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houett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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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남성과 여성 볼륨의 극적인 대비, 극과 극의 양상을 띠는 실루엣에 관하여.

풍성한 볼륨의 드레스와 첼시 부츠는 모두 가격 미정. 알렉산더 맥퀸 제품.

1. 오버사이즈 패딩 재킷, 셔츠와 넥타이, 가죽 스커트와 부츠는 모두 가격 미정. 프라다 제품. 2. 퍼프 소매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모두 가격 미정. 루이 비통 제품. 3. 가죽 패치워크 톱, 풍성하게 펼쳐지는 캉캉 스커트, 시어한 팬츠, 스틸레토 힐은 모두 가격 미정. 루이 비통 제품.

극강의 판타지

2020 F/W 시즌, 여성 레디투웨어 컬렉션에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커다란 볼륨의 옷이 대거 등장했다. 작정한 듯 보이는 이 디자이너들이 특히 주목한 부위는 어디일까? 먼저 두드러진 어깨를 꼽을 수 있겠다. 드리스 반 노튼, 지방시, 니나 리치 등 다수의 브랜드는 한껏 부풀려 커다란 어깨 셰이프를 선보였고, 이는 일상적 접근이 그나마 용이한 스타일이다. 치마의 볼륨 플레이에 심취한 루이 비통은 벌룬 실루엣 캉캉 스커트를 선보여 모델이 걸어 나올 때마다 치마 부분이 통통 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알렉산더 맥퀸 컬렉션은 커다란 래글런 형태의 소매와 부풀린 허리 볼륨, 이 두 가지 드라마틱한 양상이 동시에 등장했다. 이 외에도 아레아, JW앤더슨, 리처드 퀸, 마린 세르, 할펀, 꼼데가르송 등의 컬렉션에서는 옷을 입은 모델이 하나의 버블처럼 보이는 터질 듯한 볼륨 플레이가 즐비했다. 이들 덕분에 기성복 컬렉션에서 쿠튀르 컬렉션의 판타지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만끽한 것은 이번 시즌의 가장 큰 재미 요소. 올 가을과 겨울, 진정으로 용기를 내야 하는 순간이 생긴다면 과장되고 커다란 실루엣을 선택해보는 건 어떨까.

1. 꼭 끼는 터틀넥 톱, 넉넉한 팬츠와 슈즈는 모두 가격 미정. 발렌시아가 제품. 2. 하얀색 셔츠는 가격 미정, 슬림한 팬츠는 1백14만원, 지퍼가 달린 니트 웨이스트 코트는 58만원, 부츠와 링은 가격 미정. 모두 지방시 제품. 3. 몸에 딱 맞는 패턴 니트 베스트, 팬츠, 부츠는 모두 가격 미정. 프라다 제품. 4. 어깨가 큰 더블브레스트 재킷, 안에 입은 블라우스, 스키니한 데님 팬츠는 모두 가격 미정. 생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제품.

극적인 도발
20년 전 에디 슬리먼과 라프 시몬스가 누가 더 슬림한 슈트를 만들 수 있는지 전쟁을 벌이던 그시절이 재현됐다. 벙벙한 스웨 트셔츠와 트랙 팬츠가 세상을 지배하는 듯한 시절을 지나 가늘고 기다란 실루엣이 이번 시즌 남성복의 키워드가 된 것이다. 가 늘다 못해 납작하고 긴 남성 실루엣은 비단 슈트뿐이 아니었는데, 이 담대한 변화의 시작은 에디 슬리먼의 셀린느라고 생각한다. 에디는 2019년 봄/여름 그의 첫 셀린느 쇼에서 늘 그랬듯 좁고 긴 실루엣의 의상을 대거 무대에 올렸고, 그 이후 남성복 시장에 ‘슬림함’이 키워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불편함의 미덕을 기꺼이 수용한 채 좁고 긴 슈트와 가죽 팬츠를 선보이는 셀린느, 어깨가 크고 각진 재킷과 스키니한 팬츠를 조합한 생로랑, 니트를 더욱 작게 만들어 허리가 드러나는 실루엣을 고안한 프라다와 구찌, 니트 커머밴드로 허리만 조인 지방시, 더욱 적극적으로 몸을 드러낸 루도빅 드 생 세르냉과 아크네 등 그 면면도 다채롭고 활용성도 뛰어나다. 그 시절의 에디 슬리먼과 라프 시몬스에 대한 향수 때문일까. 이번 시즌, 남성들은 우아하고 아름답게 몸을 드러내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패션 에디터
김민지
포토그래퍼
박종하
모델
윤보미, 수민
헤어
이영재
메이크업
황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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