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cci 2023 F/W Mens Collection

명수진

구찌 2023 F/W 맨즈 컬렉션

밀라노 남성복 패션위크는 팬데믹 이전으로 거의 회복된 분위기. 총 79개 중 디지털 쇼는 단 4개뿐이었다. 그중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구찌였다. 2017년부터 남녀 통합 패션쇼를 해온 구찌는 3년 만에 남성복 단독 컬렉션으로 밀라노 남성복 패션위크 첫날 오프닝을 열었다. 7년 동안 구찌를 이끌어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지난 11월에 사임한 이후에 선보이는 첫 컬렉션이라는 점도 화제가 됐다.

구찌 2023-2024 F/W 컬렉션은 그간 선보여온 맥시멀리즘과 작별한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인선 없이 구찌 내부 디자인 스튜디오의 팀원들이 함께 완성한 구찌 컬렉션은 실생활에서 특별한 고민 없이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캐주얼한 아이템들이 주를 이뤘다.

미국 밴드 마크 리보(Marc Ribot)의 ‘세라믹 도그(Ceramic Dog)’가 라이브로 연주되는 가운데 런웨이가 이어졌다(기타 연주 선율은 전통적 관점으로서 ‘남성적’이었다). 새로운 구찌의 시작을 강조하듯 오프닝을 장식한 룩은 심플하기 그지없는 화이트 티셔츠와 카멜 컬러 팬츠. 이후 등장한 모델들 역시 여유 있는 실루엣의 코트와 블레이저, 럭비 셔츠, 항공 점퍼, 데님 팬츠 등 간단 명료한 아이템으로 예전의 난해함을 지워냈다. 다만 롱스커트와 레그워머, 드레스처럼 보일 정도로 긴 맥시 코트, 스카프를 패치워크로 활용한 데님 팬츠 등 몇몇 아이템에서 젠더에 대한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이전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단추 여밈을 통해 반팔과 반바지로 변형 가능하게 만든 체크 슈트는 무척 매력적이었고 홀스빗 로퍼와 모피 안감을 댄 슬리퍼 등 시그니처 아이템과 여기저기 강조된 로고 플레이 등은 구찌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만한 요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임자 물색과 인선이 늦어질수록 매출 하락을 겪고 있는 구찌에게는 손해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컬렉션 직후 반응도 ‘훨씬 입을만해졌다’와 ‘너무 평범하다’는 의견이 반반.

구찌 컬렉션의 프론트로에는 싱어송라이터 닉 케이브(Nick Cave), 배우 퍼시 하인즈 화이트(Percy Hynes White), 미식축구선수 잘렌 램지(Jalen Ramsey), 그리고 엑소(EXO) 카이 등 각국에서 온 셀럽들이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었다. 특히 2019년부터 구찌 앰버서더로 활약해온 카이는 케어링(Kering) 그룹의 CEO인 프랑수아-앙리 피노(Francois-Henri Pinault) 옆에 나란히 앉아 K-팝의 위상을 실감케했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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