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mès 2023 F/W Mens Collection

명수진

에르메스 2023 F/W 맨즈 컬렉션

현 에르메스 남성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베로니크 니샤니안(Véronique Nichanian)은 1988년에 영입되어 현재까지 무려 35년 동안 변함없이 컬렉션을 지휘하고 있다. 파리 7구 에 있는 유네스코 하우스에서 열린 2023 F/W 에르메스 남성복 컬렉션은 베로니크 니샤니안의 묵직한 안정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컬렉션이었다.

오프닝을 연 그레이 트렌치코트는 소방관의 패스너를 연상케 하는 메탈 여밈과 커다란 포켓으로 시선을 끌었다.  심플한 디자인 속에서도 은근한 위트를 즐기는 에르메스만의 방식! 브랜드의 핵심 소재라고 할 수 있는 가죽은 다양한 디자인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세심하게 정련된 송아지 가죽은 재킷, 팬츠, 스웨트 셔츠, 셔츠, 피코트 등의 소재가 되어 실크보다 더 실키한 질감으로 표현됐다. 사슴 가죽으로 만든 블루종과 양가죽으로 만든 에비에이터 재킷과 집업 블루종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여기에 발수성 캐시미어, 테크니컬 새틴, 캔버스 등의 소재를 더해 도시 남자를 위한 심플하고도 존재감 넘치는 컬렉션을 완성했다. 장인의 손에서 완성되었을 스티치 디테일이 풀오버나 카디건 등 니트나 송아지 가죽 아노락 등에 살짝 포인트로 적용되었고, 에르메스의 상징인 실크 스카프 또한 니트 풀오버에 조심스럽게 더해졌다. 컬러 팔레트는 더욱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역할을 했다. 목탄, 자갈, 안개, 낙타, 상아, 커피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스틸 블랙, 토바코 브라운, 목탄 컬러가 등장했다.

한편 피에르 아르디(Pierre Hardy)가 제작하는 신발과 주얼리는 조금 더 트렌디한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타이어 부츠 등 밑창이 두꺼운 캐주얼한 신발이 심플한 룩에 에지를 더했고,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를 믹스한 귀고리와 반짝이는 금속 주사위가 달린 목걸이 등으로 스타일링에 힘을 실었다. 물론 가장 시선을 끈 것은 커다란 플러스 사이즈 버킨 백이었다.

“나는 옷을 디자인할 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항상 그 옷을 입을 남자를 염두에 둡니다.”라는 베로니크 니샤니안의 원칙대로 실생활에서 입기 좋은 컬렉션이었다. 길이, 볼륨, 커팅, 비율 등을 미세하게 조절하여 최상의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린 베로니크 니샤니안의 비법 같은 컬렉션이랄까!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Hermè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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