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3부작의 피날레, 24 FW 시몬 로샤 컬렉션

명수진

SIMONE ROCHA 2024 F/W 컬렉션

지난 1월, 파리에서 장 폴 고티에 오트 쿠튀르의 6번째 게스트 디자이너로서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며 찬사를 받았던 시몬 로샤. 아름다운 오트 쿠튀르 컬렉션과 또 한 번의 성공적인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시몬 로샤라는 이름에 기대감을 한층 더한 시몬 로샤는 역시나 런던 패션위크 둘째 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시몬 로샤 24 FW 컬렉션은 런던 스미스필드(Smithfield) 지역에 위치한 성 바르톨로뮤 성당(St Bartholomew-the-Great)에서 열렸다. 이번 컬렉션은 시몬 로샤가 세 개의 시퀀스로 나뉘어 공개한 컬렉션의 마지막 시리즈. 첫 번째 시퀀스는 지난 24 SS 시즌에 선보인 시몬 로샤의 ‘드레스 리허설(The Dress Rehearsal)’ 컬렉션이었고, 두 번째가 바로 지난달에 시몬 로샤가 게스트 디렉터로 참여한 장 폴 고티에 24 SS 오트 쿠튀르 ‘행렬(The Procession)’ 컬렉션이었다. 시몬 로샤는 세 개의 컬렉션을 동시에 구상하고 작업했다는 후문이다. 긴 여정의 대미를 장식하는 24 FW 시몬 로샤 컬렉션의 테마는 ‘장례식(The Wake)’. 시몬 로샤는 런던에 있는 빅토리아 여왕의 기록 보관소를 보고, 과거 앨버트 왕자의 서거 이후 빅토리아 여왕이 무려 40여 년 동안 착용한 검은 상복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컬렉션은 블랙 컬러의 오벌 쉐입의 재킷과 롱스커트로 문을 열며, 다분히 의도적인 우울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겼다. 옷의 구조가 투명하게 비쳐 보이는 블랙 시스루 아우터, 테일러드 재킷, 미디스커트와 오버사이즈 리본을 단 오간자 드레스, 드롭 웨이스트의 벌룬 가운 등 해체적 아이디어를 통해 발현되는 특유의 우아함과 모던함이 신비롭고도 매력적이었다. 시몬 로샤의 시그니처 소재인 로맨틱한 튤과 건축적으로 디자인된 오간자를 비롯해 새롭게 시도하는 나일론과 인조 모피 등이 어울려 풍부한 질감을 냈고, 사이사이 블랙 레이스와 정교한 라인스톤 디테일이 완성도를 높였다(이번 런던 패션위크는 런웨이에서 모피를 완전히 금지했다). 드레시한 예복, 관능적인 코르셋과 윈드브레이커, 항공 점퍼, 아노락, 피케 셔츠, 바라클라바 등 스포티한 요소를 믹스 매치한 것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 브래지어와 코르셋 등 란제리 요소를 건축적으로 대입한 다마스크 실크(Damask Silks) 코트와 원피스가 멋졌고, 금속 꽃을 주렁주렁 장식한 코르셋은 한 달 전에 열린 장 폴 고티에 오트 쿠튀르를 상기시켰다. 2022년에 남성복을 론칭하며 마니아들을 열광케했던 시몬 로샤는 이번 시즌에도. 러플, 리본, 레이스, 진주, 인조 모피 장식 등을 듬뿍 단 젠더리스 스타일의 남성복을 선보였다. 시선을 강탈한, 모델들이 안고 나온 양 혹은 개 모양의 인형은 교회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신화 속 동물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의미를 가진 것이다. 거대한 진주와 크리스털, 스파이크 지비츠를 장식한 크록스 콜라보(Rocha x Crocs) 슈즈도 지난 시즌에 이어 계속 등장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진
Courtesy of Simonw Ro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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