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오래 지켜봐야 할 반짝이는 신인 패션 디자이너 세 팀을 만났다.
IISE TK(김인태), KEVIN(김인규)
동생과 함께하는 브랜드인데 지금 혼자다. 동생은 출장을 가서 함께 오지 못했다.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는가? 나(TK)는 마케팅을 담당하고, 동생(Kevin)은 주로 디자인을 한다.
이세(Iise)라는 브랜드 이름의 뜻은? 이세는 교포 ‘2세’라는 뜻도 있고, 세컨드 제너레이션이라는 의미도 있다. 지난 세대의 영향을 우리 세대, 우리 눈으로 새롭게 재해석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이번 시즌 콘셉트는? 미래적인 LED 페이스 마스크와 한글 모티프 옷의 조합이 인상적이었다. 서울의 50년 뒤를 생각하며 과거를 보존하는 IISE만의 방법을 보여주고자 했다. 천연 염색 기술은 디지털화를 통해 원단에 적용되었고, 스티치를 이용해 전통 보자기를 연상시키는 직물을 만들었다. 한복의 레이어나 과거의 간판을 재조합해 텍스타일을 만든 것도 그 일환이다. 현재의 기술을 활용해 전통을 재해석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었다.
이번 쇼의 만족도나 반응은 어땠나? 지난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신진 디자이너 후원 프로그램 ‘스몰 에스에프디에프(SFDF)’ 수상으로 좋은 기회가 생겼다. ‘컨셉코리아(Concept Korea) F/W 2019’에 참여해 뉴욕에서 런웨이를 선보이기는 했지만 서울에서는 첫 쇼였다. 반응은 무척 좋았다. 서울이 베이스인 브랜드지만 판매는 거의 해외에서 이뤄졌다. 앞으로는 서울에서 더 많은 쇼와 이벤트를 하고 싶다.
미국에서 자란 한국인이 한국적인 옷을 만든다는 것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어렸을 때부터 늘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6~7년 전 한국에 왔을 때 우리가 너무 미국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때 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처음으로 접한 한국의 문화, 가구, 디자인이 무척 멋있었다. 한국 사람인 것이 자랑스러웠고 이런 문화를 외국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브랜드를 할 생각이 없었는데 여행하다가 아이디어가 생겼다.
옷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국 전통에 기반하되 시즌마다 새로운 콘셉트로 풀어내는 것.
시그너처 아이템이 있다면? 한복에서 영감 받거나 가구에서 영감 받은 옷들, 혹은 천연 염색. 신기하게도 이런 한국적인 것은 해외에서 판매가 더 잘된다.
지금까지 들은 평가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한국적인 것을 새로운 세대가 새롭게 접근해 글로벌하게 도약하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이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라는 평가. 그리고 해외 편집숍에서 이세가 오프화이트, 사카이 같은 톱 브랜드와 나란히 걸려 있는 것을 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이런 콘셉트의 옷도 글로벌 스토어에 들어갈 수 있고 판매가 잘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뭉클했다.
디자인 외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앞으로 오프라인 이벤트를 많이 하고 싶다. 예를 들어 아트 전시 같은 것. 사람들이 브랜드를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모색 중이다.
목표가 있다면? 한국 시장을 더욱 확대하는 것. 한국에서 재미있는 작업을 더 많이 하고 싶다.
MOHO 이규호
‘에스모드 파리’ 수석 졸업, 프랑스 2대 패션 콩쿠르 중 하나인 <디나르 페스티벌>에서 남성복과 소재 개발 부문 대상 수상. 이력이 화려하다. 졸업하고서는 뭘 했나? 파리의 앙드레 쿠레주라는 브랜드에서 3년 동안 일하면서 친구와 조그맣게 브랜드를 시작했다. XYXX라는 브랜드 인데, 모아둔 돈을 다 쏟았지만 잘 안 되더라. 브랜드를 접고 한국으로 들어왔고, 파리에서 같이 공부한 박지근(모호의 공동대표)과 함께 모호를 론칭했다.
몇 번째 컬렉션인가? 2017년에 파리 트라노이에서 처음 론칭했으니 이번이 네 번째 시즌이다.
모호(Moho)라는 브랜드 이름의 뜻은? ‘모호하다’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우리는 많은 정답들 속에 살아가지만 그 안에 갇히지 말고 모호하게 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새로운 거엔 정답이 없지 않나. 결국 모호하다는 건 새로운 거랑 일치하는 말이 아닐까?
이번 시즌 콘셉트는? 모호는 늘 질문하는 브랜드다. 이번 시즌의 질문은 ‘왜 동물의 가죽이나 털, 허물이 우리에게 미적으로 아름답게 보이는가?’ ‘인간이 그것을 이용해 가죽 재킷과 퍼 재킷을 입 었을 때 왜 가치가 있어 보이는가?’ ‘그런 것들이 왜 재료로 쓰여야 하나?’ 등의 질문에서 시작했다.
그 질문을 어떻게 디자인으로 표현했나? 동물의 습성을 나타내는 디자인을 했다. 동물들이 포효하는 소리와 함께 쇼가 시작한다. 오프닝의 실루엣은 사자의 갈귀를 표현했고, 케이블 타이를 이용해 동물의 가시처럼 보이게 하기도 했다. 뱀이 허물을 벗는 습성을 표현한 작업도 있다. 이 모든 것을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인공적인 재료로 완성했다.
매 시즌 원단에 집중하는 것 같다. 맞다. 일반적이지 않은 소재 사용을 좋아한다. 지난 시즌에는 실제 방충망이나 스님 옷의 원단을 써보기도 했고, 이번 시즌에는 케이블 타이와 에어캡을 활용했다. ‘셔츠를 꼭 면으로 만들어야 하나?’ ‘정장은 울 소재로만 만들어야 하나?’ 이런 물음에서 시작한 작업이다.
이런 질문은 많이 받아봤을 것 같다. 입을 수 있는, 혹은 팔릴 수 있는 옷에 대한 고민은? 고민이 많다. 먹고살아야 하는데…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늘 고민한다. 결국 패션 디자인은 더 발전해야 하고, 항상 새로워야 하고, 뭐가 됐건 미래적인 것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역할은 그중 한 소리를 내는 것뿐이다. 지금 당장은 그런 옷이 무슨 소용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영화도 있고, 저런 음악도 있듯 다양한 장르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소비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이 길을 계속 가는 거다.
매 시즌 피날레가 인상적이다. 피날레를 많이들 기억하시더라. 남자 모델들이 무리 지어 있을 때 주는 강인하고 용맹한 이미지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 피날레의 경우 모델마다 양옆에 누가 설 것인지도 다 계산한다.
완벽주의자인가? 그런 것 같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 거다.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다.
취향이 되게 뚜렷해 보인다. 미의 관점이 굳어진 계기가 있나? 잘 모르겠다. 모호의 앞에 어둡다, 전위적이다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지만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봐오고 경험해온 것들이 의식 기저에 자리 잡고 있다가 작업할 때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나 보다. 우연인 듯 보이지만 이유가 있는, 어떤 관점이 형성된 것 같다.
지금까지 받은 평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매 시즌 같이 일하는 분들을 꼭 초대한다. 우리 브랜드의 패턴을 봐주시는 선생님이 쇼가 끝나고 전화하셔서 생각하게 만드는 쇼였다고 하시더라. 그 말이 내가 하려고 하는 브랜드에 가장 적합한 말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보는 사람이 생각하게끔 하는, 질문을 던지는 브랜드를 유지하고 싶다.
MAXXIJ 이재형
지난 시즌 텐소울 디자이너, 올해의 신인 디자이너, 헤라 서울리스타까지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오랜 기간 준비해온 브랜드라 좋은 반응에 감사하다. 덕분에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생겼다.
브랜드 이름에 담긴 뜻은 무엇인가? 내 영어 이름 ‘Maxi’와 한국 이름 재형의 ‘J’ 그리고 ‘xx’의 결합인 ‘MAXXIJ’다. ‘xx’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의미다.
이번 시즌 콘셉트는? ‘Extra–Terrestrial’. 직역하면 외계인인데, ‘초월한 존재’ ‘보기 드문 존재’가 주제다. 현재 가지고 있는 한계를 벗어난 대상을 표현하고 싶었다.
영감을 받은 대상은? 영감을 받은 대상은 20세기 전설적인 행위 예술가이자 디자이너 ‘리 보워리 (Leigh Bowery)’다. 음악과 콘셉트와 분위기가 잘 어우러져 더 힘 있게 보여진 것 같아서 만족한다.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편인가? 표현적인 옷을 만 드는 편이다.
옷을 만들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 옷이란 입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옷이 입는 이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나도록 돕는 사람이고. 다른 것과 함께 스타일링되고 입혀졌을 때 드러나는 형태나 해석을 중요시한다.
볼륨감 있는 실루엣, 해체주의 등 취향이 확고해 보인다. 미의 관점은 어떻게 형성됐나? 지금 브랜드의 중심 철학이 된 컬렉션(2013년에 선보인 마스커레이드 컬렉션)을 시작으로 실험하고 입어보고 표현하기를 반복하면서 복합적이지만 어떤 하나의 분명한 관점이 생긴 것 같다. 계속해서 상상하는 것들을 실험하고 만들기를 반복하다가 쌓인 선택이 모여서 ‘나’라는 관점이 형성되었을 거다.
시그너처 아이템은 무엇인가? 슈퍼 오버사이즈 패딩 점퍼, 스테이트먼트 코트, 막시제이 슈트.
고유의 매력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최대한 다양한 디자인 프로세스를 시도한다.
일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예술적인 생각과 비즈니스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해보고 싶은 협업이 있나? 평소 향에 관심이 많다. 향수 브랜드와 협업을 하고 싶다.
신인 디자이너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오리지낼리티.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패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한다. 세계 무대로도 진출하고 싶다.
- 패션 에디터
- 김민지
- 포토그래퍼
- 채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