 모델 매니지먼트의 ‘룩 오브 더 이어(Look Of The Year)’ 파티에 참석한 그녀가 입은 이 옷은 리자 브루스(Liza Bruce)의 1994 S/S 컬렉션 룩으로, 말 그대로 속살이 훤히 비치는 오간자 소재의 슬립 드레스였습니다. 이건 정말이지 입었지만 입지 않은 모습이었어요. 그녀의 몸을 가리고 있는 건 아무런 장식도 없는 검정 팬티 하나 뿐이었죠. 액세서리도 슈즈까지도 미니멀 그 자체. 세간을 충격에 빠트린 건 물론, ‘남사스럽다’는 의견과 동시에 ‘멋지다’란 반응도 속출했습니다.

재밌는 건, 그녀가 나중에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속이 다 비치는 옷인 줄 몰랐어요.’라고 했다는 겁니다. 거울 앞에 섰을 땐 그저 은색 천 드레스로 생각했는데, 카메라 플래시를 받은 다음 날 신문을 본 후에야 노출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이죠. 그렇게 이 사진은 90년대 아이코닉한 순간의 한 조각으로, 또 케이트 모스의 역대 쿨한 모습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악동’의 시크한 태도도 한 몫 했다고 봅니다.

케이트 모스가 실제로 입었던 이 드레스는 현재 런던의 빅토리 앨버트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요. 하지만 같은 디자인의 오리지널 드레스를 어쩌면, 입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같은 디자인의 또 다른 드레스를 간직하고 있던 리자 브루스의 직원이 이를 영국의 케리 테일러 옥션(Kerry Taylor Auctions)으로 넘겼거든요. 경매는 4월 16일에 시작될 예정. 패션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된 디자인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진
Instagram @kerrytaylorauc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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