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국가대표 신재환, 류성현 선수 화보 & 인터뷰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W올림픽 히어로즈_체조 [신재환, 류성현]

2021-09-26T14:26:44+00:002021.09.24|FASHION, FEATURE, 피플, 화보|

The Story Never Ends 도쿄 올림픽의 막은 2021년 여름 내렸지만, 그 열기는 아직 채 식지 않았다. 모두를 넘어서 마침내 꼭대기에 오른 선수부터 당당한 ‘영 파워’를 보여준 선수,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때 자신이란 원석이 존재함을 증명해 보인 선수까지. <더블유>가 그라운드 밖에서 이들과 함께 특별한 레이스를 펼쳤다.

#W올림픽 히어로즈_체조
 SHIN JAE HWAN ∙ RYU SUNG HYUN 

올림픽 첫 출전에서 부상과 위기를 이겨내며 도마 금메달을 따낸 신재환, 모든 조건을 타고났다는 평을 들으며 마루운동 4위에 안착한 스무 살 류성현. 서로 다른 캐릭터지만 젊은 혈기와 단단한 실력, 꿈을 향한 부단함만은 같은 두 선수는 한국 체조의 현재이자 미래다. 

왼쪽 류성현이 입은 멀티 스트라이프 후디는 1 Moncler × JW Anderson 제품. 팬츠는 올림픽 유니폼. 오른쪽 신재환이 입은 저지 후디는 Gucci 제품. 팬츠는 올림픽 유니폼.

도약하기 전, 긴장이 역력한 얼굴엔 오만 가지 생각이 스치는 듯했다. 입술을 축였다 눈을 깜빡였다 이마엔 진땀이 맺힌 채, 선수는 내달렸다. 힘찬 도약, 세 바퀴 반의 빠른 회전, 착지. 그렇게 퍼즐처럼 4초의 순간이 완성됐다. 신재환은 1차 시기 최고난도의 ‘요네쿠라’ 기술을 완수했고, 2차 시기 ‘여2’ 기술을 실수 없이 해내며 올림픽 첫 출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이 기술 이름들은 각각 요네쿠라 히데노부와 여홍철 전 선수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런던 올림픽의 양학선 이후로 9년 만에, 그리고 한국 체조 역사상 2번째로 획득한 눈부신 금메달이었다.

막상 신재환은 아직도 메달을 딴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기쁘지만 이상하게 허무해요. 자기 전이면 허무감이 밀려들어와요. 5년간 준비한 것에 비해 편하게 딴 느낌이라 그런지. 잘했다기보단 운이 좋았거든요. 월드컵에서 이 정도 했으면 3등쯤 했을 거예요.” 어느 메달리스트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의외의 대답. 자신의 경기가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한 만큼 나오지 않았어요. 제 성에 차지 않는 경기였죠. 도마에 손을 짚을 때 이 기술이 성공할지가 판가름 나는데, 1차 시기 때 안 되겠다고 느꼈거든요.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해 도약 높이가 낮았죠. 그런데 기술이 성공한 거예요.” 금메달리스트는 메달을 딴 환희보다 기량을 다 펼쳐내지 못한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신재환이 입은 프린팅 셔츠는 Marni × Yoox, 안에 입은 터틀넥 톱, 팬츠는 Berluti 제품.

한국 체조의 ‘비밀 병기’라 불린 신재환은 2020년 멜버른과 바쿠 두 번의 월드컵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도마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선수다. 그는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라며 손사래 친다.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건 아닌지 묻자 “아니, 저는 더 낮춰야 합니다. 선수는 오만해지면 안 돼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번 올림픽 경기에서도 3등 예상하고 갔어요. 설레발 치고 김칫국 마시면 뭘 해도 못해요. 생각부터 조심하려 해요. 기대감이 클수록 상실감도 커지니까요.” 그의 꿈 역시 그가 이뤄낸 성과에 비해 소박하다. “이제 세계선수권도 잘 마치고 오는 게 목표고, 파리 올림픽에도 출전하는 게 목표예요. 올림픽은 출전만 해도 영광인 대회죠. 꼭 금을 따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설레발이 되는 거예요.” 신재환은 언제나 ‘너무 과하지 않은 선에서 적당하게’를 미덕으로 삼는 현실주의자다.

자신을 낮추어 말하는 이 선수는 사실 결코 작지 않다. 2018년부터 세계 랭킹 1위를 지켰고 당연히 올림픽 출전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국제체조연맹이 급히 규정을 바꿔 올림픽이 불과 50여 일 남은 시기, 카타르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이 대회 성적이 도쿄행 티켓을 좌우하게 됐다. 이 대회에서 그의 적수이자 세계 랭킹 2위, 요네쿠라 히데노부가 1위를 차지하며 둘은 올림픽 랭킹포인트 동률을 이뤘다. 동률인 경우 최고 성적을 낸 3개 대회 합산 점수를 따져 순위를 가리는 규정에 따라 신재환은 0.07점 차로 가까스로 도쿄행 티켓을 지켰다(신재환이 구사하는 가장 난도 높은 기술, 요네쿠라를 개발한 그 요네쿠라는 정작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신재환은 올림픽 랭킹 포인트 1위를 달성하며 국가대표 선발전 없이 개인종목 출전권을 따낸 유일한 선수가 됐다. 고비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코로나19로 연습에 공백이 생기며 몸이 굳었고, 올림픽 경기 당일엔 만성적인 허리 통증이 극심했다. 하지만 그는 ‘통증은 의식하면 더 아픈 것’이기에 의식적으로 아프지 않다고 생각했다. 손을 도마에 짚는 마지막 순간까지, 위기는 계속됐지만 기술은 성공했고 마침내 금을 목에 걸었다.

신재환이 입은 스태디움 점퍼, 안에 입은 셔츠, 쇼츠, 스니커즈는 모두 Gucci 제품.

금메달리스트의 취미는 음악이다. <불후의 명곡> 스포츠 스타 특집에 나가 최종 우승을 차지할 정도다. 부르는 것만큼 듣는 것도 좋아한다. “혁오, 잔나비 좋아해요. 올림픽 갔을 때 혁오의 ‘ohio’, 잔나비의 ‘November Rain’ 를 계속 들었어요. 긴장을 정말 많이 했는데 경기장 가는 버스 안에서 멍하니 들으니 차분해지더라고요.” 옷에도 관심이 많다. “포상금을 받으면 자영업자인 부모님이 코로나19 때문에 진 빚을 청산하고, 나머진 저축하고 옷을 사고 싶어요. 오늘 화보 재미있었는데. 마지막으로 입은 검정 구찌 재킷, 너무 예뻐요. 그거 살까요? 흐흐.”

세계 랭킹 1위, ‘절대로 타고나지 않았고 노력도 많이 했지만 운이 따라줬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선수의 이름은 있을 재, 굳셀 환이다. 신재환은 다만 자신의 이름대로 살아왔다. 그는 낮춘 만큼 더 높이 뛰어오를 준비가 되어있다.

류성현이 입은 의상은 올림픽 유니폼.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체조 천재. 한국 체조계에서 2002년생 류성현을 부르는 별칭이다. 순발력, 탄성, 신체 조건, 모든 걸 타고났다는 평을 듣는 류성현은 주니어 시절부터 금메달을 휩쓸며 국가대표로 선발됐으며, 2020년 월드컵 대회 마루운동에서 금메달을 차지,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1등으로 선발된 한국 체조의 기대주다.

류성현은 촬영 날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체조를 전공하는 두 친한 선배들과 함께 스튜디오를 찾았다. 지난밤 같이 놀고 자다가 아침에 촬영 간다고 하니 형들이 구경한다며 따라왔단다. 평소 가까이서 지켜봤을 그들에게 류성현이 어떤 선수인지 물었다. “쟨 타고났죠. 겁이 없어요. 체조에선 그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저희는 시키면 생각을 먼저 하고,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데 성현이는 망설임이 없어요. 볼 때마다 놀라워요.” “신체 조건이 유리해요. 상체에 비해 팔다리가 길어 도약에 유리하죠. 거의 완벽하게 기술을 구사해요.” 이번엔 류성현 본인에게 물었다. “타고나긴 했어요. 기술 습득이 빠르고 감각 있는 편이에요.” 그러더니 앳된 얼굴로 배시시 웃는다.

류성현이 입은 멀티 컬러 니트 톱, 팬츠는 Dolce&Gabbana 제품.

류성현이 입은 멀티 컬러 니트 톱, 팬츠는 Dolce&Gabbana 제품.

이번 올림픽에서도 가장 난도 높은 7.0 기술을 선보인 류성현은 착지 실수로 4등을 차지했지만, 그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완벽하게 보여주고 싶어서 가장 난도 높은 기술로 준비했는데, 막상 나가보니 긴장돼서 마음대로 되질 않더라고요. 제가 아직 유리 멘탈이거든요. 아쉽지만 배운 점도 많아요. 턴할 때 다리 꼬이는 것과 착지를 보완해서 이번 세계선수권부터 쭉 메달 따려고요.” 이번 올림픽에서는 마루에만 집중했지만, 다음 올림픽에선 도마에도 도전할 거라는 류성현 선수는 체조 6종 모두 뛰어난 경기력을 가진 ‘올라운더’다. 그가 주 종목으로 마루운동을 택한 이유는 고난도의 기술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 “마루는 다른 종목보다 기술이 더 많고 난도도 다양해서 고난도 기술로 높은 스타트 점수를 선점할 수 있어요. 제가 세계에서 마루운동 스타트 점수가 가장 높거든요.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은 엄청나요.”

이 천재형 선수에게서 타고난 점 외에 노력과 훈련은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할까? “3퍼센트? 하하. 훈련량은 하루 4시간 정도. 평균 수준이에요.” 여기서 동행한 지인이 끼어든다. “성현이가 말은 저렇게 해도 노력형 천재예요. 저희는 운동 이후 대부분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쉬는데, 성현이는 운동 영상을 봐요. PC방에 가도 혼자 체조 영상을 보고 있다니까요.” 류성현은 틀에 맞춰진 훈련보다 자기 주도적인 훈련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선수촌 막내라 선생님들이 잡아서 시키시는데, 자율적으로 훈련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스스로 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류성현은 열일곱 살에 국가대표로 선수촌에 입촌하라는 부름을 받았을 때, 대표팀 훈련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며 당돌하게 거절했고 1년 뒤에 입촌한 바 있다. “우리 세대는 운동을 자율적으로 하는 애들이 많아요. 잡혀서 하는 애들은 많이 없고, 그렇게 해서 성공하는 애들도 거의 없어요. 옛날과 달라요. 정해진 연습 일정 외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중요해요. 생각한 게 있으면 해내고 마는 편이에요.”

류성현이 입은 스태디움 점퍼는 Burberry 제품. 트레이닝 반바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누가 시켜서가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류성현을 움직이는 건 의무감도 승부욕도 아닌 오직 ‘재미와 자기 만족’이다.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덤블링이 놀이였고, 학교를 마치면 놀이터 대신 체조장에 놀러 갔다. “부모님이 운동을 하셨는데 저까지 힘들게 운동시킬 순 없다고 반대하셨어요. 그래도 몰래몰래 체조장에 다녔죠, 재미 있었으니까. 결국 선생님께서 성현이 재능 있으니 체조를 시켜보자고 말씀하신 후에야 겨우 허락해주셨어요.” 류성현의 목표는 파리 올림픽 금메달이다. “주변에서 다음 올림픽은 ‘네 거’라고들 해요. 흐흐. 주변의 기대가 부담스럽진 않냐고요? 아니요. 오히려 힘이 되죠. 마루와 도마에서 금을 두 개 따는 게 목표예요.” 도쿄 올림픽에서 도마 금메달을 딴, 그리고 오늘 촬영을 함께한 신재환과 대결하게 될 터다. “강력한 라이벌이죠. 형을 이겨보려고요.” 또 다른 목표는 류성현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을 만드는 것. “현존하는 난도를 뛰어넘는 최고난도로 만들 거예요. 지금 구상하는 기술은 ‘사바타’라는 기술에서 180도를 더 트는 기술이에요.” 자율적 훈련을 추구하고, 재미와 자기 만족만으로 움직인다는 류성현은 스포츠의 새 얼굴이다. 자기 확신과 힘이 넘치는 그는 경기 직전 자신에게 이렇게 되뇌곤 한다. “나만 믿고 던지자,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