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진화하는 쇼윈도와 매장 인스톨레이션의 모험 가득한 세계에선, 때론 보여주는 것이 다일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려는 브랜드들의 창의적인 도전이 식지 않는 이유다.
위험한 못들이 박혀 쪼개진 거친 목판. 이런 것이 있어야 할 자리가 여기가 맞을까. 바로 뉴욕 매디슨가의 바니스 뉴욕 4층에 자리한 프라다 플래그십 말이다. 개성 어린 인스톨레이션은 프라다의 매장 오프닝을 알리는 동시에 오랜만에 바니스로 귀환한 프라다 여성복의 존재감을 좀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이런 장치는 F/W 시즌, 독일 아방가르드에 심취한 미우치아 프라다 여사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리라. 독일의 실험적인 연극 무대를 떠올리게 한 아방가르드한 설치물과 파스빈더 감독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특별한 음악, 이 공간 안에 어우러진 프라다의 뉴 룩은 새롭게 꾸민 보금자리에서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한 조우를 보여준다.
이것은 단순히 판매를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 주는 기회이기도 한데, 여기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바로 패션의 가능성과 능력에 관한 것. 많은 거대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공간의 콘셉트를 부유한 사람들에게 맞추려고 애쓰고 있고, 이 과정에서 지적이고 도발적인 무언가가 결핍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지점에서 프라다의 새로운 창문 디스플레이는 패션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점검할 신선한 시선을 제안한다. 진정한 패션이 제공할 수 있는 것, 즉 아름다운 것과 흥미로운 것의 파워 풀한 융합 말이다.
나아가 당신의 흥미를 건드릴 만한 공간은 바로 뉴욕 렉싱턴 애비뉴에 8개월 전 오픈한 멀티숍, 도버 스트리트 마켓 뉴욕이다. 앞으로 매년 2번, 큰 전환을 보여줄 계획이라는 이곳은 레이 가와쿠보의 독특한 심미안과 철학이 서려 있다. 새 시즌 상품으로 가득 채워진 진열대보다 더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설치물. 로에베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J.W. 앤더슨이 선보인 캡슐 컬렉션과 리카르도 티시와 나이키의 협업을 위한 특별한 공간, 그리고 멜리타 바우마이스터와 후드 바이 에어를 포함한 신진 디자이너들의 쿨한 인스톨레이션들 말이다. 레이 가와쿠보의 남편이자 그녀의 대변인이기도한 꼼데가르송의 CEO 아드리안 조프는 매장의 전환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시즌의 끝과 시작에 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우리 회사의 근본적인 가치는 새로운 것의 시도예요. 레이는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의 조합이 완전히 새로운 것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기존의 것들을 내보내고 새로운 것을 들이지 않으면 그녀가 하고자 하는 일의 힘을 잃게 될 거예요.” 이러한 도전은 도버 스트리트 마켓과 꼼데가르송의 리테일에 대한 가와쿠보의 비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최근 파슨스를 졸업한 독일 출신의 바우마이스터는 떠오르는 디자이너로서 큰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마치 천장에서 떨어진 것처럼 바닥에 쌓여 있는 실리콘 주형은 그녀가 이것을 만들 때 썼던 거푸집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비록 프레스에 입을 여는 건 거절했지만 J.W. 앤더슨은 프레젠테이션 전날 아침 일찍 로에베 공간을 최종적으로 꾸미기 위해 잠시 이곳을 들 렀다. 그렇다면 다음에 보여질 ‘새로운 시작’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조프는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며, 계속해서 일어나는 변화들과 발을 맞추고 싶어요. 아름다운 혼돈이라 함은 바로 이런 걸 지칭하는 거니까요. 정적인 혼돈은 있을 수 없잖아요.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박연경(Park Youn Kyung)
- 글
- Bridget Foley, Marc Karimzad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