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만 좌우로 움직여도 PTSD를 극복할 수 있다고?

김민

샌드라 블록, 해리 왕자가 극찬하는 치료법, EMDR

지독한 스토커에 시달린 배우 샌드라 블록, 어머니의 불행한 죽음으로 고통받은 해리 왕자(지금은 서섹스 공작이지만)의 공통점은 불안이다. 과거의 안 좋은 경험이 반복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알려진 ‘PTSD’ 진단 사실을 고백한 두 사람은 EMDR 치료법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공통점 또한 있다.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은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이다. 일명 ‘눈알 굴리기’다. 미국의 심리학자 프랜신 샤피로(Francine Shapiro)가 산책하던 중 눈을 좌우로 빠르게 움직인 것이 치료법 연구에 힌트가 됐는데, 눈을 움직이는 다소 단순한 행동을 통해 안도감을 느꼈으며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이어진 부정적인 감정마저 사라진 것을 알아차린 것. 이후 몇 가지 매뉴얼을 개발하며 1990년에 들어서는 ‘안구운동 민감손실 및 재처리 요법’이라는 정식 이름으로 인정받게 됐다. 국내에서는 2002년 8월에 의료행위로 공식 지정됐을 만큼 신빙성이 있다.

원리는 다름 아닌 양측성 자극(Bilateral Stimulation)이다. 램수면 상태에서 안구 운동이 활발해지는 현상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운데, 마치 눈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면서 뇌로 들어오는 정보들을 정리하여 기억 저장소에 저장하고 관찰 기록을 분류하는 작업 중인 상태다. 바로 이 환경을 연출하는 것이 EMDR 치료법이다. 쉽게 말해 눈을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운동으로 뇌의 기억을 새롭게 처리하는 것. 괴로운 과거의 기억을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돕는 치료법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지우는 것이 아닌 긍정적인 감정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춰 있다.

한국 EMDR 협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20개의 엄격한 통제 연구를 통해 EMDR의 높은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고 한다. 최근에 진행한 5개의 연구에 따르면 성폭행, 강간, 자연재해, 전쟁의 피해자나 여러 가지 심각한 상처를 경험한 이들 중 약 84~90%는 단 세 번의 치료만으로 감정적 고통이 감소했다고. 다만 EMDR 치료법이 모든 사람에게 적합하지는 않다. 특히 해리 장애나 경계성 인격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을 참고하도록. 그래도 흥미롭게 느껴진다면, 전문적으로 훈련 받은 EMDR 전문가를 찾는 것을 추천한다. 집에서 셀프로 하다 가는 효과보다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 그래도 궁금하다고? 아래의 영상을 살펴보자. 얼마나 반복적으로 눈을 움직여야 하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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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스 에디터
김민
자료 출처
한국 EMDR 협회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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