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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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케이에이 트위그스(FKA Twigs)의 새 EP가 나왔다.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뮤직비디오도 찍는 그녀가 서울에 왔을 때 이 새 프로젝트에 대해 먼저 나눴던 인터뷰를 공개한다.

M3LL155X 앨범 아트워크

새 EP의 제목인 <m3ll155x(멜리사)>당신의 얼터 에고인 여성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라 들었다.

FKA Twigs 나는 그냥 나일 뿐이며 멜리사는 나의 얼터 에고라기보다 강한 여성의 에너지를 상징한다. 멜리사는 흔한 여자 이름이라서 그렇게 정했다. 어릴 때 발레 수업을 같이 듣던 아이라거나, 친구 오빠의 여자친구 같은. 여자든 남자든 어떤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것을 상정하고 분리해서 거리를 두고 보는 게 흥미롭다. 그런 인물과 공간을 설정하면 음악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더 편하다. ‘Glass And Patron’ 뮤직비디오에서도 내가 임신한 여자로 나오고, 댄서들이 출산하는 설정이 나온다. 그런 여성적인 에너지의 강한 힘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번 EP에는 당신이 18살 때 썼던 ‘I’m Your Doll’이라는 노래가 실린다고 하던데. 10년 가까이 된 곡을 다시 돌아본 이유가 있나?

아이튠즈에서 우연히 흘러나와서 다시 듣게 됐다. “나는 당신의 인형, 나를 꾸며줘, 거칠게 사랑해줘(Dress me up, Love me rough)’ 이런 가사인데 남자친구도 없던 어린 시절에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면서 썼다. 나는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거나 굴복하는 이야기는 싫어하지 않지만 의미 없이 텅 비어 있는 노랫말은 싫어한다. 10년 전의 나는 아마 서양 팝 컬처에 대한 비판 없이 물들어 있던, 그저 예쁘고 귀엽고 싶은 소녀였던 것 같다. 자라서 보니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걸 알게 됐지만. 의미를 잘 모르던 이 노래에 새로운 뜻을 부여하고 싶어서 좋아하지 않던 노래를 고치는 작업을 했다. 같은 가사지만 원곡보다 더 어둡게 만들었다. 예전에는 뜻을 모르는 선언이었다면 이제는 확신이 있는 질문처럼 느껴진다. 가사에 대해서도 더 편안하게 거리를 두고 받아들일 수 있어서 10년 전의 나를 치유할 수 있었다.

10년 전에는 당신이 지금처럼 될 거라고 예상했나?

전혀 아니다. 그때는 크로이든(런던 남부 지역으로 경제 수준이 높지 않다)에 살고 있었다. 주변의 흔한 케이스처럼 10대 때 임신해서 국가보조금을 받는 미혼모로 살았을 가능성도 있다. 20대 초반에는 청소년 카운슬러로 일했는데, 그런 삶에도 만족하며 행복하게 지냈을지 모른다. 그 일을 계속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음악에 집중하게 됐다. 난 항상 창의적인 사람이긴 했지만 지금의 모습은 상상하지 못했다. 어릴 땐 항상 사람들과 단절된 느낌을 받았고 잘 어울리지 못했으며 삶은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주어진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지낸다.

2년 사이에 싱글 두 장, 앨범 한 장을 내고 열몇 개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삶이 급속도로 달라졌을 것 같다.

인생 자체가 달라진 건 없다. 나는 여전히 같은 집에 월세를 내며 살고, 같은 플랏 메이트랑 지낸다. 공연 여행을 많이 다닌다는 변화가 있지만 생각처럼 화려하지 않다. 짐 가방에 실린 것처럼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옮겨 다녀야 하고, 도착해서 메이크업 박스를 열면 화장품 상자 속의 반짝이 섀도가 뒤집어져서 난리가 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다 해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카바레에서도 일했고 칵테일 바나 재즈 바에서도 춤추고 노래하며 현실적으로 생계를 꾸려온 사람이다. 이제 그 스케일이 조금 커졌을 뿐이다. 긍정적인 관점에서의 변화라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좀 알게 되었다는 것? 하지만 10대 때부터의 친구들과 같이 밴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딱히 써먹을 기회는 별로 없다(웃음).

최고의 스태프들이 당신과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데도 뮤직비디오를 직접 감독하는 이유가 있나?

다른 감독에게 많은 생각을 털어놓고 일하는 게 쉽지 않다. 내가 표현하려는 메시지는 무척 민감해서,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직 발표되지 않은 ‘I’m Your Doll’ 뮤직비디오에서 나는 풍선 인형 같은 걸로 등장할 텐데 내가 원하는 걸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감독과 작업하면 톤이 바뀌기 쉽다. 퍼포먼스든 비디오든 음악을 표현하는 일에 흥미와 열정을 느끼기 때문에 직접 하는 것이다.

FKA Twigs 전곡 뮤직비디오 보러 가기

곡 순서

‘Figure 8’

‘I’m Your Doll’

‘In Time’

‘Mothercreep’

‘Glass & Patron’

에디터
황선우
PHOTOS
gettyimages/multibits, courtesy of KANG & MUSIC, courtesy of FAKE VIR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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