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친 남자들

이채민

화장품을 열렬히 사모하는 마음, 혹은 남자만을 위한 뷰티 케어 숍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남자들을 만났다.

파파레서피(Papa Recipe) 김한균 대표

1세대 남성 뷰티 블로거에서 중국과 스페인, 두바이 등 전 세계로 뻗어가는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기까지, 어떤 자리에서든지 직접 보고 써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지 싶다. 단지 해외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그들의 특성에 맞는 화장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다분히 ‘K-뷰티’스러운 화장품으로 ‘아시아의 로레알’을 꿈꾸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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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만든 화장품’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Skin voyage tofinda true recipe!’, ‘굿 스킨케어의 해답은 원료에 있다’, ‘행동하는 자연주의 스킨케어 브랜드’와 같은 성분 중심의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콘셉트의 브랜드를 만들게 된 계기를 알려달라.
한국 소비자의 목소리는 일관적이다. 좋은 원료와 훌륭한 배합을 통해 만들되 합리적인 가격대의 화장품을원한다는 것. 우리는 성분 이슈를 단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지 않았다. 파라벤과 향료 등 인체에 유해하다고 알려진 16가지 성분을 사용하지 않지만 이걸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화장품에 들어가는 원료를 현지에 가서 직접 확인하고, 그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만들어 소비자와 브랜드의 가치를 공유한다.

뷰티업계에서 남자라는 성별은 장점으로 혹은 단점으로 작용한다. 여자의 생각을 모두 이해할 순 없지만, 남자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으니까. 제품 개발에 있어 남자 대표라는포지션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솔직히 성별로 구분되는 장점은 없는 것 같다. 성별을 불문하고 화장품에 대한 관심과 집중, 이해도가 중요하다.

파파레서피는 한국에서 작게 이름을 알리고,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한국에서 더 유명해졌다. 이제는 한국, 중국을 넘어 스페인과 호주, 두바이 등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사랑받는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억지로 끼워 맞춘 옷이 아니라, 우리에게 꼭 맞는 옷을 입고 소비자와 천천히 소통하는 방식이 통했다. 막대한 모델료를 써서 크게 광고할 수도 있지만,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브랜드가 지닌 착한 원료에 대한 스토리에 집중하고, K-뷰티의 특징이 오롯이 녹아든 제품으로 전세계 시장에서 승부한다.

최근 가치 소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대두되고 있다. 물리적인 소비의 개념을 넘어 화장품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소비하는 것이다. 파파레서피가 추구하는 가치는 어떠한 것이 있는가?
일차원적인 기부를 넘어 실질적인 CSR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화장품에 가장 많이 소비되는 물과 종이, 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재활용 용기나 재생용지를 활용한다. 이러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기존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메이크업 라인까지 론칭했다. 올해의 계획과 포부가 궁금하다.
온라인 커머스를 진행하면서 외주 물류업체를 끼고 일하다 보니 생각지 못한 오류가 많이 발생했다. 마치 인터넷에 가짜 사진을 올리고 판매하는 느낌이랄까. 그건 소비자를 기만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물류 창고를 설립하고 물류 회사를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연구와 제조를 투명하게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일본의 10대 원료사 중 하나와 국내 제조 상장사와 협업해 공장과 연구소를 짓고 있다. 올해 9월 준공할 예정이다.

당신을 보며 화장품 분야로의 진출을 꿈꾸는 남성에게 조언한다면?
여자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화장품 ‘덕후’가 되길. 단지 화장품을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더 전문적인 관점에서 깊숙하게 파고들어라. 뭐든 아는 만큼 만들어낼 수 있다.

미프(Mip) 김진호 대표

그에게 화장품은 남자가 표현할 수 있는 능동적 언어이자 도구다. 남자 고유의 멋을 지키면서 언제 어디서나 부담스럽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고 싶다는 남다른 자부심이 그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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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화장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은 남자 화장품 브랜드를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화장품을 열심히 바르는 남자를 남성스럽지 않은 것처럼 여기곤 하는데, 남자가 멋있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고 싶었다. 디자인도 보통 남성이 좋아하는 공구나 건담, 피규어 등에서 영감을 받아 공구 박스 안에 제품이 들어가도록 구상했다.

자기 자신을 꾸미는 남자가 많아지면서, 여자 화장품을 사용하는 남자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남자는 여자에 비해 피부 두께가 두껍고, 매일 면도하며, 흡연이나 음주가 잦은 편이다. 이러한 생활습관이나 패턴에 대항할 수 있는 남성 전용 화장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왕이면 남들 앞에서 사용할 때도 부담스럽지 않은 패키지면 좋지 않겠나.

신생 브랜드인 만큼 디지털 포맷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미프는 젊은 세대를 잡기 위해 어떠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미프는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보다 문화를 추구하는 브랜드다. 마케팅도 단발적인 SNS 플랫폼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캠페인성으로 진행하는 걸 선호한다. 하반기에는 목욕탕에 놓인 비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는 남자를 위해 목욕탕에 미프 제품을 진열하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최근 미국의 대형 쇼핑몰인 어반아웃피터스에 입점했다는 기사를 봤다. 또 다른 해외 진출 계획이 있는지 알려달라.
오히려 국내보다 해외 반응이 뜨겁다. 미국을 시작으로 3, 4월에는 중국 수출이 예정되어 있고, 중동과 유럽 바이어들과도 이야기 중이다.

미프가 남자들에게 주는 근본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근사하게 꾸미고자 하는 모든 남자를 응원한다.

퓨처핸섬(Future Handsome) 차경철, 정혁 대표

더 이상 에스테틱은 여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제대로 관리하고 싶은 남자를 위해, 국내 최초 남성 전문 토털 뷰티 케어 숍이 부천 상동에 들어섰다. 남성만의 비밀스러운 장소를 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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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만을 위한 토털 뷰티 케어 숍이라니! 그루밍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듯하다.
옷과 외모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니즈에 맞춰, 남자 화장품은 물론 바버숍과 같이 남성만을 위한 공간 또한 꾸준히 생겨나는 추세다. 우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자 했다. 남자들도 거리낌없이 피부 관리를 받고, 특별한 날에는 메이크업까지 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남자들이 제 발로 찾아가기엔 쉽지 않을 것 같다.
첫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층은 카페로 구성해 남자도 부담 없이 들어와 편안하게 있을 수 있도록 했다.

관리 프로그램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매일같이 면도하는 남자를 위해 면도 부위를 진정시키는 관리부터 직업군에 특화된 프로그램이 있다. 가령 사무직에 종사한다면 목과 어깨, 피부의 혈색을 집중적으로 케어해주는 관리를 받으면 된다.

뷰티 숍의 경우 입소문이 관건이다. 바이럴 마케팅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단기적인 홍보가 아니라 남자 뷰티 시장에 관한 정보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맨즈쇼’ 전시회에 참가해 남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러한 관심사를 주제로 고객 모임을 주선하는 등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남자 전용 뷰티 케어 숍은 모두에게 생소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체험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종 이벤트를 통해 실제 관리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고, 수입차 딜러나 보험사 등과 제휴해 VIP 고객에게 선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숍 이름처럼, ‘미래의 멋진 남자’를 꿈꾸는 남성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멋이란 자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의 시선이 아닌, 오직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피부 관리가 될 수도 있고,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를 보는 걸 수도 있겠다.

에이프릴스킨(April Skin) 김병훈, 이주광 공동 대표

작년에 ‘2017년 비상할 대한민국 10대 스타트업’에 선정된 이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7년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에 다시 한번 이름을 올린 두 남자. 이제 서른과 스물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임에도 에이프릴스킨과 포맨트, 메디큐브, 글램디까지 4개의 뷰티 브랜드를 운영하는 이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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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이력이 흥미롭다. 이주광 대표는 오랜 기간 중국에 화장품을 수출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제품 콘셉트와 형태, 성분 등의 아이디어를 정립한다면, 김병훈 대표는 마케팅 전문가다. 비슷한 듯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어떻게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어릴 때부터 친분이 있던 사이는 아니다. 각자 자기 분야에서 일하다가 서로 일 잘한다고 소문이 났고, 그러다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의 역할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제품 개발이나 패키지 디자인, 그 영감이 실제 제품으로 구현되는 방식도 궁금하다.
우리 회사는 실무진의 역할이 크다. 회사를 처음 세웠을 때부터 함께 성장한 실무진이 디자인이나 콘셉트를 잡아오면 우리가 의견을 주는 정도다. 상품 기획 단계부터 마케팅팀이 함께하기 때문에, 제품의 강점을 쉽게 부각시킬 수 있다.

에이프릴스킨은 SNS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초반에 제대로 활용한 브랜드다. 특히 ‘매직 스톤’은 마우스를 내릴 때마다 걸릴 정도로 페이스북에서 연일 화제였다. 그 당시만 해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생소할 때였는데, 이러한 방식을 계획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마케팅 대행업을 해온 김병훈 대표가 가지고 있는 인플루언서 리스트를 바탕으로, 팔로어가 10만 명이 넘는 이들을 일일이 만나면서 기획했다. 구독자가 많은 채널을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채널이 아닌 사람 자체로 마케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선택했다.

SNS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며 느낀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것 같다.
화제성만큼은 단연 1등이다. 그러나 경쟁이 과열되며 소모적으로 변했고, 소비자의 브랜드 인식 또한 나빠지기 시작했다. ‘매직 스톤’ 이후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은 이유다.

드럭스토어는 물론 백화점과 이마트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 매장이야말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한국 소비자는 단독 브랜드 매장에서 하나의 브랜드 제품을 보는 것보다, 다양한 브랜드가 모여 있는 장소에서 서로 비교하는 걸 좋아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 드럭스토어에 더 집중할 예정이다.

해외 진출 계획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2015년 중국 진출 이후 다양한 곳에서 러브콜이 왔을 것 같다.
맞다. 그러나 지금 당장 판매 위주의 도매를 진행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공식적인 법적 장치를 마련한 뒤 천천히 접근할 예정이다.

포맨트라는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도 따로 론칭했다. 여자들의 설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품을 개발하는 콘셉트가 특이하다.
남자들에게 화장품은 아직 진입기다. ‘남자들이 굳이 화장품을 써야 한다면 왜 쓸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결론적으로 소개팅이나 클럽에 갈 때처럼 여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장품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남자들이 잘 보이고 싶은 여자가 좋아할 만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이르렀고, 결국 여자들이 좋아하는 향을 넣은 핸드크림이나 여자들이 선호하는 깔끔한 다리 라인을 만들 수 있는 제모제 등 재미난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

스타트업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남자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스토리를 지녔다. 두 대표를 보며 화장품 사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한다.
성공하려면 아이템과 자본, 사람이 잘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잘하는 사람을 찾기보다는 본인 스스로가 잘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라. 실질적인 노력과 진심이 중요하다.

뷰티 에디터
김선영
포토그래퍼
유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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