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미를 허용치 않는 봄/여름 시즌을 앞두고 준비한 2020 S/S 커스텀 주얼리 트렌드.
예술이야
이게 작품이야 주얼리야? 아트가 주얼리의 영역으로 들어올 때. 일상과 패션에서 예술을 향유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아티스틱 주얼리의 향연이 이어졌다.
버스 손잡이
현대적인 세련미와 복고풍 아름다움을 동시에 표현하는 후프 이어링이 이번 시즌엔 어깨가 닿을 만큼 커다란 크기로 등장한다. 돌체앤가바나와 프로엔자 스쿨러, 베르사체처럼 가장 간결한 금속 소재부터 크기가 점점 커지는 여러 개의 원으로 이루어진 엠포리오 아르마니와 프라발 구룽, 도형적인 형태의 발맹과 구찌, 파코라반 등에서 변형된 후프 디자인의 현주소를 확인할 것. 링 크기가 클수록 어려 보이고 경쾌한 느낌이 강조되는데, 얼굴 골격을 보정하는 효과도 있으니 도전할 만하지 않을까.
동물의 왕국
옷차림에 판타지와 스토리를 더하는 모티프 중 하나인 동물. 진지하고 포멀한 룩에 힘을 빼고 재미를 주기에 동물 장식 주얼리만큼 적당한 것도 찾기 어렵다. 돌체앤가바나의 불독 귀고리, 에르뎀의 표범 브로치와 귀고리, 마크 제이콥스의 고양이 목걸이, 오스카 드 라 렌타의 곤충 뱅글에서 동물 주얼리의 해석을 확인할 것.
진주의 반란
본래의 성질을 비틀어 다르게 해석하는 걸 즐기는 디자이너들은 단아하고 클래식한 보석의 상징인 진주 역시 반항과 젊음의 상징으로 등장시킨다. 이번 시즌에도 진주의 틀을 깬 독창적인 스타일이 이어지는데, 프라발 구룽은 기하학적인 곡선과 스터드 장식을, 시몬 로샤 역시 뿔을 연상시키는 뾰족한 금속 장식으로 로맨틱한 드레스에 펑크 요소를 더했다. 밧줄과 나무, 금속을 조합해 진주 목걸이를 완성한 미우미우는 이질적인 조합이 주는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스님 묵주, 부활절 달걀, 무당 방울…” 올록볼록한 펜디의 금속 반지를 보고 피처 에디터가 던진 말에 웃음이 터진 기억이 있다. 구명용 튜브를 연상시키는 페라가모의 목걸이나 해녀들이 바다에 나갈 때 쓰는 도구인 테왁이 떠오르는 겐조의 귀고리, 시계와 신용카드 모양을 똑같이 만든 발렌시아가의 귀고리 역시 패션계에서 벗어난 이들의 코멘트가 예상되는 것들이다.
쇠사슬 어택
요즘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뉴 보테가 베네타의 대담한 커스텀 주얼리 가운데 목걸이에 시선을 빼앗긴 이들이 많을 터. 기본적인 니트웨어와 원피스에 존재감을 발휘하는 체인 목걸이 하나로 스타일의 완성도를 확실히 높인 그것 말이다. 샤넬의 여성스러운 레이디라이크 룩, 알렉산더 매퀸의 고스 룩, 마르키스 알메이다의 캐주얼 룩, 짐머만의 휴양지 룩 등에 걸쳐주기만 하면 묘하게 세련된 느낌이 든다. 조금 낯간지러운 샤랄라풍 원피스나 포멀한 드레스 등 반대되는 개념의 스타일에 걸쳤을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되니 참고할 것. 토리 버치처럼 허리에 벨트처럼 두르거나 여러 겹 겹쳐 팔찌로 착용하는 등 활용도가 높다.
초커를 두르고
목을 두 겹으로 옥죄는 존재감 강한 스테이트먼트 초커부터 영화 <레옹>의 마틸다 패션을 재소환하게 하는 검은색 패브릭 디자인, 옷의 일부가 된 여러 가닥의 그물 형태, 심플한 일자 라인까지, 다양한 스타일에 적용할 만한 초커가 대거 등장했다. 가장 기본 단계로 베르사체의 금속 초커부터 시작하면 되고, 구찌까지 점점 확장해보면 스타일링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싱글레이디
짝을 잃어버린 귀고리도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시대. 이번 시즌 역시 수많은 디자이너가 싱글 이어링을 스타일링 무기로 삼았다. 일자로 뚝 떨어지는 간결한 선이나 도형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청동기 시대의 주물로 만든 듯한 형태와 톱니바퀴 스타일, 가느다란 체인 형태가 겨드랑이 아래까지 타고 흐르는 디자인 등 아티스틱한 접근이 주를 이룬다.
푸른 바다의 전설
무한한 젊음과 영감의 원천이 되는 해양의 세계. 단순히 형태나 모티프만 따온 게 아닌 가공이 덜 된 질감과 사실적인 형태가 특징이다. 프라다의 대담한 소라 귀고리와 목걸이, 마린 세르의 뿔소라 귀고리, 발렌시아가의 조개껍데기 귀고리, 비비안 웨스트우드만 보더라도 느낌이 온다. 당장 바다로 달려가 조개와 소라, 가재를 가져오고 싶지 않나.
- 패션 에디터
- 이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