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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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런던 패션위크를 디지털로 처음 진행한 영국패션협회장 캐롤라인 러시(Caroline Rush).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을 가르는 중요한 시점이 될 2021 S/S 시즌을 앞두고 이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영국패션협회를 총괄하는 캐롤라인 러시.

격변하는 이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이번 팬데믹은 그간의 패션 체계를 총체적으로 되돌아보게 해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기회가 되었다. 나아가 지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패션 산업의 속도를 늦추게 도와주기도 했다. 많은 패션 브랜드가 생산 과정과 컬렉션 일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고, 앞으로 컬렉션 발표와 캣워크 형식의 패션쇼를 줄이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영국패션협회에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응 하기 위해 ‘BFC 파운데이션 패션 펀드’를 만들었 다. 지난 5월에 우리는 1백만 파운드의 긴급지원금을 조성해 절박한 상태에 빠져 있는, 그러나 이 고비만 넘기면 다시 번창할 실력을 갖춘 영국 디자이너 37팀을 지원했다. 또한 패션 리테일 쪽에 서도 불필요한 생산을 줄이고, 소비자들이 그 시 즌에 필요한 것만 살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가 폭 넓게 펼쳐지고 있다.

영국패션협회(British Fashion Council)가 하는 일이 어떤 것들인지 알고 싶다. 영국 패션을 국제 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1983년 설립되었다. 우리 는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을 포함해 신진 디자 이너 발굴, 사업 지원, 그리고 패션위크, 전시 등 다양한 방면으로 많은 디자이너를 지원하고 있 다. 무엇보다 영국 패션을 홍보하고 영국 패션 디 자이너와 브랜드가 영국 내에서, 또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 BFC 보그 디자 이너 패션 펀드, BFC 지큐 디자이너 맨즈웨어 패 션 펀드, (여성복, 남성복, 그리고 액세서리를 모 두 포함한) 뉴젠, 그리고 영국 디자이너를 위한 자선기금인 BFC 패션 트러스트 등을 들 수 있다. 영국패션협회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로는 런던 패 션위크, 런던 쇼룸, 그리고 패션계의 새로운 혁신 을 축하하는 자리인 패션 어워드가 있다.

지난 6월 첫 번째 런던 디지털 패션위크를 진행 했다. 아쉬웠던 점과 성과는 무엇인가? 다행히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이전에 비해 참여 하는 컬렉션 숫자가 적은 점을 비판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평소와 같은 숫자의 컬렉션을 보여주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러 나 이번 디지털 패션위크에서 120명에 이르는 디 자이너와 패션 관계자들은 기대 이상의 창의적인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줬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오간 다양한 논의와 토론을 통해 패션 산업 시스 템을 새롭게 조정했으며, 패션계 역시 인종 다양 성과 지속 가능성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이슈인 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디지털 패션위크를 통해 많은 디자이너와 파트너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 하여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스토리텔링을 마음껏 펼칠 수 있기 바란다. 조금씩 록다운 제한이 풀리 고 있으니 컬렉션 작업도 재개될 텐데,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디지털 패션위크에 참여했으면 좋 겠다. 그들이 앞으로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자신 의 디자인 철학과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결합시킬 지, 그리고 새로운 방식인 디지털 패션위크를 어 떻게 활용하게 될지 무척 궁금하다.

프릴을 활용한 여성스러운 실루엣이 특징인 브랜드 teija의 룩북.

로고, 슬로건 등을 위트 있게 표현하는 스트리트 브랜드 8igb.

오는 9월에 열릴 메인 컬렉션이 패션 산업의 방향과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을 가르는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다.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9월에 열릴 런던 패션위크는 정부 지침에 따라 주로 디지털 채널과 소수의 오프라인 행사로 구성해 진행될 예정이다. 아직 몇 개의 브랜드가 물리적 쇼와 이벤트를 진행할지 알 수 없는 상태 라 9월에도 디지털 이벤트와 쇼가 주를 이룰 것 으로 예상한다. 라이브로 진행된 이벤트, 모금 활 동, 그리고 3D 전시와 브랜드 필름 등 새롭고, 혁 신적이며, 유익한 콘텐츠를 풍성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그리고 디지털 패션위크를 진행하면서 많은 IT 기업이 패션 기업을 도와주고 싶어 한다 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패션 산 업에 가져온 긍정적인 기회다. 디자이너들이 3D, VR, AI 등등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도입한다면, 더 많은 온라인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고, 패션업계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이다.

서울과 런던 두 도시는 패션위크를 통해 활발하게 교류했다. 다가올 패션위크에는 어떤 식으로 협력하면 좋을까? 지난 몇 년간 서울 패션위크에 영국 디자이너들이, 그리고 영국 패션위크에  울 디자이너들이 참여하며 즐겁게 협력해왔다.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은 영국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는 아주 중요한 시장이며, 우리 또한 서울 패션위크와의 관계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가올 패션위크에서 어떤 식으로 협력할 수 있을지는 아직 얘기 중이다. 아마 우리 모두가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을 때까지는 디지털 협업 위주로 진행되지 않을까.

앞으로 컬렉션과 패션위크는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해볼 수 있을까? 새롭고 낯선 환경에서 영국패션협회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팬데믹 상황이 아니어도 패션 지형에서 디지털 비중이 높아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시기가 당겨진 것일 뿐. 이번 디지털 런던 패션위크 플랫폼을 만들면서 정말 오래 갈 것을 만들고 싶었다. 이 디지털 플랫폼은 앞으로도 런던 패션위크의 핵심 장치로 활용될 것이며, 또한 세계적인 기업과 바 이어들, 그리고 학생들 모두 영국의 멋진 디자인과 인재들에 대해 찾아보고 배울 수 있는 새로운 매체가 될 것이다. 지난 6월에 디지털로 선보인 런던 패션위크 콘텐츠는 계속 업로드할 거고 새로운 콘텐츠도 꾸준히 올릴 예정이다.

패션 에디터
이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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