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된 치료법은 모르는 게 바로 흉터다. 흉터가 신경 쓰이는 계절, 이 보기 싫은 흔적을 싹 지워줄 방법을 피부과 전문의에게 물었다.
흉터야말로 몸에 새긴 역사다. 흉터 없는 어른이 있을까?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흉터를 가지고 있고 그 흉터가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 기억한다. 나는 아직도 오른쪽 손등에 자리한 1cm 가량의 작은 흉터를 볼 때마다 내가 아홉 살 때 살던 집과 창문의 구조가 선명히 떠오른다. 내 방 여닫이 창문 모서리에 긁혀 상처가 났기 때문이다. 당시엔 아픈 것보다도 그날 피아노 레슨이 있는 날인데 이 정도 상처면 레슨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신났던 기억이 난다(안타깝게도 손등에 난 상처로는 레슨을 빠질 순 없었다). 그땐 몰랐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흉터를 보게 될 줄은! 얼굴 왼쪽 눈썹 속에도 작은 흉터가 있는데, 다섯 살짜리 조카를 카 시트에 앉히다 차 문 모서리에 찍힌 것이다. 정신없이 애를 태워 보내고 엘리베이터 거울 속에서 피가 흐르던 얼굴을 봤을 때의 충격이란! 근처 대학 병원 응급실에 갔더니 찢어져서 봉합이 필요한데 얼굴이라 성형외과 의사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온갖 사고의 환자들을 목격하면서 응급실 한쪽 구석에 앉아 불안에 떨며 기다리기를 2시간, 의사가 하품하며 나타 났을 때 든 서러운 기분이란. 콜이 오면 내 일처럼 달려오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의사는 현실에선 드문 걸까? 하지만 굳이 기다린 보람은 있어서, 지금 보면 흉터가 보일까 말까다.
그러나 크고 작은 실수와 사고를 추억하게 해준다고 해서 흉터를 남겨두고 싶은 사람은 없다. 흉터에 관한 진리는 안 보일수록 좋다는 것이다. 상처가 난 뒤엔 왜 보기 싫은 흉터가 남는 걸까? “흉터는 피부가 상처를 입었을 때 손상 부위를 치료하기 위해 우리 몸이 행동을 개시하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혈관을 형성해 영양분을 제공하고 콜라겐을 합성하며 섬유아세포를 통해 빠른 치유를 도모하죠. 만약 상처가 진피층까지 깊이 난 경우, 진피를 새로 형성하는 과정에서 콜라겐이 활성화됩니다. 문제는 콜라겐이 손상 부위를 메울 정도만 형성되지 않고 과다하게 증식하며 피부를 밀고 나올 때죠. 이게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흉터입니다.” 차앤박피부과 김홍식 원장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상처는 자연적으로 치유되지만 그 깊이나 길이, 폭과 방향, 생긴 부위, 피부 타입과 혈액 순환의 상태에 따라 흉터의 모양이 결정되며, 나이나 유전적 요인, 자외선 등의 영향도 받는다. 이렇게 생긴 흉터는 사라지는 데 1년이 걸리기도 하며,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도 한다. 흉터는 젊은 피부에 더 잘 남고, 움직임이 많은 관절 부위, 피부가 두꺼운 부위 등에서 튀어 올라오거나 넓어지기 쉽다. 반면 얼굴 피부는 얇고 피지선이 발달되어 있어 상처도 빠르게 치료되고 흉터도 덜 남는다.
후시딘 바를까? 마데카솔 바를까?
흉터가 남지 않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처가 나자마자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다. 겉보기엔 가벼운 상처로 보일지라도 진 피층까지 파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와인피부과성형외과 김홍석 원장은 “상처 발생 후에는 외부 균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해당 부위를 깨끗하게 유지해 2차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죠.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해 2차 감염을 일으키면 패혈증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거든요. 흉터 부위가 당겨 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자외선의 영향이 없도록 물리적으로 가리고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었다면 자외선 차단제도 발라야 합니다. 처방받은 연고를 꾸준히 바르고 외부 환경에 의한 영향을 최대한 방어하며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죠” 라고 설명한다. 타임톡스피부과 윤지영 원장은 보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사람의 몸은 70% 이상이 물로 되어 있죠. 피부도 마찬가지예요. 피부 세포 속에 물이 가득 들어 있으면 재생이 잘됩니다. 그래서 피부에 상처가 생기면 습윤 밴드를 해주거나 연고를 발라서 피부 내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거죠.”
가벼운 상처가 났을 때 가장 일반적인 치료 방법은 흐르는 물에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씻은 뒤 연고를 바르는 것. 이때 상처의 진행 상황에 맞게 알맞은 연고를 선택하는 것이 관건이다. 김홍석 원장은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작은 상처는 후시딘과 같은 연고를 바르면 돼요. 후시딘은 항균 효과가 있는 항생제 성분이 포함돼 2차 감염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너무 오래 사용하면 항생제 내성이 생길 수 있으므로 1주일 이내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마데카솔은 피부 재생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죠. 병풀 추출물이 주요 성분으로 포함되어,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문 뒤 콜라겐 합성을 돕고 새살이 빨리 돋게 하여 흉터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가벼운 화상이나 일반적인 상처 치료에 사용하면 좋죠. 참고로 약국에 서 판매하는 마데카솔의 경우 항생제가 포함되어 있지만 후시딘보다는 적은 양이고, 편의점에서 구매 가능한 마데카솔은 항생제 성분이 없으므로 2차 감염은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세요.” 만약 예전에 흔하게 바르던 ‘빨간약’ 포비돈요오드를 아직까지 사용한다면, 좁고 얕은 상처에만 사용하는 것이 좋 다. 넓은 부위에 바를 경우 요오드가 몸에 과량 흡수돼 세균뿐 아니라 정상 세포 기능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 적절한 제품 선택만큼 중요한 것은 유통기한. 상처 연고는 한두 번 쓰고 방치하기 마련이라, 막상 바르려고 보면 유통기한이 훌쩍 지나기가 십상이다. 오래된 것은 과감히 버리고, 애초에 용량이 작은 것으로 구입하는 것이 낫다.
연고를 바른 뒤엔 상처 부위를 보습하고 외부 균의 침입을 막기 위해 딱지가 지거나 아물 때까지 습윤 재생 밴드를 붙여두는 것 도 도움이 된다. 이런 밴드는 상처를 치유해주는 우리 몸의 상호 작용의 산물인 진물이 머물게 해준다(밴드 접착제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는 사용하지 말 것). “상처에서 나오는 삼출액을 습윤 밴드가 흡수하면 하얗게 부풀어 오릅니다. 감염이나 붉어짐 등 이상이 없는지 2~3일 지켜본 후 괜찮다면 3~5일 정도는 떼어내지 말고 기다리면 됩니다. 폼 소재의 밴드는 건 조한 상처에는 사용하지 말고, 유착되지 않도록 3일 정도 간격 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습니다.” 김홍석 원장의 설명이다.
상처가 나으면 흉터 치료 차례
사람들은 상처와 흉터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지만 이는 엄연히 다르다. 상처가 다 나은 뒤에 남는 것이 바로 흉터. 상처를 잘 치료했는데도 흉터가 남았다면 이제 흉터를 치료하기 위한 전용 연고를 발라야 한다. 흉터 관리 제품은 딱지가 완전히 떨 어지고 새살이 돋은 후 사용하는데, 이런 흉터 크림에는 뜻밖에도 양파 추출물이 많이 사용된다. 양파 추출물(세파연조엑스)은 항염, 항균 작용을 통해 흉터 조직이 과도하게 생성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며, 피부 자극과 부작용이 적고 비교적 저렴해 많이 쓰인다. “이 외에 콜라겐 구조를 느슨하게 하여 흉터 조직을 촉촉하게 하고 섬유아세포의 과다 증식을 억제하 는 헤파린, 각질을 용해하여 약물이 잘 침투하도록 돕고 상처 조직에 수분을 공급하는 알란토인, 손상된 피부 조직의 재생을 촉진하는 게스판테놀 성분이 흉터 치료제에 많이 사용되는 성분이죠.” 김홍식 원장의 설명이다. 실리콘 성분도 흉터 치료에 자주 쓰이는 성분 중 하나다. 실리콘겔이 튀어나온 흉터 부위에 코팅막을 만들고 흉터를 촉촉하게 유지시켜 섬유아세포의 과다 생성을 막고 안정화하는 효과가 있다. 임상 연구에 따르면 이런 연고들은 흉터가 생기기 시작할 때부터 오랜 시간 꾸준히 사용해야 도움이 되며 소량씩 여러 번 마사지하며 발라야 효과가 있다고. 다만 흉터가 생긴 지 오래된 경우에는 그 효과가 크지 않다고 한다.
사라지지 않는 흉터 고민
작은 흉터들이야 처치를 잘하면 그만이지만, 연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심한 흉터, 수술 후 남은 흉터는 쉽게 사라지기 힘들다. 흉터의 종류와 원인, 내 피부 타입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므로 조기에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최선. 레이저와 주사 치료는 가장 보편적인 흉터 치료 방법이다. 윤지영 원장은 “콜라겐 재생이 과도하게 이뤄지면서 볼록하게 솟은 흉터는 피부를 얇게 깎아내는 어븀 레이저나 CO2 레이저를 써볼 수 있죠. 때에 따라 볼록 솟은 부위를 꺼뜨리는 코르티솔을 주사해 염증을 억제하고 결체 조직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켈로이드성 흉터처럼 튀어나온 흉터는 냉동 액화 질소 치료를 하거나 해당 부위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하기도 한다. 김홍식 원장은 다이(Dye) 레이저처럼 혈관 증식을 막는 레이저나 진피층의 재생을 촉진하는 MLA, DRT 레이저 등을 이용하여 피부 결을 재생시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반면 세로로 긴 흉터는 방향에 변화를 줌으로써 눈에 띄지 않게 할 수 있다. 흉터를 열어 지그재그 모양으로 작게 절단한 후 섬세하게 꿰매는 방법으로 약간 들쭉날쭉한 이 선은 완치 후에는 멀리서 눈에 띄지 않게 된다고. 보톡스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갑상선 수술 후 목 부분에 흉터가 염려될 때 이 부위에 보톡스를 맞으면 주변 근육이 활동을 덜 하면서 흉터가 방해 없이 치유될 수 있다고. 이 외에 많은 이들이 고민하며 지긋지긋하게 생각하는 흉터는 바로 여드름 흉터일 거다. 김홍식 원장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여드름 ‘자국’인지, ‘흉터’인지에 따라 다른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자국과 흉터는 혼동 하기 쉽지만 치료 방법이 달라요. 여드름이 났던 자리에 자외선을 받아 더 진해지는 것은 ‘자국’이 남은 상태에서 색소 침착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흉터’가 진해지거나 깊어지는 것은 아니죠. 여드름으로 턱에 남은 흉터 혹은 자국은 아무래도 손으로 만지거나 하는 접촉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 염증과 치유가 반복되면서 자국으로 고착화되기 쉽습니다.” 자국은 주로 색소 레이저로 치료하며, 파인 여드름 흉터는 화학적 박피를 하거나 재생 레이저로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에서 말한 MLA, DRT를 비롯해 롱펄스, 프락셔널 레이저가 주로 쓰이며, PLC(Polylactic Acid)라는 강력한 콜라겐 재생 물질을 흉터 부위에 주입하여 여드름 흉터 치료에 이용하기도 한다.
결국 흉터와 잘 이별하는 방법을 정리해보자면 요점은 이렇다. 가벼운 상처든, 큰일을 겪고 생긴 깊은 상처든 내버려두지 말기. 생겼을 때 바로 전문가를 찾아가 제대로 치료하기. 그럼에도 지울 수 없는 흉터는? 새로운 상처를 예방할 교훈과 역사로 받아들이기.
- 뷰티 에디터
- 이현정
- 사진
- xander Straulino/ Trunk Archive/ Snapper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