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터들의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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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최초로 액체로 시간을 표시하는 마이크로 플루이딕, 메카 플루이딕 모듈을 고안해 시간을 보는 독창적인 방식을 제안한 스위스 워치 브랜드 HYT. 아방가르드한 타임피스를 국내에 소개하는 타임팰리스(Time Palace) 덕분에 지난 2021년 HYT에 합류해 하이브리드 워치 세계를 이끌고 있는 CEO 다비데 체라토(Davide Cerrato)와의 특별한 만남이 성사됐다.

Brave astronaut at the spacewalk on the moon. This image elements furnished by NASA

<W Korea> 서울에 온 것을 환영한다. HYT를 처음 접하는 독자를 위해 브랜드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Davide Cerrato 워치메이킹의 미래를 제시하고 실현하는 독립 시계 브랜드다. 우주, 공상과학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캠페인 비주얼에서 확인할 수 있듯 HYT의 뷰파인더는 언제나 미래를 향해 있다.

2021년에 HYT에 합류했다고 들었다. 브랜드의 첫인상은 어땠나?

브랜드의 영감에 대한 이야기로 답을 대신하고 싶다. 창립자 뤼시앵 부야모스(Lucien Vouillamoz)는 3400년 전 고대 이집트의 물시계에서 시계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었다. ‘손목 위의 물시계’라는 흥미로운 콘셉트로 HYT만의 디자인 언어를 확립한 것이다. 흥미롭지 않나. 시간을 확인하는 아주 오랜 과거의 방식을 차용해 미래의 비전을 그려나간다는 개념은 그 자체로 아방가르드다. 시침 대신 액체가 다이얼 외곽의 유리관을 따라 이동하며 시간을 표시하는 장면을 본다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파네라이, 롤렉스, 몽블랑 등 세계적인 시계 브랜드에서 경험을 쌓다가 독립 시계 브랜드인 HYT에 합류했는데, 계기가 있나?

HYT 역시 팬데믹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마이크로 하이엔드 브랜드 특성상 잠시 주춤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가치만큼은 변함이 없다. 게다가 독립 시계 브랜드에 대한 워치 컬렉터들의 관심이 높아져 시기적으로도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시 시작한다는 점 역시 나에게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흥미로운 일이기도 했다.

포즈를 취한 HYT의 CEO 다비데 체라토.

해스트로이드 그린 레이저(Hastroid Green Laser)와 해스트로이드 그린 네뷸라(Hastroid Green Nebula) 컬렉션.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요소로 슈퍼루미노바를 채택했다.

CEO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당신의 백그라운드가 흥미롭다. 프로덕트 및 브랜드 매니저 그리고 마케팅 디렉터, 디자인과 제품 개발 부문 그리고 매니징 디렉터에 이르기까지 이력이 다채롭다. 그렇기에 HYT의 변화가 더욱 기대되는데, 당신이 합류한 후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

모든 부분에서 그렇다. 대표적으로 10년간 HYT가 쌓아온 플루이드 모듈을 개선했다. 가독성, 내구성, 경량성, 착용감은 물론이고 투르비용의 마스터로 불리는 시계 장인 에릭 쿠드레이(Eric Coudray)와 함께 새로운 플루이드 모듈을 공동 개발했다.

중요시하는 가치의 순위도 달라졌을 것 같다.

마이크로 하이엔드 브랜드인 만큼 희소성과 독점성을 강조한다.

스위스 독립 시계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는 ‘타임팰리스(Time Palace)’와는 어떠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나?

2017년부터 연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에 HYT를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코리아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을 론칭하는 등 다양한 협업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타임팰리스를 통해 HYT의 흡인력 있는 캠페인 이미지도 보았다. 우주를 배경으로 선명한 색감을 자랑하는 워치와 우주비행사, 그리고 행성이 등장한다.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우주는 HYT의 중요한 영감이다. 나 역시 어릴 적 공상과학 소설을 읽으며 접한 우주와 최첨단 과학 기술이 갖는 강렬하고도 감동적인 경험을 잊지 못한다.

브랜드의 약자이자 캠페인에 등장하는 문구 ‘Heroes of Your Time’은 무슨 의미를 내포하나?

“이 시대의 영웅이란?” 단순한 질문에서 비롯되었다. 영웅이라 말할 수 있는 자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이를테면, 우주를 탐험하는 NASA 연구원처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이들.

HYT에게 네온 빛이 도는 초록색은 의미 있는 컬러 같다.

HYT의 시그너처 컬러, 애시드 그린이다. 광활한 우주, 그 미지의 세계 속 한 줄기 녹색 광선을 상상하면 된다.

HYT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벨로즈(Bellows) 기능.

문 러너 슈퍼노바 블루 (Moon Runner Supernova Blue) 컬렉션.

해스트로이드 그린 네뷸라 컬렉션 캠페인

이번 프레젠테이션에서도 아이코닉한 모델, 해스트로이드(Hastroid)의 그린 네뷸라(Green Nebula)와 그린 레이저(Green Laser) 컬러 버전을 만날 수 있었다. 다이얼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두 가지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침은 없고 분침만 있다는 것과 피스톤 장치가 있다는 점. 관련해 설명을 부탁한다.

‘벨로즈(Bellows)’에 대한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웃음). 자동차의 부품처럼 생긴 벨로즈는 쉽게 말하면 두 가지 액체를 작동시키는 일종의 컨트롤 타워다. 하나는 유색, 다른 하나는 투명한 액체로 채워져 있는데, 기계식 무브먼트가 이를 정확한 속도와 힘으로 작동해 오차 없는 정확한 시간을 표시한다. 아주 작은 기포라도 시계 정밀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약 1년의 기간을 거쳐 액체를 주입하고, 만 번 이상의 방수 실험 그리고 천 번 이상의 온도 실험을 거처야 비로소 완벽한 벨로즈가 탄생한다.

오직 HYT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하고 멋진 기능이다. 벨로즈의 구동 방식은?

온도계를 생각하면 쉽다. 일종의 피스톤 장치인 벨로즈에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 각각의 액체를 넣어 기계식 무브먼트가 시간의 흐름에 맞춰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표시한다. 나사(NASA)의 협력사가 개발에 참여했을 정도로 현대의 첨단 기술이 담겨 있다.

인덱스, 브랜드 로고, 분침까지 슈퍼루미노바 처리를 했는데 이유가 있나? 보통 깜깜한 바닷속을 잠수하는 다이버를 위한 다이버 워치에서 많이 쓰이지 않나?

다이버 워치는 아니지만 시계 구성 요소 중 꽤 많은 부분을 슈퍼루미노바 처리했다. 어두운 곳에서 시간을 확인한다는 실용성도 고려했지만, HYT는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다. 제품을 직접 볼 기회가 있다면, 꼭 어두운 곳에서 봐주길 바란다. 정말 환상적이다!

스위스 출신 브랜드다 보니 무브먼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으로 문 러너 컬렉션의 HYT 601-MO와 헤스트로이드 컬렉션의 HYT 501-CM이 있다. 전자의 경우 무려 516개 이상의 부품을 사용한 복잡한 핸드와인딩 무브먼트고, 후자는 에릭 쿠드레이와 공동 개발한 기계식 무브먼트다.

오늘 당신이 착용한 워치도 무척 인상적이다. 처음 보는 피스인 것 같다.

최신작이다. 지난 9월 말 출시된 문 러너 컬렉션의 레드 컬러 버전으로 ‘문 러너 레드 마그마(Moon Runner Red Magma)’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지구의 핵에서 발견되는 마그마의 강렬한 붉은빛에서 영감을 받았다. 현재까지 출시된 모델 중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이 집약된 제품이다. 기존의 문 러너와 다른 점이 있다면, 리퀴드 아워 디스플레이와 또 다른 컴플리케이션을 결합한 첫 번째 모델이라는 것.

다이얼 속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은 디자인이다. 문 러너는 문페이즈를 표현하는 독창적인 방식인 것 같다. 다이얼 속 돔과 둥근 링의 형태로 어떻게 달의 모양을 알아볼 수 있나?

케이스 옆에 위치한 인디케이터로 달과 월을 세팅하면, 달의 위상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손목 위에서 보름달, 반달, 초승달을 확인할 수 있는 것.

창의적 디자인과 생동감 있는 색의 사용 그리고 슈퍼루미노바의 활용도 인상적이지만, 스트랩 역시 다채로운 소재로 전개한다. 타 브랜드에서 만나볼 수 없는 소재와 형태의 스트랩이 눈에 띈다.

알아봐줘서 고맙다. 내구성이 좋아 주로 자동차에 쓰이는 알칸타라(Alcantara) 가죽을 러버 밴드 위에 덧대 만든 스트랩이다.

시계는 정말이지 아는 만큼 보이는 것 같다. HYT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꼭 알리고 싶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HYT의 전 제품에 적용된 벨로즈 시스템.

패션 에디터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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