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흘리는 건 눈물이 아냐
서울의 평균 낮 기온이 30도를 돌파했습니다. 바야흐로 완연한 여름에 진입한 것이죠. 이 계절을 유독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땀’입니다. 손은 물론, 겨드랑이와 발, 정수리 등에 차오르는 땀 때문에 자유로운 활동이 제약되기도 하죠. 간혹 땀의 양뿐만 아니라 퀴퀴한 냄새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데요. 사회생활이 신경 쓰일 정도로 악취가 느껴진다면 몸의 이상신호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사실 우리 땀은 ‘무색 무취’의 액체거든요. 땀과 건강에 얽힌 상관관계, 간단명료하게 짚어봅니다.
땀 냄새로 고생한다면, 액취증을 의심해 보기
우리 몸에는 약 200~500만 개의 땀샘이 있습니다. 땀샘은 에크린샘과 아포크린샘으로 나뉘죠. 에크린샘은 전신에 분포하며, 끈적임이나 냄새가 거의 없는 투명한 땀을 배출합니다. 땀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나는 ‘다한증’이 에크린샘의 과도한 분비로 발생합니다. 이와 비교해 아포크린샘은 주로 겨드랑이나 귀, 눈꺼풀, 배꼽 등에 존재하며 이 중 95%가 겨드랑이에 분포해 있습니다. 에크린샘과 달리 단백질, 당질, 지질 등을 포함해 점도가 높은 것이 특징인데요. 아포크린샘에서 나오는 단백질이 세균을 만나 반응하면 지방산과 암모니아를 만들고, 특유의 퀴퀴한 냄새를 유발하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암내’의 원인이죠. 이는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사회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냄새가 심해 고민이라면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땀에서 냄새가 과하게 나는, 이른바 ‘액취증’ 환자를 살펴보면 겨드랑이 아포크린샘이 아주 크고 숫자가 많은 공통점을 가졌다고 하죠. 성별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발생 빈도가 높으며, 노인에게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동양인에 비해 서양인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었으나, 최근 들어 서구식 식생활이 보편화되면서 국내에도 액취증 발생 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액취증 증상이 비교적 가볍다면, 샤워를 자주 하고 땀을 억제하는 약제를 바르거나, 살균 작용이 있는 약용 비누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여름에는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냄새가 잘 없어지지 않거나 증상이 심하다면 수술 등의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땀으로 인한 옷 변색, 색한증일수도
우리 몸에서 나는 땀이 노란색, 녹색, 심지어 푸른색을 띨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아시나요? 바로 ‘색한증’의 증상인데요. 우리나라는 외국보다 유병률이 매우 적은 편이지만, 아포크린샘이 유전적인 이유로 변형됐거나 대사 장애가 있을 경우 나타나는 질병입니다. 색한증이라 해도 땀이 눈에 띄게 색깔을 띠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컨디션에 따라 우리 땀이 엷은 색상을 띠기도 해서 구분이 어려운 게 사실인데요. 보통 흔하게 발견되는 ‘옅은 노란색’의 땀은 콩팥 기능이 떨어지거나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종종 나타나곤 합니다. 자고 일어났을 때, 베개나 옷에 노랗게 땀이 배어 있는 것처럼요. 갈색이나 녹색은 간부전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간 기능이 떨어져서 손이나 발바닥에서 담즙이 섞여 나오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붉은 땀은 ‘리팜핀’이나 ‘퀴닌’ 같은 결핵약을 복용한 것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 외에 검푸른색, 푸른색, 짙은 녹색 혹은 노란색이 나타나고 경우에 따라 따끔따끔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조직 검사나 혈액검사 등으로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유전으로 인한 색한증인 경우 특별한 치료법이 없지만, 다른 질환이라면 대부분 치료가 가능합니다. 외부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 원인을 밝혀 접촉을 피하고, 미생물이 원인인 경우 국소 항생제를 도포하는 것이 도움이 되니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세요. 투명한 땀을 흘려도 젖은 천이 세균에 오염되면 시간이 지나 황토색, 녹색, 분홍색 등으로 땀 색깔이 변하기도 하니, 섣부른 걱정은 넣어두고 평소 본인의 몸을 잘 관찰하는 습관을 가져보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