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을 발굴하는 신진 디자이너 콘테스트 ‘서바이벌 패션K’가 막을 내렸다.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 ㈜두타몰, 그리고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콘테스트로, 수상자는 상금은 물론 2018 S/S 서울 패션위크 무대에 오를 수 있으며, 서울 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할 기회를 얻는다. 이번 콘테스트에서 수상한 세 명의 디자이너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예은 대상 수상자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브랜드 ‘Other-Worldly(아더월들리)’ 의 디자이너 강예은이다. 경희대학교 의류디자인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다.
‘서바이벌 패션K’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졸업을 앞두고 취업과 창업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였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지만, 막상 졸업을 앞두니 덜컥 겁이 났다. 그러던 중 ‘서바이벌 패션K’를 알게 되었고, 현실적인 미래를 위한 마지막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지원했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시기는 언제인가?
7세 때부터 디자이너가 꿈이었다. ‘웨딩 피치’라는 만화를 보며, 어른이 되면 저런 아름다운 옷을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서바이벌 동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장충체육관에 디자이너 1백 명이 모여 9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디자인, 패턴, 재단, 재봉을 모두 끝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그때 체육관 안에 흐른 긴장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2시간쯤 남겨놓은 시점에 재봉틀이 갑자기 망가져서 좌절한 기억이 난다. 다행히 손바느질로 완성해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서바이벌에서 만든 옷에 관해 설명해달라.
1차 본선의 주제는 ‘올해의 컬러’였다. 올해의 컬러는 ‘그리너리’인데, 이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문득 소설 <데미안>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새는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라는 구절 말이다. 보호와 억압이라는 껍질을 뚫고 성장하는 모습을 옷으로 표현하고 싶어 ‘발아’를 콘셉트로 잡았고, 이에 부합하는 ‘새싹’의 모습을 담아 만들었다. 2차 본선의 주제는 ‘YOLO’. 모두가 생각하는 ‘욜로’와는 전혀 다른 접근을 위해 일상에 지친 어른의 상황이 아닌,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옷으로 구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옷장에서 꺼낸 옷을 걸치고 바깥세상으로 모험을 떠나는 것을 옷에 담았다. 파이널 컬렉션의 콘셉트는 ‘Grey’다. 2차 본선과 이어지는 내용으로 옷을 만들었다. 어린아이가 자라 노년기에 이르기까지의 일생을 표현했다.
본선에서 만든 옷을 보니 색감이 화려하더라.
그렇다. 평소 색을 잘 써서 디자인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겐조처럼 색을 활용해 멋진 옷을 만드는 브랜드를 좋아한다.
겐조 말고도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발렌시아가다.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습 다 좋다. 발렌시아가만의 건축적인 실루엣과 세련된 색감이 특히 마음에 든다.
패션 필드에서 앞으로의 계획은?
이제 막 시작하는 브랜드 ‘아더월들리’를 잘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매 시즌이 기다려지는 남성복 브랜드로 만드는 것!
이총호 최우수상 수상자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브랜드 ‘LIPUNDERPOINT(립언더포인트)’의 디자이너다.
‘서바이벌 패션K’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브랜드를 론칭한 후 7년 정도 되니 매너리즘에 빠졌다. 그러다 우연히 SNS에서 이 콘테스트를 알게 되었고, 처음 시작했을 때의 두근거림을 되찾기 위해 지원서를 냈다.
디자이너 경력이 꽤 된다.
중학생 때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고, 멋진 옷을 만들고 싶었다. 이것이 이어져 자연스레 패션 디자이너가 되었고, 2010년, 브랜드를 론칭하게 되었다.
서바이벌 기간을 다른 참가자보다 더 의미 있게 보냈을 것 같다.
옷을 처음 만들 때의 설렘을 서바이벌 내내 느꼈다. 과제가 주어질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렸고, 단계를 거칠 때마다 잃어버린 자신감도 되찾을 수 있었다.
서바이벌에서 만든 옷에 관해 설명해달라.
1차 본선에서는 ‘2017 트렌드 컬러 TOP 10’에 부합하는 색 중 산뜻한 컬러를 골라 옷을 만들었다. 한강에서 라이딩을 즐기는데, 그때 느낄 수 있는 기분을 담은 색들로 말이다. 2차 본선 때는 ‘YOLO’라는 주제에 맞게 무작정 떠나는 여행을 상상하며, 그에 걸맞은 옷을 디자인했다. 디자인과 함께 기능성도 고려해 만들었다. 언뜻 보면 우비이지만 접으면 페니 팩이 되는 실용적인 옷인데, 여행에서 맞이하는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 우비 뒷면엔 세계 지도를 프린팅했는데, 색칠할 수 있게 만들어 재미를 더했다. 파이널 컬렉션은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영감을 받아 판타스틱한 옷을 완성했다.
패션 필드에서 앞으로의 계획은?
‘립언더포인트’로 해외에서 꾸준히 전시를 해왔고, 이제야 조금씩 움직임이 생겼다. 특히 홍콩에서 반응이 좋다. 이를 발판으로 미국이나 유럽 쪽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계획이다.
박사덕 우수상 수상자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동덕여자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서바이벌 패션K’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많은 참가자와 비슷하게 졸업을 앞두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 콘테스트를 통해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다.
서바이벌 동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사실 너무 힘들었던 기억밖에 없다. 짧은 시간 내에 옷을 완성해야 하는 과제는 부담감이 너무 컸다. 그런데 모든 과정을 끝내고 돌아보니 한층 성숙해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단기간에 옷을 만드는 기술도 늘었고, 새로운 사람도 많이 알게 되고.
서바이벌에서 만든 옷에 관해 설명해달라.
1차 본선의 주제에 맞는 색을 선호하지 않아 고민이 컸다. 워낙 어두운 색을 좋아해서 더 그랬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회색에 가까운 카키색을 이용했는데,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2차 본선에서는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앞으로 나가는 젊은이의 모습을 표현했다. 오버사이즈의 점프슈트로 말이다. 파이널 컬렉션에서는 ‘The Unknown World’라는 주제 아래, 미지의 세계 속에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옷에 담았다. 회색, 검은색 등 어두운 색에 느슨한 실루엣을 더해 그 남자의 슬픔, 고독, 외로움 등을 표현했다.
평소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알렉산더 매퀸이다. 그가 만든 과하면서도 절제미가 느껴지는 옷은 최고다. 크레이그 그린도 좋아한다.
패션 필드에서 앞으로의 계획은?
‘서바이벌 패션K’는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지닌 사람들의 열정을 만날 수 있는 콘테스트다. 내 경험의 폭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루라도 빨리 패션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실력을 쌓고 싶은 생각뿐이다. 여성복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패션계에 발을 디디고 싶다.
- 프리랜스 에디터
- 김지수
- 포토그래퍼
- 박종원
- 헤어&메이크업
- 이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