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son Margiela 2023 F/W Mens Collection

명수진

메종 마르지엘라 2023 F/W 맨즈 컬렉션

존 갈리아노가 돌아왔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팬데믹 종식 이후, 그러니까 2020년 2월에 마지막으로 피지컬 쇼를 선보인 이후 오랜만에 런웨이로 복귀하여 파리 남성복 패션위크 마지막 날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여성복과 남성복을 아우르는 의미의 메종 마르지엘라 ‘코-에드(Co-Ed)’ 컬렉션은 새롭게 이사한 본사 건물에서 오픈 하우스 형태로 열렸다. 일종의 집들이! 예전의 마르지엘라 본사가 파리 11구에 있는 조용한 수녀원이었던 것에 비해 새 아틀리에는 파리 16구 개선문(Arc de Triomphe)과 가까운 5층 높이의 현대식 건물이다. 인비테이션은 마치 언더그라운드 공연 초대장처럼 투박하게 복사한 전단지 형태로 전달됐다.

아틀리에 지하는 지난 2022 시즌에 선보인 ‘아티즈널(Artisanal)’ 컬렉션의 스토리텔링이 이어지고 있어 흥미로웠다. 클래식한 오페라 극장 분위기를 내는 벨벳 좌석과 드라마틱한 런웨이에 사용됐던 세트가 그대로 옮겨졌다. 반면 2023 F/W 컬렉션이 열린 5층 공간은 화이트 큐브 갤러리처럼 새하얗게 세팅됐다. 모델들은 초조한 듯 가방을 움켜쥐고 앞으로 쏟아지는 것처럼 급한 발걸음으로 런웨이를 걸었다. 70-80년대 초 런던의 하위문화는 존 갈리아노 영감의 양분이다. 펑크와 로맨틱 테마가 결합되고 그런지한 요소가 첨가됐다. 체크 펜슬 스커트에 피시넷 스타킹을 매치하고, 장난기 넘치는 바이어스 컷 드레스와 스커트, 앞뒤를 뒤집어서 만든 셔츠, 전단지를 연상케 하는 종이 조각을 옷에 달았다. 존 갈리아노의 아이코닉한 거대한 오페라 코트가 등장했고 벨벳이나 스팽글 등 화려한 디테일을 사용했다. 쓰레기봉투와 얇은 명주 그물 조각을 콜라주한 모자 일부에 전단지로 제작한 코케이드(cockade)를 장식했다. 일부는 존 갈리아노가 1984년 세인트 마틴의 졸업 패션쇼에서 선보인 첫 컬렉션을 떠오르게 했고, 일부는 펑크의 대모인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추모하게 했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이번 시즌  미국의 담요 브랜드인 펜들턴(Pendleton)을 비롯해 젠틀몬스터(Gentlemonster), 디즈니(Disney)와 콜라보했다. 펜들턴과는 공동 작업을 통해 체크무늬 울을 생산하고 셔츠, 카디건, 코트 등에 활용했다. 젠틀몬스터와 협업하에 만든 아이웨어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고,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는 모자나 웨스턴 재킷 등에 프린트로 활용되었다. 피날레를 장식한 모델 레온 데임(Leon Dame)은 다시 한번 인상적 광경을 만들어냈다. 앞으로 쏟어질 듯 다소 기괴한 레온 데임의 강렬한 워킹은 존 갈리아노의 작품 세계를 완결짓는 힘이 있다.

발가락이 갈라진 타비 슈즈와 해체적인 스티지, 앞과 뒤가 뒤집어진 셔츠와 트렌치코트가 마르지엘라의 흔적을 짐작하게 했을 뿐 메종 마르지엘라 2023 FW 컬렉션은 완전히 존 갈리아노 그 자체였다. 좋던 싫던 누구라도 한번 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드는 존 갈리아노의 재능과 매력을 새삼 깨닫게 만들었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Comme des Maison Margi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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