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로 만든 팬티가 있다? 업싸이클의 유쾌한 반전

황기애

레고로 팬티를 만들고 냅킨으로 바지를 만드는 신기하고 재밌는 업싸이클러, 니콜 맥러플린.

누구나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입을 옷이 없다고. 옷장과 신발장에 쌓여 있는 유행 지난, 철 지난 아이템들은 굳이 말하자면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란 건가. 그렇게 버려지는 어마어마한 양의 의류와 소품들을 구제하기 위해 어느 날부터 패션계에서는 ‘업싸이클링’이 중요한 단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버려지는 물건들을 가치 있게 다시 활용하는 것, 그 의미만 보더라도 착하고 양심적인, 그래서 조금은 지루할 것 같은 업싸이클링이지만 이를 유쾌하고 때론 발칙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흥미로운 컨텐츠로 선보이는 SNS계정이 있다. 바로 스스로를 ‘업싸이클러’라고 칭하는 니콜 맥러플린(Nicole McLaughlin)이 그 주인이다.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니콜 맥러플린의 스튜디오는 쓰레기로 가득하다. 재활용품 수거장을 방불케 하는 그 곳에서 독특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업싸이클링 제품들은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작품이 아닌 실용적인 상품으로 탄생되기도 한다. 스포츠 브랜드 리복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슈즈를 제작하기도 하고, 본인의 취미인 클라이밍과 관련된 아이템을 개발하기도 한다. ‘Sixtysix’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업싸이클링의 시작은 리복 재직 당시 사무실이 보스턴으로 이사를 하면서다. 그녀는 그 전 사무실에 남겨진 수많은 운동화와 박스들, 그리고 원단과 재료들을 떠올리며 결국 버려질 그 ‘쓰레기’들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 거란 호기심에 다시 예전 리복 건물로 돌아가 버려진 소재들로 믹스 앤 매치 슈즈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작업은 주변에서 버려지는 일회용품을 활용해 패션 아이템으로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어졌다.

박진영도 부러워할 투명 비닐 바지에 주머니를 만들고 그 안에 레고 블록, 일회용 소스, 과자 등을 넣은 키치한 아이템을 만들었다. 또한 레스토랑에서 멀쩡히 버려지는 냅킨과 브랜드의 더스트백으로 옷을 만들기도 한다. 이쯤 하면 그저 업싸이클링의 탈을 쓴 장난 같아 보이지만, 하이 패션부터 스포츠까지, 다양한 브랜드들과의 콜라보로 유니크한 작품을 만들거나 실제 판매가 가능한 아이템으로 발전시키기도 한다.

에르메스는 맥러플린에게 다양한 시도를 허용했다. H로고가 돋보이는 콘스탄스 백으로 스포츠 베스트를 제작하고, 더스트 백으로 부츠를 만들어 다양한 주머니와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게 만들었다.

푸마의 스포츠 글러브를 이어 붙여 만든 바이커 재킷은 내구성을 물론, 트렌디한 컬러와 디자인까지 갖췄다.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의 브라톱을 이어 붙여 만든 스웻셔츠. 구멍 난 부분이 스타일리시하다. 라운드로 파인 곳엔 물건을 보관할 수 있도록 주머니를 만들었다.

구찌는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내주었다. 다이애나 백을 모티프로, 흰색의 배구공을 해체해 만든 맥러플린의 다이애나 백.

이외에도 크록스와 리복과의 콜라보를 통해 판매가능한 상품을 선보이기도. 기존 크록스에 클라이밍에 필요할 법한 생존키트를 장학한 슈즈를 선보인데 이어 최근에는 리복의 디자이너로 참여한 프로젝트를 통해 업싸이클링 소재로 만든 운동화를 개발했다. 이 외에 더 많은 니콜 맥러플린의 재미와 진지함, 작품과 상품을 넘나드는 작품들을 감상하고 싶다면 @nicolemclaughlin 을 방문해 볼 것!

프리랜서 에디터
황기애
사진
@nicolemclaughli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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