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뮤지션으로 첫발을 디딘 유주의 이야기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솔로 뮤지션으로 첫발을 디딘 유주의 이야기

2022-07-29T11:52:19+00:002022.07.28|FEATURE, 피플|

뙤약볕의 기세가 조금 물러난 후, 여름 저녁놀을 생각하며 만든 뮤지션 유주의 새로운 싱글 ‘이브닝’이 발매된다. 충만한 여름에 울려 퍼질 설렘의 노래, 올해 솔로 뮤지션으로 발을 디딘 유주가 부른다. 이전보다 한 겹 여유롭게, 또 한 뼘 설레게. 

재킷은 릭 오웬스, 원피스는 스포트막스 제품.

<W Korea> 올해 1월 첫 솔로 앨범 <Rec.>를 발매했다. 이전과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인상이 있었다. 과거 ‘여자친구’ 활동 당시엔 씩씩한 반장 같았다면, <Rec.> 활동에서는 옛 동양화 속 아리땁지만 어딘가 구슬픈 여인 같았달까?

유주 나도 모니터링할 때마다 어딘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옛날엔 내가 봐도 반장 스타일이었는데(웃음). 그땐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려고 애쓰는 소녀처럼 보였다. 사람이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성장한 나의 어떤 모습이 무대에 자연스레 묻어난 것 같다.

최근 출연한 방송을 보니 자신을 ‘8년 차 신인 가수’라고 소개하던데. 솔로 뮤지션으로서는 올해 첫 앨범을 냈는데, 그렇다고 ‘여자친구’로 활동한 그간의 세월을 무시할 순 없으니까. 원래는 팬들이 붙여준 별명인데, 지금 내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인 것 같아서 평소 어디 가면 “8년 차 신인 가수 유주입니다”라고 말하고 다닌다.

<Rec.>는 작년 5월 ‘여자친구’의 활동 종료를 알리고 반년 만에 발매한 앨범이다. 예상보다 빨리 솔로 앨범을 냈다는 인상이 있는데, 이유가 있나? 나로서는 새로 회사로 옮기고 거의 5개월 만에 빠르게 준비한 앨범이다. 다행히 일이 착착 잘 진행돼서 그렇지, 실은 말이 안 되는 스케줄이었다. 그런데 앨범을 준비할 당시만 해도 공식 활동이 거의 전무했고, 팬들이 새 앨범을 기다린 지 이미 오래인 상태였다. 다른 생각보다도 더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당신 말처럼 오래 몸담은 회사를 떠난 직후의 작업이기에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정말 생각해보면 직장을 옮겨본 경험이 없다. 열여덟에 이전 소속사에 들어가서 스물다섯이 되기까지 쭉 활동했으니까. 그래서인지 다시 데뷔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고. 일터를 옮긴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하는 호기심도 있었는데,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걱정한 거에 비해 빠르게 잘 적응한 것 같다.

<Rec.>의 타이틀곡 ‘놀이(Play)’는 솔로 뮤지션 유주로서의 첫 출사표인 곡인데, 어떻게 탄생한 곡인가? 늘 생각하는 건데, 음악은 결국 ‘감정’인 것 같다. 그래서 어떤 감정을 골라 표현할지를 두고 고민이 가장 컸다. 그런데 그 당시 내 안의 발랄하고 쾌활한 감정을 꺼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우울까진 아니더라도 어떤 경계에 머물러 있는 감정이 뭐가 있을까,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내 안에 약간의 화도, 약간의 슬픔도 있었고 한편으론 자신감도 있는 게 보이더라. 한마디로 이런저런 감정이 어지러이 섞여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한 곡의 노래에 환멸도, 자유로움도 다 담아 표출해보자는 생각 끝에 ‘놀이(Play)’가 나왔다.

방금 음악에서 감정이 중요하다 말했는데, 당신이 작사한 ‘놀이(Play)’를 보면 사랑의 감정을 섬세히 포착해냈다는 인상이 있다. 유희와 허무라는 상반된 감각을 포용하는 ‘놀이’란 단어를 불장난처럼 끝나버린 사랑에 빗대지 않았나? 맞다. 사랑한 연인과의 헤어짐을 이중적으로 표현하기에 ‘놀이’만 한 단어가 없었다. 또 곡에서 ‘떠나시네’라는 가사가 반복된다. ‘떠나시네’를 부를 때 어떤 감정을 싣느냐에 따라 슬프고 처절한 여운을 남기는 ‘떠나시네…’가 될 수도 있고, 말 뒤에 물음표를 붙여 확 다른 느낌의 ‘떠나시네?’를 표현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감정은 후자였다. ‘어, 어디 한번 떠나봐. 내가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변할지 지켜봐’ 느낌이랄까.

당신에게 <Rec.>는 첫 솔로 앨범이기도 했지만, 거의 전곡에 작 사 · 작곡으로 참여하며 처음으로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보여준 작업이기도 했다. 앨범을 준비하며 송캠프에도 참여했다 들었는데, 어떤 경험이었나? 너무 신기했다. 정말 다양한 장르의 해외 프로듀서들과 일주일 정도 송캠프를 함께했다. 다 같이 음악을 만들지만 ‘우리 오늘 안에 이 곡 끝내야 해’라는 분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내일이 없는 것처럼 놀아보자’에 가깝다. 모두가 자유롭게, 약간의 알코올을 곁들이면서 음악을 만든다(웃음). 그걸 보면서 ‘이러니까 좋은 음악이 나올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 지금도 그때 만난 프로듀서들과 짧은 영어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가끔 SNS에 들어가보면 여전히 즐기면서 음악을 만들고 있더라고. 바닷가에 앰프를 설치하고, 풀밭에 돗자리 펼치고 피아노 치면서.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음악 작업이었겠다. 너무 다르지. 여태 봐온 프로듀서라 하면 항상 스튜디오에서 아픈 허리를 짚으며 밤샘 작업을 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들은 파티인지 작업 현장인지 모를 분위기에서 일단 ‘웰컴! 드링크!’ 하면서 소주부터 건네고 시작한다(웃음). 이 사람들에게 음악은 일이 아니라, 자신이 미쳐 있는 무언가다. 지금 회사의 A&R팀이 나에게 이런 경험을 가급적 많이 시켜주려고 한다. 올해로 8년 차인데 믹스, 마스터링 등을 하는 스튜디오에도 처음 가봤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든다. ‘이 회사와 고작 앨범 하나 작업했는데 왜 이렇게 처음 겪어보는 게 많지?’ 정말 많이 배우고 있는 중이다.

재킷은 릭 오웬스, 왼손에 착용한 반지는 논논 X 아몬즈, 오른손에 착용한 크리스털 반지는 모두 데이뷰 X 아몬즈, 사각 큐빅이 세팅된 링은 아프로즈 X 아몬즈 제품.

7월 말엔 새로운 싱글 ‘이브닝’이 발매된다 들었다.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인가? 최근 노래가 완성돼서 뮤직비디오 촬영을 앞두고 있다. ‘이브닝’은 <Rec.>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딱 들으면 뙤약볕의 열기가 천천히 식어가는 여름 저녁의 일몰이 떠오른달까. 20대의 설렘을 말하는 노래다. 이제 막 서로를 알아가는 연인 사이 너무 농익지 않은, 풋풋하지만 그래도 어딘가 나아가고 있는 관계를 담아보고 싶었다.

한마디로 ‘썸타는’ 노래? 썸이라 해야 하나? 어쨌든 나른하면서 가슴 콩닥거리게 만드는 노래인 건 맞다. 여름이란 계절감도 넘실거린다. 사실 여름 하면 씨스타 선배님의 노래처럼 청량한 무드의 곡을 많이들 떠올리지 않나. 그런데 나는 뜨거웠던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듣기 좋은 노래는 또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딱 그 타이밍을 생각하면서 작업한 노래가 ‘이브닝’이다.

‘이브닝’ 피처링에는 래퍼 빅 나티가 참여했다. 그와의 작업은 어땠나? 서로 일정 때문에 주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작업했는데, 보통 다른 가수와 곡 작업을 하면 기본적으로 수정이 몇 차례 오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엔 처음 듣자마자 ‘이거다, 내가 딱 생각했던 피처링 분위기다’ 싶어서 수정을 거의 안 했다. 나에겐 없는 빅 나티만의 독특한 천진난만함이 고스란히 묻어난 것 같다. 그가 올해로 갓 스무 살인데 꼭 피터팬 같은 이미지가 있지 않나?(웃음) 왠지 원더랜드에 살 것만 같은 통통 튀는 감성이 있다. 그런 그 친구만의 감성과 내 나른하고 담백한 보컬 톤이 만나서 좋은 시너지가 난 것 같다.

곧 있을 뮤직비디오 촬영 때 다시 또 만나겠다. 사실 오늘도 같이 노래하는 콘텐츠 때문에 짧게 만나고 왔다. 그런데 왜 그런 느낌 있지 않나. 왠지 전생에 남동생이었을 것 같은 느낌(웃음). 물론 어색하긴 했지만 뭔가 금방 친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번 ‘이브닝’ 활동을 통해 듣고 싶은 피드백이 있나? ‘설렘은 유주다’라는 말. 이 말만 들어도 성공일 것 같다. 그런데 사실 피드백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특히 그게 칭찬일 때. 이건 내 성격 때문인데 원체 쉽게 들뜨지 않는다. 칭찬을 들어도 ‘아, 역시 나야’ 하면서 취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차분해진다. ‘그래 이런 건 좋았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다음 앨범에선 이런 걸 해야 해’라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자신에게 엄격하다는 의미인가? 그보다 아주 옛날부터 혼자 들뜨지 않으려는 연습을 했다. 사실 연예인이란 직업이 사람 성격 바뀌기에 아주 좋으니까. 갑자기 수만 명의 사람이 나에게 멋지다고 해주고 팬이란 존재가 생기다 보면 사람이 들뜰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항상 칭찬, 인기에 취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칭찬은 그저 내가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답’ 정도로만 생각하려고 했달까.

롤모델이 누구인지를 보면 얼핏 그 사람을 알 수 있는데, 당신의 롤모델은 오래전부터 김연아였다. 왜 김연아를 동경하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멋지다고 느낀 사람이 김연아 선수였다. 초등학생 때 부모님이 일주일에 딱 하루 컴퓨터를 하게 허락해주셨는데 그때도 게임 말고 김연아 선수 영상만 봤다. 자기 자신을 모질게 단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렴풋이 ‘저게 진짜 멋이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내 가치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김연아 선수다.

그래서 그 유명한 ‘꽈당’ 직캠이 탄생했나 보다. 2015년 ‘오늘부터 우리는’의 야외 공연을 펼쳤을 당시 춤을 출 수 없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는데, 그 무대에서만 당신이 일곱 번을 넘어졌다. 계속해서 넘어져도 일어나 춤추는 모습을 담은 직캠 영상이 조회수 1,000만을 넘기며 화제를 모았다. 어휴, 그때 나와 김연아 선수는 비교가 안 된다(웃음). 김연아 선수의 경기는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무게감이 다른 무대니까. 그때 무대를 하면서 엄청 울었는데 아파서 울었다기보다 그저 슬펐다. 사람들 앞에서 진짜 좋은 무대를 하고 싶은데, 잘하고 싶은데 계속 넘어지니까. 아픈 거야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는데 무대는 한 번뿐이지 않나. 나중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날 미워해서 자꾸 미는 건가 싶기도 했다.

좋은 의미에서 악바리로 보였다. 어렸을 때 그 말 엄청나게 들었다. 주변에서 다 그 얘기였다. 악바리다, 독하다. 또 하나 웃긴 게, 엄마가 말하길 내가 갓 태어나서 산부인과에서 나를 처음 받았을 때 짓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하더라. 소위 ‘썩소’를 짓고 있었다고(웃음). 마치 ‘세상아 내가 나가신다’ 하는 표정이어서 힘든 와중에 엄마가 많이 웃으셨다고 들었다.

셔츠 드레스는 가니, 부츠는 에잇 by 육스, 이어링은 오델리프레 X 아몬즈, 이어커프는 허라디 X 아몬즈제품.

데뷔 전 노래 대회에 숱하게 참가했는데 수상 경력이 상당하다. 어린 시절부터 가수로서의 꿈이 확고했나? 어느 날 문득 ‘나는 가수가 되어야지’란 마음을 품은 게 아니었다. 애기 때부터 어딜 가면 사람들이 노래를 시켰다. 친척끼리 모여 밥 먹고 나면 항상 언니 말고 나를 불러다 노래를 시키고 잘한다, 잘한다 해주셨으니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수가 되어 있더라고. 이후 부모님이 추천해주거나 내가 알아서 대회에도 나가고 오디션도 보러 다녔다. 그래서 연습생 생활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실제 연습생 생활을 하다 보면 꿈과 현실 사이 벽에 부딪치곤 하지 않나? 당연히 그랬지. 태어나서 처음 들어간 기획사에선 4개월 만에 잘린 적도 있다. 내가 속해 있던 보컬팀의 프로젝트가 무산돼서. 지금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 싶은데, 그때 당시엔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심지어 나가라는 통보를 받기 하루 전날 막막한 마음에 보컬 선생님께 ‘선생님 제가 열심히 하면 언젠가 가수가 될 수 있나요?’라고 묻고 선생님께 너무 따뜻한 말씀을 들었는데. 인생 처음으로 사회생활의 쓴맛을 맛본 경험이었다(웃음).

때때로 찾아오는 좌절을 극복하는 당신만의 방법이 있나?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약간 미쳐 있으면 된다(웃음). 어릴 땐 고작 아이스크림 뺏긴 게 인생의 가장 큰 시련이라면, 나이가 들수록 짊어져야 하는 고난의 무게가 달라지지 않나. 그럴 때마다 약간 미쳐 있으면 편하더라고. 예를 들면 ‘여자친구’ 활동 당시 멤버들 모두가 지쳐 있을 때 내가 대뜸 물구나무를 선 날이 있었다. 멤버들이 그런 나를 보고 까르르 웃으며 자지러졌다. 그걸 보고 나도 덩달아 웃었고. 그럼 그 순간을 결국 모두가 웃으면 넘기게 되는 거다.

당신이 가장 충만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자기 전. 오늘도 잘 곳이 있고, 하루가 무탈하게 흘렀고, 편안한 침대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음을 느낄 때. 그게 하루에서 느끼는 가장 큰 행복인 것 같다. 사실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행복하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한다. 행복의 기준이 너무 다양한 것 같아서. 어떨 땐 날씨가 좋으면 그게 행복인 것 같다가도, 어떨 땐 세상이 나를 등진 것만 같기도 하니까. 또 그러다 맛있는 걸 먹으면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야’ 느끼기도 하는 것처럼. 늘 행복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작은 게 행복이라고 생각할수록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이브닝’이 발매될 즈음은 충만한 여름이겠다. 스물여섯 여름, 유주가 꼭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컴백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여름 길거리에 ‘이브닝’이 많이 흘러나왔으면 좋겠다. 길 걷다 우연히 자기 노래 들을 때 되게 기분 좋거든. 여름날 모자를 눌러쓰고 길가를 걷다 내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럼 미소를 짓겠지? 이런 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