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O 2025 SS 컬렉션
에트로의 변화는 놀랍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르코 드 빈센조의 ‘하드캐리’를 통해 에트로가 매 시즌 성공적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 부모님 선물을 살 때나 살펴봤던 에트로가 이제는 ‘내가 사고 싶은 아이템’이 있는 매력적인 브랜드가 됐다. 부임 한 달 만에 2023 SS 여성복 컬렉션을 시작으로 남성복과 홈 컬렉션까지 도맡아 쉼 없이 달려온 마르코 드 빈첸초는 ‘이제 에트로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를 가지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컬렉션의 배경을 자신이 태어난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지중해로 옮겼다.
런웨이 한가운데 아가베 모양의 메탈릭한 조형물이 설치됐다. 아가베는 대표적인 지중해 식물로서 생애 단 한 번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죽는다. 마르코 드 빈센조는 이런 아가베가 ‘재생의 상징’이며 ‘끝없이 순환하는 패션에 대한 은유’라고 봤다. 런웨이의 또 하나의 ‘시선 강탈’ 포인트는 사르데냐 출신의 음악가이자 싱어송라이터인 다니엘라 페스(Daniela Pes)의 라이브 연주였다. 그녀의 강렬한 몸짓과 사운드가 에트로에 ‘젊음’을 불어넣었다.
마르코 드 빈센조는 에트로에 온 처음부터 페이즐리 프린트를 거대하게 확대하는 전략을 취했다. 마르코 드 빈센조의 직감처럼 사이즈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기존에 없었던 모던함을 장착하게 되었다. 이번 25 SS 시즌에도 마찬가지로 확대된 에스닉 프린트가 곳곳에 놓였다. 프린트가 화려하게 놓인 블루 실크 스커트에 보헤미안 분위기의 레이스업 크롭트 상의를 매치했다. 이어 등장한 이국적 원피스 룩은 완벽한 액세서리 매치가 완벽했다. 이탈리아 무라노 글라스를 연상케하는 조형적인 블루 이어링과 작은 구슬 장식을 단 스트랩 샌들이 플라멩코 댄서의 의상 같은 원피스를 모던하게 리드했다. 세일러 칼라를 단 마린 스웨터에 대형 스카프를 툭 걸친 듯 비정형적인 롱스커트를 매치한 것이나 테라코타 브라운 컬러와 블랙 컬러를 섞은 강렬한 프린트 원피스에 팬츠를 레이어링한 것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에트로의 매력이 꽤 자주 훅 치고 들어왔다. 지중해를 상징하는 피시넷 디테일을 톱이나 스커트 곳곳에 넣은 것도 흥미로웠다. 대담한 프린트의 향연 속에서 캐주얼한 집업 재킷, 오버사이즈 니트 카디건, 데님 팬츠 등 캐주얼 아이템을 더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중간중간 가볍게 풀어냈다. 모델들이 가볍게 한 손에 쥔 주머니 형태의 미니 백과 에스닉한 부츠도 에트로의 새로운 매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했다.
역사적인 브랜드의 풍부한 아카이브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관점을 잘 정립해가고 있는 마르코 드 빈센조. 그가 만들어갈 에트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 영상
- Courtesy of Et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