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믿음은 탄탄한 관계의 기초입니다. 리처드 애버던(Richard Avedon)과 함께라면 절대적인 신뢰를 약속합니다. 그의 영감, 그의 비전, 그리고 우리의 특별한 관계를 믿으세요.” 베르사체의 도나텔라 베르사체(Donatella Versace)의 말처럼 사진작가 리처드 애버던은 베르사체와 오랜 시간 함께하며 여러 걸작을 탄생시켰고, 현재까지도 베르사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9월 밀라노 패션위크 기간, 팔라초 레알레(Palazzo Reale)에서 열린 전시회 <리처드 애버던: 관계>의 서포터로 참여하며 다시 한번 그 끈끈한 관계를 입증한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위대한 사진작가이자 동료 그리고 절친한 친구였던 사진작가 리처드 애버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W Korea> 서면 인터뷰에 응해줘 감사하다. 현재 어디서 답변지를 작성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도나텔라 베르사체(Donatella Versace) 당신과 마찬가지로 사무실이다.
포토그래퍼 리처드 애버던(Richard Avedon)의 전시회 메인 서포터로 참여한 이유를 말해줄 수 있나?
이렇게 훌륭한 프로젝트를 거절하기가 더 어려운거 아닌가(웃음). 리처드 애버던은 나의 친구이자 선생님, 그리고 베르사체의 전설적인 광고 캠페인을 완성한 장본인이다. 그가 촬영한 비주얼은 브랜드의 에너지와 품격, 애티튜드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 이미지 메이커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패션 사진의 가능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메시지 말이다.
그의 사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 ‘아이코닉(Iconic)’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진정한 아이코닉의 의미를 알고 싶다면 리처드 애버던의 사진 작품을 보면 된다.
사진은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나뿐만 아니라 지아니 베르사체 역시 예술의 한 형태로서 사진의 중요성을 잘 이해했다. 그렇기에 리처드 애버던의 천재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옷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 바로 애버던의 일이다.
<리처드 애버던: 관계(Richard Avedon: Relationships)>. 이번 전시회 제목을 보니 실제 그와 어떤 관계를 유지했는지 궁금하다.
그는 20년 이상 베르사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장 훌륭하게 구축해온 인물이다. 이는 협업자로서의 파트너십, 그 이상의 믿음이 필요한 일이다.
굳건한 믿음의 근거는 어디서 오나?
말로 표하지 않아도 서로 느끼는 것 같다. 완전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그의 영감에 대한 신뢰, 스토리텔링에 대한 신뢰, 함께 공유하는 비전에 대한 신뢰, 그리고 우리 관계에 대한 신뢰가 있다.
리처드 애버던과 어떻게 가까워지게 되었나?
모두 함께 일하기를 즐겼기에 자연스럽게 친밀한 관계가 형성됐다. 캠페인 스토리를 의논하는 것부터 세트 위 슈퍼모델들이 스토리에 생명을 불어넣는 모습을 보는 일까지 말이다.
두 거장, 지아니 베르사체와 리처드 애버던과 함께 일했으니 재미있는 비하인드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다.
사실 괴로울 때가 더 많았다. 오빠 지아니 베르사체는 옷을, 그리고 리처드 애버던은 전체, 그러니까 큰 그림을 중시하는 편이었다. 두 사람 모두 개성이 대단히 강했기에, 나는 캠페인 촬영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담당하곤 했다.
그와의 작업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업물은 무엇인가?
케이트 모스, 린다 에반젤리스타, 크리스틴 맥메너미, 크리스티 털링턴 등 당대의 슈퍼모델 12인과 함께한 ‘그룹샷’. 그의 지휘 아래 베르사체의 1993 S/S 컬렉션을 입은 모델들이 맨발로 세트장 위 모래 언덕에 등장했고, 나를 포함한 모든 스태프들은 온종일 모래가 날리지 않도록 고정하는 작업에 매달렸다. 단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디테일을 세심히 살피는 그의 열정은 모두를 감동시켰다. 정말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고 완벽한 사진이다.
한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코닉한 이미지, 다시 말하자면 수많은 걸작을 만들어냈는데, 개인적으로는 1995년의 ‘블론드(Blonde)’ 향수 캠페인이 인상 깊었다. 당신이 직접 모델로 출연하기도 했고. 사진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그의 마법을 가장 가까이에서 봤을 텐데, 그의 피사체가 된 흥미로운 경험을 공유해달라.
촬영 당시, 나는 “음악을 듣는 게 좋을까요?” “무엇을 생각하면 될까요?”라고 그에게 원하는 바를 물었지만 리처드 애버던은 이렇게 답할 뿐이었다. “그냥 금발이 되었다는 것만 생각해요. 내면에 있는 금발의 에너지를 끌어낼수록 더 확실한 금발이 되어간다고 생각해요. 황금빛으로 가득한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살펴보라는 뜻이에요.”
그와의 작업은 베르사체의 아카이브, 유산 그 자체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그의 영향력이 미치는 지점 이 있을까?
리처드 애버던의 마음가짐이라 말하고 싶다. 그는 쉽게 만족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항상 더 잘할 수 있고, 나아질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가르침은 지금까지도 아니, 평생 내 마음속 그리고 베르사체 안에서 살아 숨 쉴 것이다.
- 패션 에디터
- 김현지
- 사진
- COURTESY OF VERSACE © RICHARD AVEDON FOUND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