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하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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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마라와 전 세계 영화계의 건강한 여성 커뮤니티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 ‘우먼 인 필름(WIF)’이 손잡고 매해 개최하는 ‘우먼 인 필름’ 시상식. ‘전진하는 여성들’이란 주제로 펼쳐진 2022년 시상식에선 배우 릴리 라인하트가 ‘막스마라 페이스 오브 더 퓨처 어워드’의 영예를 안았다. ‘우먼 인 필름’의 이사회 회장 에이미 베어, 막스마라 글로벌 브랜드 앰배서더 마리아 줄리아 프레지오조 마라모티가 영화로웠던 하루에 대해 전했다.

드레스는 막스마라 제품.

드레스와 신발은 막스마라 제품.

드레스와 신발은 막스마라 제품.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미래 여성들이 더 친절하고 부드러운 세상에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에겐 해야 할 일이 있고,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행운이 함께하죠.” 2022년 10월 27일, 어쩌면 가장 영화로운 하루에 ‘막스마라 페이스 오브 더 퓨처 어워드®’의 17대 수상자로 시상대에 오른 배우 릴리 라인하트는 말했다. 라인하트는 지금 스크린에서 가장 흥미로운 연기를 보여주는 차세대 할리우드 배우다. 2010년 단편영화 <For Today>로 데뷔한 라인하트는 19세 때 출연한 드라마 <리버데일>에서 서사의 중심에 서서 극을 끌어가는 ‘베티’ 역을 연기하며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강렬히 각인했다. 이후 영화 <갤러스턴>, <허슬러> 등에 출연하며 스크린을 종횡무진으로 달렸는데, 지난 10여 년에 걸친 그녀의 도전과 성취는 필모그래피 몇 줄로 요약하기엔 다소 부족하다. 2020년엔 ‘사랑, 실연, 불안, 명예를 탐구하는 몽환적 운문집’이라 평가받은 시집 <Swimming Lessons: poems>를 출간하며 시인으로 데뷔했고, 2021년엔 배우이자 프로듀서인 캐서린 라겐도른과 손잡고 제작사 ‘Small Victory Productions’을 설립하기도 했다. 2020년 북미 개봉한 영화 <케미컬 하츠>에서 라인하트는 주인공 ‘그레이스’를 연기하는 것은 물론, 프로듀서로 작품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2022 우먼 인 필름 시상식 갈라 현장.

이런 릴리 라인하트가 매해 스크린계의 창의적이고 뛰어난 여성을 기리는 ‘2022 우먼 인 필름(WIF)’ 시상식에서 오늘의 얼굴로 호명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우먼 인 필름’은 1973년 출범한 비영리 단체로 영화, TV, 디지털 미디어 업계에 종사하는 여성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세계적 패션 하우스 막스마라는 ‘우먼 인 필름’을 19년째 후원하고 있으며, 그렇게 패션과 영화가 경계 없이 만난 결과, 스크린계의 성평등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특별한 시상식이 탄생하게 됐다. “시상식에서 수여하는 ‘막스마라 페이스 오브 더 퓨처 어워드®’는 특별한 재능, 훌륭한 스타일, 행동주의 태도를 두루 갖춘 이에게 돌아갑니다. 동시에 커리어에서 성장과 전환점을 경험한 인물이어야 하죠. 올해 릴리 라인하트는 패션 스타일, 정신적 건강함, 신체 이미지(Body Image·자신의 신체에 대한 인식을 일컫는 용어) 등 모든 분야에서 뜨거운 행동주의 태도를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제작사를 설립하며 무대 뒤에서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먼 인 필름’ 이사회 회장 에이미 베어가 <더블유>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라인하트는 연기와 시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음은 물론, 최근 SNS에 울림 있는 메시지를 던지며 많은 대중,특히 동시대 여성들로부터 큰 지지와 격려를 얻었다. 그간 여러 인터뷰에서 미디어를 통해 주입된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자는 ‘보디 포지티브’ 메시지를 전해온 그녀는, 2022년 5월 ‘메트 갈라’ 시상식 당시 맞춤 드레스를 위해 체중을 감량한 킴 카다시안을 보며 이런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고작 드레스를 입기 위해 굶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행동입니다. 전 세계 수백 만의 어린 남성과 여성이 당신을 우러러보고 당신의 한 마디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걸 모르진 않겠죠. 제발 이 무지하고 해로운 셀럽을 지지하는 것을 멈추세요.”

‘우먼 인 필름’ 이사회 회장 에이미 베어.

19년째 지속된 ‘우먼 인 필름’ 파트너십의 목표는 ‘성평등’이다. 지난 세월 여성이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아왔다면, 이렇듯 여성만을 위한 시상식이 존재할 필요가 없었을 터다. 에이미 베어는 ‘우먼 인 필름’이 설립된 1970년대를 떠올리며 말했다. “당시 영화계 남성들은 쉽사리 또는 공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어요. 그런 탓에 여성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기회가 극히 드물었죠.이런 필요성으로 인해 ‘우먼 인 필름’이 설립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지난 세월 카메라 뒤에서 활약하는 여성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지만, 업계 전반에 걸쳐 ’50 대 50’이라는 동등성을 아직 달성하진 못했죠. 여성이 설 자리는 늘었어도, 여전히 ‘파워 테이블’에 여성의 자리가 적다는 것도 숙제고요. 하지만 고무적이라 생각하는 것은, 최근 몇 해간 영화계 ‘미투’ 사건,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 등의 풍파를 겪으면서도 여성들이 ‘뉴노멀’로 나아가고 있는 게 두 눈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 미래를 존중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올해 시상식의 주제도 ‘전진하는 여성들(Forgoing Forward)’이라 정했죠.” 한편 ‘우먼 인 필름’의 영화계 여성 커뮤니티를 위한 지지는 19년 전 패션 하우스 막스마라의 동행으로 비단 영화계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었다. 막스마라 창립자인 마라모티 가문의 3세대이자 글로벌 브랜드 앰배서더인 마리아 줄리아 프레지오조 마라모티는 두 기관의 오랜 파트너십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막스마라는 ‘여성에 대한 지지’를 항상 DNA로 간직해왔습니다. 그간 성평등을 위한 대화를 꾸준히 추진했는데, 이를 실제 행동으로도 보여주고 싶었죠. 그러던 중 ‘우먼 인 필름’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이를 계기로 막스마라가 무엇을 중심으로 구축된 브랜드인지 정체성을 더 확실히 보여줄 수 있었어요. 2023년이면 막스마라와 우먼 인 필름의 파트너십이 20주년을 맞이합니다. 우리는 함께 먼 길을 걸어왔고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 변화하고 있음을 곳곳에서 체감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모두는 이정표에 서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20년, 그 이상도 공동체에 힘을 돌려줄 수 있는 시상식이 되기를 바랍니다.”

막스마라 창립자인 마라모티 가문의 3세대이자 막스마라 글로벌 브랜드 앰배서더인 마리아 줄리아
프레지오조 마라모티.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드라마 <애봇 초등학교>의 주연 배우 셰릴 리 랠프가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쥐었을 때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처음 할리우드에 왔을 때와 비교해 현재 여성을 위한 무대가 얼마나 다양해졌는지 말했죠. 지난 20년 가까이 여성 커뮤니티를 더욱 포용하고 확장하는 데 집중해왔기 때문에 이번 행사에서 가장 의기양양해지고 의미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에이미 베어가 말했다. 셰릴 리 랠프의 말처럼 작은 변화를 위한 발걸음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낸다. 에이미 베어와 마리아 줄리아 프레지오조 마라모티는 앞으로 다가오는 시간들의 주인공, 지금 막 자신의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여성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건네주고 싶다 말했다. “허락을 구하지 말고, 변명하지 마세요.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세요. 그것은 약점이 아닌 용기의 표현입니다.” 에이미 베어에 이어 마리아 줄리아 프레지오조 마라모티가 말했다. “쉽게 포기하지 마세요. 자신이 원하는 것에 분석적인 태도로 접근해야 하며, 무언가를 묻기 위해 손을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대담한 태도일 겁니다.”

피처 에디터
전여울
포토그래퍼
ANTON GOTTLOB
스타일리스트
KIERAN KILGALLON
헤어
YURI NAPOLITANO(@INTERLUDE PROJECT)
메이크업
AUGUSTO PICERNI FOR ARMANI BEAUTY(@W-MMANAGEMENT)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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