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씬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주목 받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를 알리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 360사운즈의 멤버이자 러닝 크루 PRRC의 대표, 스트리트 기반의 브랜드 부루마불 하우스와 오리지널 컷의 디렉터 메이크원(Make-1)이 바로 그렇다.
만나서 반갑다. 더블유 독자들에게 본인의 소개를 부탁한다.
이름은 이진복, 360사운즈(360Sounds)의 멤버로 보통 메이크원이라고 부른다.
그렇게만 소개하기엔 꽤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일들을 하고 있지?
우선 360사운즈뿐 아니라 여러 친구들의 파티에서 호스트(MC)를 하거나 음악을 틀고 있다. 주변에 멋진 아티스트들의 머천다이징 만드는 일을 도와주고 있고, PRRC라는 러닝 클럽도 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진 부루마불 하우스와 오리지널 컷이라는 의류 브랜드도 했었다.
듣고 보니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당신을 처음 접한 건 16년 전 힙합음반에서다. 시간만큼 많은 것이 변한 듯한데.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일 스킬즈(Ill Skillz)의 멤버로 활동을 했다. ‘부다사운드’라고 DOC의 하늘이형이랑 계약을 했는데, 당시 씬에 대한 염증? 뭐 비슷한 것이 있었다. 스스로 명확한 아이덴티티가 정립이 안되어 있었고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 굉장히 많았다. 결정적인 건, MC로서 별로 하고 싶은 얘기가 없었다. ‘내가 이런 얘기를 해서 과연 뭐를 얻을 수 있으며 뭐가 달라질까’ 라는 근본적인 문제들이 스스로 있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아프로킹(Afroking) 파티 같은 움직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내 친구들이나 나랑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다녔고, 주위에 디제이들이 많다 보니 이들을 내가 서포트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이벤트나 파티에서 호스트를 했다. 그러다 360사운즈를 시작하게 된 거다.
최근에는 디제이로 데뷔해 음악도 틀기 시작했다. 래퍼가 디제이가 된 경우가 흔하진 않은 것 같 같은데.
글쎄, 외국에선 자주 있는 일이다. 파티를 하면 오프닝이나 마지막 타임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럴 때 360의 잘하는 디제이들이 플레이를 하는 것에 아쉬운 마음이 생겨서 차라리 내가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보통의 디제이들이 트는 음악 외에 내가 즐겨 듣는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디제이 친구들이 많다 보니 접근도 쉬웠고. 360사운즈의 디제이들을 보면 대단하지만, 어떻게 보면 누구나 디제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킬적인 부분이 아닌 선곡만 잘해도 음악적인 테이스트가 좋으면 되는 거니까. 디자이너들이 자기가 만드는 컬렉션을 부가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디제잉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
부루마불 하우스와 오리지널 컷은 스트리트 씬에서 마니아 층도 많았다. 나 역시 좋아하는 브랜드이기도 했고.
부루마불 하우스와 오리지널 컷은 둘 다 잠시 중단한 상태다. 오리지날 컷의 경우 최근에 분더샵에서 팝업 스토어를 하긴 했다. 디제이 소울스케이프가 디렉팅하던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때는 ‘스트리트 웨어도 분더샵에서 팔 수 있다’ 뭐 이런 걸 보여주기 위해서 진행했다. 오리지널 컷을 하면서 주위에 브랜드하는 친구들을 보며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지금 당장은 주변에 머천다이징 도와줄 일도 너무 많고, 당분간은 계획이 없다.
자신의 본업이 ‘이거다’ 라고 생각해본 적 있나?
글쎼, 그런 걸 생각하고 살아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지금 하고 있는 여러 일 중 가장 마음이 가는 것이 있지 않을까? 혹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이라거나.
딱히… 뭐가 더 우선 인 건 없다. 어떤 게 돈을 더 많이 벌게 해주는가는 있겠지만.(웃음) 일의 우선 순위는 있겠지만 애착이 가는 것은 다 똑 같다. 애초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만 하고 있으니까.
메이크원은 누구보다 씬의 트렌드나 정보에 빠른 것으로 유명하다. 보통 어떤 루트를 활용하는지.
아무래도 요즘에는 인스타그램이겠지? 우리가 어렸을 때는 SNS 같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하나하나 찾아야 했다. 그래서 정보를 찾는 방법을 어렸을 때부터 습득할 수 있었다. 뭔가를 본능적으로 멋있다고 느끼는 것이 있으면 그걸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몸에 베어 있는 거지. 그런데 요즘엔 인스타그램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도 바로바로 알 수가 있으니 참 쉽지 않나. 반면, 예전에는 정보라는 것에 시간과 깊이가 느껴졌는데. 지금은 너무 쉽게 빨리 소비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는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요즘 가장 당신의 관심을 사로잡은 정보는 무엇인가?
너무 많은데… 최근엔 빈지노 앨범? 한국 힙합에 있어서 한 단계 진보된 것들을 보여준 것 같다. 작곡가인 피제이(Peejay)도 그렇고. 아무래도 난 MC이기 이전에 힙합을 진짜 좋아하는 사람으로 시작을 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어떻게 보면 힙합이라는 문화 안에서 영향을 받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한국 힙합에 있어서 빈지노라는 래퍼는 되게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도끼나 더콰이엇도 마찬가지고. 본인들이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들을 보며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이런 자극을 받곤 한다.(웃음)
그렇다면 이번 쇼미더머니5의 ‘최애’ 래퍼는?
씨잼?
어떤 사람들은 당신을 한국의 후지와라 히로시(일본을 넘어 전세계 스트리트 씬의 대부)라고 부른다.
에이, 그건 아니지. 그렇게 불리기엔 내가 너무 부족한 게 많다. 그렇다고 내가 후지와라 히로시처럼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냥 날 아는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하는 얘기일 뿐이다. 하지만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문화나 영역을 확장시키고 우리가 진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가 패션을 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저 힙합을 좋아하고 이런 문화 속에 지금까지 살고 있는 사람으로써 증명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후지와라 히로시는 스트리트 컬쳐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람이니까. 그런 것들 보고 많이 배운다.
메이크원이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3개만 뽑자면?
@firstrun, @sean_wotherspoon, @kingmck.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그리고 스냅챗을 통해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아이폰을 통해 손안에서 전세계 어디든 지금 현재 일어나는 일들과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긴밀히 연락하고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실질적인 교류를 통해 더욱 발전적인 팀 또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는 현상은 매우 새롭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정보가 너무 넘쳐난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요즘에 다들 너무 중독이다. 모이면 다들 핸드폰만 보니까. 나도 그래서 이제는 좀 자제하려고 노력 중이다. 여자친구의 경우 인스타그램을 잘 안 하고 시간이 나면 책을 본다. 그래서 나도 핸드폰 보는 시간을 좀 줄이고 책도 좀 읽으려 한다. 그렇다고 아예 안 할 건 아니고, 그냥 적당히 해야겠다 정도?(웃음)
사실 요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당신이 제작하는 머천다이징이다. 최근 빈지노의 티셔츠는 굉장히 신선했다.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가 야구 글러브를 만드셔서 스포츠 팬기어나 이러 걸 만드는데 노출이 많이 되어 있었다. 빈지노 티셔츠의 경우, 최근에 해외에서 빈티지 프린트 티셔츠가 유행을 했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외국 힙합 씬에서는 과거에 부틀렉처럼 만들었던 옷들이 많았는데 한국 힙합에서는 팬기어 같은 문화가 없었다. 우리도 이런걸 좀 남겨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 있는 문화를 기록하고 싶었다. 그래서 데드엔드 크루의 디자이너인 이덕형(DHL)에게 옛날 감성으로 만들어 보자고 얘기했더니, 15분만에 만들어냈다. 빈지노의 차, 시계, 여자친구 등 모두 빈지노와 관련된 것으로 재미있게 디자인한 거다.
로코가 <쇼미더머니4>에서 입었던 비프리(B-Free)의 가와사키 저지 역시 화제가 됐었다.
비프리의 곡 중에 ‘Kawasaki’라는 트랙이 있었다. 그 트랙을 처음 듣고 ‘와, 이건 X됐다! 이건 뭐 하나 만들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키에서 제품을 받아서 직접 디자인을 해 녹색 가와사키 저지를 만들었다. 8장 정도 만들어서 비프리와 노래를 만든 스웨이디(Sway-D)에게 하나씩 주고 주위에도 나눠줬다. 그 중에 로꼬도 있었는데 어느 날 방송에 입고 나왔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이제 그 제품을 카피해서 만들기 시작한 거다. 실제로 되게 많이 팔았다고 한다. 그런데 어차피 나도 부틀렉으로 만든 거라 상관은 없다. 내가 돈 벌려고 만들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난 그 트랙이 너무 좋았으니까.
옷을 만들려면 제작비가 들 텐데, 왜 판매를 안 하는 거지?
그냥 취미생활처럼 좋아서 하는 거니까 팔 생각을 딱히 안 했었다. 그렇다고 ‘안 팔아야지’ ‘우리끼리만 입을 거야’ 라고 생각하고 만든 것도 아니다. 실제로 여기저기 팔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걸 파는 게 우리 본업은 아니지만, 기회가 있음 팔면 좋겠지. 그래서 국내랑 해외에서 지금 세일즈를 얘기 중이다.
앞으로 또 계획하고 있는 재미난 일들이 있는지.
프로젝트들이 되게 많은데 얘기 못할 것들이 너무 많다. 내가 리딩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팀으로 이뤄지다 보니 섣불리 말하기가 뭐하네. 그냥 원래 존재하던 이런 문화들이 재조명 되는 것 같아서 좋다. 거듭 얘기했지만, 이런 문화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거든.
- 에디터
- 정환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