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의 문이 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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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론칭한 디즈니+의 아태지역 콘텐츠 및 개발 총괄자가 한국과의 첫 인터뷰를 <더블유>와 나눴다. 

2021년 11월 12일, 큰 기대 속에 디즈니+가 한국에서 론칭했다. 넷플릭스가 강세를 보이는 OTT 시장 구도가 앞으로 얼마나, 어떻게 변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IT 왕국인 월트디즈니 컴퍼니가 OTT에 진출한 점은 그 자체로 화젯거리다. OTT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으로 떠오르고 K 콘텐츠가 갈수록 주목받는 이때, 월트디즈니 컴퍼니에서 아태지역 콘텐츠 및 개발 총괄을 담당하는 인물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제시카 캠-엔글(Jessica Kam-Engle)은 디즈니에 합류하기 전, HBO 아시아/워너미디어에서 오리지널 프로덕션 총책임을 지냈다. 그전에는 베이징과 홍콩 기반의 독립영화 제작자로 활동했고, MTV 아시아, MGM 골드 네트워크, 다우존스 뉴스와이어에서 일하며 다양한 지역의 마케팅 및 세일즈 경력을 쌓았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여러 분야에서 오랜 시간 시장의 흐름과 변화를 주도하고 겪었을 그녀와 서면 인터뷰를 나눴다. 그녀는 ‘스토리텔링’의 중요함을, 그리고 ‘아시아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W Korea> 디즈니+에서 발표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에 2022년부터 선보일 작품 네 편이 있다. 어떤 매력 때문에 론칭 초반의 작품으로 낙점했나?
Jessica Kam- Engle 우선 네 드라마의 장르가 서로 다르고,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강렬한 등장인물, 유명 제작진과 출연진이 함께한다. 강다니엘의 연기 데뷔작인 청년물 <너와 나의 경찰수업>, 이수연 작가의 미스터리 스릴러 <그리드>, 동명의 인기 웹소설이 원작인 로맨스물 <키스 식스 센스>, 이 라인업의 핵심인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 <무빙> 등. 모두 월트디즈니 컴퍼니가 대표하는 ‘스케일’과 ‘창의적인 우수성’이라는 면에서 공통의 강점을 지녔다.

OTT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소재나 주제, 혹은 기획이 따로 있다고 보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형식은 창작자들에게 예술적인 실험을 가능케 한다. 루카스 필름과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협업해 선보인 9개의 단편작 <스타워즈: 비전>이 대표적 예다. 콘텐츠의 형식과 길이에 있어 TV보다 유연하고, 다양한 장르와 형식에 도전하기 좋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온 디맨드’(수요가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시스템) 특성을 띠기 때문에 소비자는 형식, 장르, 스토리 등에서 보다 창의적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디즈니+는 2020년부터 한국 외 다른 아태지역에서 먼저 론칭했다. 그동안 아시아권에 해당하는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었나?
최근 아태지역 내 출시에 대한 반응이 무척 고무적이어서 우리도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먼저 소비자들은 선택권을 원하고, 다양하고 풍성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구독자에게 어필했다는 것. 그리고 대다수 소비자는 글로벌 콘텐츠와 로컬 콘텐츠를 함께 즐기고 싶어 한다는 것. 아시아 시장에서는 현지 언어로 제작된 로컬 콘텐츠에 대한 선호가 강하다. 우리의 과제 중 하나도 글로벌과 로컬 콘텐츠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나라마다 문화와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로컬 콘텐츠는 곧 그 지역에서만 잘 통하는 콘텐츠가 될 수도 있을 텐데.
각 지역의 콘텐츠 제작자가 글로벌 시청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너무 많이 노력하면, 국내외 시청자 모두를 잃게 된다는 말에 나도 동의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전 세계적으로 공감과 인기를 얻은 로컬 콘텐츠는 현지 제작자가 명확한 장르에 맞춰, 진정성이 담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경우였다. 로컬 콘텐츠를 제작할 때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현지 시장의 요구에 충분히 부응하는 일이다. 월트디즈니 컴퍼니에는 모든 주요 시장에서 현지 제작 경험과 소비자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춘 팀이 있다. 또 우리는 로컬 콘텐츠의 잠재력을 믿는다.

최근 전 세계에서 K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당신은 한국 콘텐츠와 시장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뛰어난 대본, 배우들의 인기, 높은 제작 가치, K팝, 패션 및 대중문화의 영향이 모두 결합되어 한국 문화에 대한 경험은 세계적 현상이 되었다. 한국의 이야기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성공은 수십 년에 걸친 한국과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 간의 협업과 교류, 또 보다 세계적이고 폭넓은 관점에서 콘텐츠에 대해 고민한 결과라고 본다. 최근 수년간 한국 내 제작 분야에 투입되는 자본이 늘었고, 뛰어난 인재들이 등장하면서 제작 가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그렇게 한국 콘텐츠가 주목받으면서 더 많은 수요와 공급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당신의 과거 인터뷰를 조사해보니, 아시아의 저력을 상당히 강조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커리어를 쌓으며 아시아의 특징이나 또 다른 특별함을 발견했는가?
나는 아시아가 세계 주요 콘텐츠 강국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확신한다. 아태지역은 미국과 달리 저마다 고유의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가졌다. 이 지역 내에 아직 발굴되지 않은 훌륭한 스토리텔러가 할리우드만큼 많다. 역사적으로 TV 산업은 상당히 지역 집중적이고 파편화돼 있다. 영화 산업의 경우 배급 장벽이 높아 각 지역의 시청자가 우수한 감독과 제작자의 작품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었고. 이제는 전 세계에서 다른 나라의 콘텐츠에 접근하기 쉬운 만큼, 아태지역의 뛰어난 스토리에 대한 수요가 더욱 높아질 거라고 본다.

한국에 ‘대박’이라는 표현이 있다. 당신의 개인적 경험을 돌이켜봤을 때, 잘 될 작품은 공개 전부터 웬만큼 감지가 되던가? 아니면 ‘대박’은 하늘의 뜻에 달린 일인가?
성공하는 작품에는 물론 운이 작용한다. 적중률이나 추세를 예상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어느 정도 예측된 위험도 따른다. 내 경우 다양하게 구성된 완성도 높은 작품의 포트폴리오를 믿는다. 다양한 작품에 투자하면,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작품이 성공 콘텐츠가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디즈니+의 콘텐츠 중에서 당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뭔가?
<코코>. 가장 좋아하는 디즈니 작품이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아트워크
허정은
사진
COURTESY OF DIS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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