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S/S 패션쇼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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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브랜드가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미디어 효과를 창출했을까?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패션쇼의 열기. 유명 셀러브리티의 참석은 기본이고 다양한 바이럴 이슈가 분출한 2023 S/S 시즌, 어떤 브랜드가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미디어 효과를 창출했는지 성적을 매겨봤다.

화제성 1위. 벨라 하디드의 몸에 특수 용액을 분사해 드레스를 만든 퍼포먼스는 최고의 바이럴 효과를 양산했다

런던의 영향력 있는 신예 넨시 도자카의 쇼에는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가 등장했다.

지수 효과와 더불어 한국에서 매출 호조를 보이고 있는 디올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지수 효과와 더불어 한국에서 매출 호조를 보이고 있는 디올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약 2000명이 밀라노 두오모 광장에서 메가 퍼포먼스를 펼쳤던 몽클레르 쇼.

페리스 힐튼이 클로징을 장식해 화제가 됐던 베르사체 쇼.

디올 쇼 피날레.

전 세계에서 쌍둥이 68쌍을 캐스팅한 구찌 쇼부터 거대한 진흙더미로 무대를 꾸민 발렌시아가 쇼의 진풍경, 스타디움에 3000명이 운집한 발망 쇼, 밀라노 두오모 광장에서 1952명이 참여한 몽클레르의 메가 퍼포먼스까지, 지난해 9월에 열린 2023 S/S 시즌은 많은 브랜드가 본 적 없는 빅 이벤트를 연출해 시선을 모았다. 빅 하우스가 언론과 바이어,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패션의 달’은 단순한 런웨이 쇼보다 화젯거리가 될 무엇인가가 필수 요소다. 점잖아져야만 했던 팬데믹 시즌을 지나 많은 제약이 풀리며 다들 어떤 에너지를 분출하고자 했고, 그에 응답하듯 쇼 참석자 수는 최근 몇 년을 통틀어 압도적으로 많았다. 뜨거운 열기와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온라인 구경꾼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지사.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 레프티(Lefty)에 따르면,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전역에서 전 시즌 대비 소셜미디어 가시성이 12%나 증가했다고 한다. 자, 그렇다면 무엇이 효과가 있었을까?

셀러브리티만큼 중요한 참여도(Engagement)

브랜드 앰배서더나 뮤즈들의 활약은 여전히 대단했다. 돌체 앤 가바나의 킴 카다시안과 베르사체의 패리스 힐튼을 예로 들자면, 팔로워 100만 명 이상인 참석자들이 해당 쇼 인플루언서 참석자의 40%를 차지했지만, 킴과 패리스 단 두 명이 전체 미디어 가치의 88%를 창출해 그들이 가진 엄청난 영향력을 입증했다. 지난 시즌에 비해 가시성이 82% 향상된 뉴욕은 7480만 달러의 미디어 가치 데이터를 얻었으며, 오래 침체되었던 뉴욕에 오랜만에 활기가 돌아왔음을 널리 알렸다. 뉴욕 EMV(Expected Monetary Value, 예상 화폐 가치)가 가장 컸던 쇼는 킴 카다시안(423만 EMV), 한국 배우 이민호(590만 EMV), 멕시코 가수 단나 파올라(144만 EMV) 같은 세계적인 유명인들이 참석하고, 마크 제이콥스와 티파니가 협력해 총 2450만 달러의 EMV를 창출한 펜디의 바게트 트리뷰트 쇼였다. 타미 힐피거의 블록버스터급 복귀 쇼 또한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브랜드 전체 가시성의 4분의 1을 창출한 숀 멘데스 덕분에 970만 달러의 EMV에 도달했다. 안타깝게도다른 도시와 달리 런던의 EMV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사망 이후 애도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버버리와 라프 시몬스 같은 주요 브랜드가 쇼 연기를 선언했고, 지난 시즌 대비 5% 하락한 635만 달러(4개 도시 중 가장 작은 규모)를 기록했다. 뮤지션, 배우,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많은 참여를 주도했던 뉴욕, 밀라노, 파리와 달리 런던의 소셜미디어 가시성의 대부분은 프레스와 런웨이 쇼에서 비롯됐다. 그중 JW앤더슨의 아케이드 쇼는 그 주 최대의 EMV를 끌어냈고,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가 넨시 도자카 쇼에 선 것, 영국 뮤지션 템스 (Tems)가 참석한 것이 화제를 일으켜 19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밀라노 패션위크의 가시성은 일부 유명 인사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11% 하락했고, 올 시즌 팜 엔젤스와 앰부시 등 22개 브랜드가 줄어들면서 전체 게시물 수 또한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와이스의 사나, 배우 김태리, 송강이 서양 유명인사들과 함께 참석한 프라다 쇼(2460만 달러)가 최대 EMV 로 1억17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더 커진 케이팝의 중요성

파리 패션위크의 가시성은 2억8400만 달러로 거의 12% 증가했으며, 디올, 생로랑 같은 파리의 가장 큰 브랜드들은 지난 시즌보다 훨씬 더 많은 소셜미디어 가시성을 두고 한국 연예인들에게 공을 돌렸다. 디올은 세 번째 시즌 동안 4개 도시에서 2023 S/S의 소셜미디어 참여도가 가장 높은 약 4,600만 달러 EMV를 기록했는데, 이국적인 바위 동굴을 배경으로 댄스 공연이 더해진 이 쇼는 틱톡부터 중국 메타버스 플랫폼 시랑까지 15개 플랫폼에서 스트리밍됐다. 특히 디올은 전체 EMV의 45%를 생산한 K-Pop 스타 블랙핑크의 지수와 강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수의 팔로워 수는 6500만 명가량으로 카일리 제너(3억7100만명)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디올 인스타그램 피드 게시물의 평균 7.1% 참여율을 기록했으며, 이는 EMV의 ‘핵심 소스’라고 점쳐진다. 이번 시즌 최고의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인 카일리 제너는 그녀의 거대한 팔로워에도 불구하고 시즌 전반에 걸쳐 평균참여율은 0.97%에 불과한 기록을 나타냈다. 지수를 포함한 K-Pop 스타들은 2023 S/S 전반에 걸쳐 상위 10명 인플루언서 중 6명을 차지했으며, 평균 참여율은 9.9%다.

그러나, 높은 참여도를 끌어내는 소수의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다. 샤넬과 루이 비통 모두 올 시즌 참여도가 ‘예상치 못한’ 하락을 보였다. 루이 비통의 EMV는 거의 50% 감소했는데, 특히 브랜드 앰배서더이자 오징어 게임 스타인 정호연은 지난 시즌 대비 큰 EMV를 일으키지 못했다. 샤넬의 가시성 또한 이번 시즌에 28.6% 떨어졌는데, 이는 블랙핑크 스타 제니에게 너무 의존해서도 안 되고, 그녀가 미래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대중의 참여도가 무너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브랜드는 자신들에 특정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홍보 및 브랜드 전략 에이전시 카를라 오토 런던의 언 에거스(Arne Eggers) 전무이사는 “대중에게 도달률이 높은 셀러브티리를 초청하는 것은 좋지만 브랜드가 타게팅하지 않는 커뮤니티에 가닿는다면, 브랜드는 아무 소득을 얻지 못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브랜드가 적절한 셀러브리티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그들이 프런트로, 창의적인 프로젝트와 캠페인 등 다방면에 걸쳐 재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은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의 리얼리티 스타 킴 카다시안을 협업 캡슐의 주인공으로 선정한 돌체 앤 가바나.

타일러 러셀이 등장한 로에베 쇼.

에펠탑 앞에서 장관을 연출한 생 로랑 쇼. 지수가 참석한 디올 쇼에 이어 파리 소셜미디어 가시성 2위를 차지했다.

바게트백 100주년을 맞아 마크 제이콥스, 티파니 같은 빅네임과 협업한 펜디 쇼.

스케일 대신 차별화
많은 브랜드가 이번 시즌을 차별화하기 위해 큰 공연장과 공연을 준비했다고 에거스는 말한다. “브랜드는 더 이상 친밀감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그건 이제 과거의 일처럼 보입니다. 이제 그들은 더 큰 숫자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런던의 크리스토퍼 케인과 같은 브랜드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거대한 쇼를 했죠.”

패션위크 때면 샤넬, 구찌, 루이 비통과 같은 럭셔리 헤리티지 하우스는 으레 그랬듯 공연자들을 위한 큰 예산과 정교한 세트, 그리고 스타들이 즐비한 프런트로를 최고의 가시성으로 과시했다. 지난 시즌을 보아도 4개 도시 모두 EMV 상위권에 신흥 브랜드가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정말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다. 떠오르는 프랑스 브랜드 코페르니의 가시성은 213%나 치솟아 EMV 방면에서 약 2,700만 달러에 도달했고, 발렌시아가, 샤넬, 루이 비통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패션쇼의 새 장을 연, 슈퍼모델 벨라 하디드의 조각 같은몸에 스프레이를 분사해서 만든 드레스 덕분이었다. 쇼에 참석한 카일리 제너가 EMV의 약 26%를 창출했지만, 실제로 다이어트 프라다와 같은 계정과 모든 패션 미디어가 일제히 프런트로에서 촬영한 스프레이 드레스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브랜드의 가시성에 더욱 기여했다.

코페르니는 ‘예외적’이었다. 예외적이었던 쇼를 다른 도시에서도 찾아보자면, 막시밀리안 데이비스가 빨간색을 하우스의 새로운 코드로 굳히며, 브랜드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페라가모 쇼 또한 밀라노에서 9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LVMH Prize 수상에 힘입어 에밀리 라타즈코프스키를 포함한 유명 모델들과 함께 사상 최대의 쇼를 펼친 런던의 넨시 도자카는 시즌 EMV 순위에서 89% 성장하여 16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LFW 소셜 순위에서 JW앤더슨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뉴욕에서 피터 도는 새로운 젠더리스 작품의 출시를 축하하기 위해 한국 보이그룹 NCT의 멤버 제노가 런웨이를 걸은 덕분에 EMV 520만 달러를 벌어들여 쇼의 가시성을 훌쩍 높였다. 이로써 도는 코치(5위), 캐롤라이나 에레라(6위), 톰포드(10위)에 이어 뉴욕에서 EMV 4위를 차지했다.

틱톡이 미래다

레프티의 데이터상으로는 틱톡이 EMV의 5%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이 플랫폼은 런웨이 쇼로 새롭고 젊은 관객에게 다가가기를 원하는 브랜드에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지방시, 로에베 등 12개 이상의 브랜드가 틱톡에서 쇼를 스트리밍했다.

틱톡의 빠른 스크롤을 멈추려면 고도의 시각적 쇼와 바이럴 모멘트가 중요하다. 파리에서는 발렌시아가의 진흙투성이 쇼가 242개의 쇼 비디오, 15% 이상의 참여율로 틱톡에서 가장 높은 EMV(1060만 달러)를 창출했다. 2019년 틱톡을 채택한 최초의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인 디올은 틱톡에서 320만 달러의 EMV를 창출했고, 발망(230만 EMV)과 코페르니(220만 EMV)가 그 뒤를 이었다.

틱톡은 런던 패션위크 및 Camera Nazionale della Moda Italiana(이탈리아 패션 국립 회의소)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이 플랫폼은 패션위크 내내 패션 콘텐츠가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틱톡의 명품 브랜드 파트너십 책임자인 크리스티나 카라술리스가 말한다. 런웨이에 초점을 맞춘 계정 @culted는 9월 동안 10만 명 이상의 새로운 팔로워를 얻었으며, 틱톡 스타로 보스의 앰배서더로 성장한 틱토커 하비 라임과 벨라 포아치의 영상은 5100만 뷰에 도달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카를라 오토의 에거스는 말한다. “브랜드들은 갑자기 틱톡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한 푼이라도 절감했을 거예요. 이제 우리는 틱톡이 확실히 패션위크의 가시성의 일부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패션 에디터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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