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여름휴가가 끝나고 남은 것은 따갑고 벗겨지는 피부. 선번 후유증으로 고생 좀 해본 언니들에게 애프터 선 케어 팁을 들었다.
서머 화보 촬영차 떠난 4월, 태국 코사무이의 태양은 강렬했다. 강렬해도 너무 강렬해서 땡볕 아래 촬영을 마친 스태프 대부분이 선번을 입고 말았다. 아니, 자외선 차단제도 안 바른 거냐고? 모자와 긴 옷은 챙기지 않았느냐고? 바르고, 쓰고, 입고 다 했는데도 그랬다. 철마다 자외선 차단 기사를 쓰는 뷰티 에디터답게 SPF 50/PA+++ 자차는 기본, 별도로 무기 자차, 선스틱, 보디용 선블록까지 꼼꼼히 챙겨 발랐음에도, 선번은 아차 하는 사이였다. 그중에서도 동남아라면 지겹게 갔을 베테랑 모델 박세라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류현정이 심하게 선번을 입었다. 그녀들이 일광 화상을 입은 건 오전 11시경. 다른 스태프들이 촬영지 헌팅하는 사이 잠깐 짬이 나서 바다에 뛰어들었을 뿐이었다. 얼굴은 물론 보디까지 선크림을 꼼꼼히 발랐지만 1시간 만에 수영복으로 가린 부분을 제외한 어깨와 등, 가슴이 모두 벌겋게 달아오르고 말았다. 타임톡스 피부과 윤지영 원장은 휴양지에서 선번을 입는 건 대부분 자외선 차단제를 충분하지 않은 양, 그것도 한 번 정도 바른 뒤 물놀이하다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바닷가나 수영장에서 물놀이에 여념이 없다 보면 그나마 바른 선블록마저 어느새 물과 땀에 씻기고 말죠.” 특히 하얀 피부였던 세라는 정말 불타는 고구마처럼 빨갛게 익었고 따가움과 통증에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고. 차앤박피부과 송원근 원장은 선번을 입으면 처음에는 피부가 붉게 부풀어 오르고 심하면 물집까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화끈거리는 부분에 얼음주머니나 냉타월을 올려 열을 식히는 게 우선이죠. 찬물로 샤워하거나 냉장고에 넣어둔 무알코올 화장수나 찬 우유를 거즈에 묻혀 열이 나는 부위에 얹어두면 도움이 됩니다.” 만약 통증으로 화끈거려 누워 있지도 못할 정도면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물집이 생겼을 땐 절대 만지지 말고 차가운 물로 열을 식힌 뒤,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는 것이 상책. “피부과에 당장 갈 수 없는 경우 일단 통증을 완화할 진통제가 필요하죠. 비스테로이드 계통의 항염증제인 아스피린이나 인도메타신(Indomethacin) 성분의 경구약을 복용하거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윤지영 원장은 민간요법은 피하고 빠르게 내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피부과에서는 화상 부위를 식히고 2차 감염이 일어나지 않게 드레싱 및 약물 처방을 합니다. 간혹 민간요법으로 감자나 오이를 붙이곤 하는데, 자칫 접촉성 피부염으로 번져 영구적인 색소 침착이 생길 수 있어요. 실제로 환자 중에 얼굴에 오이를 붙였다가 오이 모양 그대로 착색이 된 분도 있었죠.”
실제로 그날의 선번 이후 박세라와 류현정은 냉장고에 토너와 진정 기능의 시트 마스크를 넣어두고 저녁마다 열이 나는 곳에 붙였다. 리조트 내의 마사지 숍에 가 매일 수딩 케어도 받았는데, 비슷한 화상 환자가 많은지 선번 프로그램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유칼립투스같이 자극적인 아로마 오일은 피하고 코코넛 오일을 쓸 것을 권하더라고요. 붉게 달아오른 부분은 알로에와 코코넛이 풍부하게 함유된 젤을 발라주었는데, 덕분에 피부가 한결 진정됐어요.” 송원근 원장은 일반적인 선번은 건드리지 않고 관리만 잘 한다면 3~4일이면 저절로 가라앉는 다고 말한다. “물집이 터져 세균 감염으로 곪거나 오한, 발열 등 전신 증상이 생길 수도 있죠. 심한 경우에는 입원하여 화상 치료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 다.” 통증이 가라앉았다고 애프터 선 케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휴가가 끝나고 집에 올 때쯤이면 각질이라기보다는 하얀 껍질이 뱀 허물 벗듯 떨어지기 시작하니까. 떠날 때만 해도 매끈하게 태닝된 구릿빛 피부를 기대했건만 피부 톤은 보기 흉할 정도로 얼룩덜룩 지저분해 기분까지 우울해진다. “등에 거의 세계지도가 그려질 정도였죠. 허벅지까지 벗겨지더라고요. 그래도 꾹 참고 껍질이 저절로 떨어지도록 놔두었어요. 다만 피부가 건조하지 않게 진득한 텍스처의 보디 크림을 매일 듬뿍 발랐죠. 피부가 진정된 뒤에 기계 태닝을 약하게 했더니 그제야 톤이 고르게 맞춰지더라고요.” 그녀처럼 까무잡잡한 피부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면, 선번을 입고 2주 정도 지난 뒤 색소가 올라올 무렵 미백 레이저 치료를 시작하면 얼룩덜룩한 피부 톤을 개선할 수 있다. 비타민 C를 이온화해 피부 속에 침투시키는 미백 치료나 기미 치료 레이저를 활용한다고. “보습 케어는 기본이고, 충분한 휴식과 영양 섭취에 신경 써야 해요. 몸 상태가 좋아야 피부도 좋아지니까요. 물을 많이 마시고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세요”라고 송원근 원장은 조언한다. 태양 아래 수영을 하던 아름다운 추억이 선번 수습 고생담으로 끝나기 전에 일단은 예방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최선. 그래도 선번을 입었다면 애프터 케어에 각별히 신경을 쓰자. 8월의 피부가 겨울까지 가니까!
- 뷰티 에디터
- 이현정
- 포토그래퍼
- 박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