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o 2023 F/W Mens Collection

명수진

에트로 2023 F/W 맨즈 컬렉션

작년 5월, 에트로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어 여성복, 남성복, 홈 컬렉션까지 진두지휘하게 된 마르코 드 빈센조(Marco De Vincenzo). 에트로 2023 FW 컬렉션은 그의 남성복 데뷔 컬렉션이었다. 우선 독특한 무대가 눈길을 끌었다. 런웨이 배경으로 행거에 옷이 잔뜩 걸리고 나무 박스 위에는 원단들이 쌓아 올려져 있었는데 이는 이탈리아 코모(Como)에 있는 에트로 창고를 재현한 것으로, 개성 있는 텍스타일 디자인으로 패션사의 한 축을 담당해온 하우스에 보내는 신임 디자이너의 존경의 표현이었다.

마르코 드 빈센조는 하우스의 DNA에 자신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한 조각 더해 사랑스럽고 말랑말랑한 감성의 남성복을 창조했다. 코트의 어깨는 둥그스름하게, 안감은 생략하여 부드럽게 표현했고, 슈트는 체크 혹은 기하학적 패턴을 더하거나 빈티지한 컬러 포인트를 더하는 방식으로 캐주얼하게 디자인했다. 니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었는데 마치 할머니 옷장에서 발굴해낸 것 같은 패턴에 자수, 아플리케, 입체 형태의 과일 장식 따위를 더하고, 더 나아가 낡아서 늘어난 것처럼 소매를 길게 처리하여 빈티지한 느낌을 냈다. 실크 잠옷에서 영감을 받은 점프 슈트와 가운, 파자마 팬츠와 담요, 커다란 백, 클로그 같은 액세서리에서 나른한 소년미가 느껴졌다. 울, 캐시미어, 실크, 벨벳, 자카드, 인조 모피와 가죽, 데님 등 다채로운 소재를 사용하여 컬렉션의 표정이 더욱 풍부해진 것도 주목할 점이다. 하우스의 위대한 유산과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예술적 재능이 만나 새로운 세대에게 어필할만한 성공적 컬렉션을 창조했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E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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