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와 흑조의 유혹, 24 FW 데이비드 코마 컬렉션

명수진

DAVID KOMA 2024 F/W 컬렉션

데이비드 코마 컬렉션을 관람하기 위한 게스트들이 메릴본(Marylebone)의 지하 공연장으로 모여들었다. 비욘셰, 켄달 제너, 두아 리파, 제니퍼 로페즈, 그리고 블랙핑크 등 최고의 패셔니스타들이 무대 의상 혹은 이브닝드레스로 선택하는 데이비드 코마는 현재 런던 패션 신을 가장 다이내믹하게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 중 하나다.

데이비드 코마는 무대 위의 혁명가로 불린 독일 출신의 무용가 피나 바우쉬(Pina Bausch)와 스페인 출신의 액션 아티스트이자 안무가 칸델라 카피탄(Candela Capitan)의 가상의 만남을 상상하며 이번 24 FW 시즌 컬렉션을 구상했다. 피나 바우시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춤과 연극, 음악, 미술 등의 다양한 장르를 엮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냈는데, 그녀 곁에는 의상 디자이너 마리온 시토(Marion Cito)가 있었다. 무용가 출신이기도 한 마리온 시토는 피나 바우쉬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고 일상의 드레스 코드를 무대 의상으로 디자인한 조력자였다. 데이비드 코마는 프리뷰를 통해 ‘피나 바우쉬는 섬세하면서도 강력하고 지배적인 매력을 지닌 반면, 칸델라 카피탄은 기술적 움직임을 통해 예술을 표현한다’고 부연 설명을 더하며, 춤과 빛이 움직임을 통해 만들어내는 상호 작용을 연구하고, 댄서의 무대 의상에서 받은 영감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

데이비드 코마는 미니멀리즘과 맥시멀리즘 사이를 오가며 매력적인 긴장감을 자아냈다. 마치 백조와 흑조처럼 대조적인 블랙, 화이트 컬러의 컬렉션이 오프닝을 열었다. 뷔스티에, 투투, 페플럼 등 댄스 의상의 일부는 강조하고 일부는 과감하게 덜어낸 탱크톱, 슈트, 리틀 블랙 드레스, 레오타드 등을 선보였다. 여기에 대담한 컷아웃 디자인을 더해 모던함을 극대화했다. 걸을 때마다 리드미컬하게 찰랑거리는 깃털 장식, 꼬리처럼 길게 늘여 트린 트레일과 마치 퇴화한 페플럼 장식 같은 마이크로 미니스커트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데이비드 코마가 상상한 피나 바우쉬와 칸델라 카피탄의 만남처럼,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시폰, 새틴, 벨벳 같은 고전적인 소재와 리퀴드 저지, 네오프렌 같은 신소재를 뒤섞었다. 민트 블루 컬러의 트위드 코트와 스커트, 데이비드 코마 다운 에지를 갖춘 바이커 재킷, 브라운 컬러의 테디베어 집업 재킷은 일상에서도 충분히 소화 가능한 아이템으로 ‘센케’로 대변되는 데이비드 코마 컬렉션 중에서는 그나마 ‘순한 맛’으로 기억될 듯하다. 원형의 니트나 대형 크리스털을 이어붙인 레드 드레스와 탑, 곳곳에 장식한 대형 깃털 장식은 독일의 아티스트 레베카 호른(Rebecca Horn)의 키네틱 조각품에서 영감을 받아 구상한 것이다. 데이비드 코마 컬렉션에서는 예술적 열정과 당당한 자신감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사진
Courtesy of David K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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