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벌리힐스 로큰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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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추의 새로운 컬렉션, Choo.08 이 공개되었다. 록적인 태도를 가득 품은 신선하고 매력적인 부츠들을 LA의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감상했고, 이를 만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산드라 초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버클과 스터드 장식, 이그조틱한 가죽 부츠. 기존에 지미 추 하면 떠오르던 날렵한 스틸레토 힐이 아닌, 완벽하게 로큰롤 무드로 무장한 새로운 Choo.08 라인이 공개되었다. Choo.08 라인의 론칭과 동시에 LA 비벌리힐스에 새로운 플래그십을 오픈한 지미 추는 이를 기념하는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산드라 초이는 국내 매체로는 유일하게 <W Korea>에 러브콜을 보냈고, 파티를 즐긴 다음 날, 새로운 스토어에서 그녀를 만났다.

만나서 반갑고 초대해줘서 고맙다. 새로운 라인 Choo. 08 컬렉션은 밀라노에서 먼저 공개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곳, LA에서 연 파티는 정말 근사했다. LA에서 파티를 연 이유가 있을까?
밀라노에서는 우리의 고객과 바이어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연 것이다. LA에서 파티를 연 가장 큰 이유는 스토어를 오픈했기 때문이지만 새로운 컬렉션인 Choo.08 라인이 가진 록적인 느낌을 LA 무드와 섞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1999년, LA에 첫 스토어를 오픈했을 때 생각이 난다. 향수에 젖는 기분이다.

LA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무엇을 했나? 비행기 안에서도 일을 했나?
아니다. 음악을 닥치는 대로 들었고 책을 읽었다. 나름 온전한 휴식을 취한 셈이다.

먼저 새로운 컬렉션 이야기를 해보자. 글래머러스한 기존 지미 추의 스타일에서 확 바뀐 Choo.08의 디자인이 눈에 띈다. 젊고, 캐주얼하고 스포티한 느낌이다. 지미 추 하면 바로 연상되는 이브닝 파티에 어울리는 고급스럽고 화려한 슈즈를 생각하면 꽤 큰 변화다. 스트리트 스타일 트렌드의 강세가 영향이 크겠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Choo.08 컬렉션은 쿨 걸을 표현한다. 로큰롤 문화에서 나오는 태도와 자유로 운 감성을 디자인에 적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하이힐이 아니라 볼륨감 있는 통굽, 플랫 디자인이 많고 부츠 형태를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그간 만들어온 정교한 기술에 터프하고 자유분방한 태도를 가미한 셈이다. 이 컬렉션이 지미 추에 새로운 이미지를 가져다줄 것이라 기대한다. 매끈한 이브닝 스타일이 아닌 타임리스한 컬렉션으로 꾸준히 인기를 끌 것이다. 참, 남성 라인도 탄탄하다. 당신의 애인을 위해 꼼꼼히 보시길(웃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지미 추의 팬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한다는 점과 원하는 색을 고르거나 이니셜, 별이나 하트 모양의 마크를 새길 수 있다는 거다. 고객과 브랜드가 한층 더 가까워지도록 고려한 거다.

(위) 고급 가죽 소재와 견고한 재단을 바탕으로 버클, 스트랩, 메탈릭한 요소를 더해 록 적인 스타일로 탄생한 지미 추 Choo.08 컬렉션.(아래) 리본과 펄 장식으로 화려함을 더한 Choo.08 컬렉션의 플랫 슈즈 시리즈.

(위) 고급 가죽 소재와 견고한 재단을 바탕으로 버클, 스트랩, 메탈릭한 요소를 더해 록 적인 스타일로 탄생한 지미 추 Choo.08 컬렉션.
(아래) 리본과 펄 장식으로 화려함을 더한 Choo.08 컬렉션의 플랫 슈즈 시리즈.

당신은 영국에서 태어나고 홍콩에서 자랐고 세인트 마틴에서 수학했다. 동서양의 문화를 접할 수 있었던 환경은 당신이 디자인을 하고 브랜드를 이끌어가는데 어떤 영향을 미쳤나?
사실 나의 시각은 유러피언에 많이 맞춰져 있다. 지미 추의 이미지에는 이것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지미 추는 어느 나라의 브랜드인지 종종 묻는다. 혹자는 미국 브랜드로 추측하고 어떤 이는 유럽 브랜드인 줄 안다. 중심 오피스는 런던에 있고 모든 제품은 이탈리아에서 생산하는데 이런 것만 봐도 지미 추는 국제적이며 다양한 문화에 발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덕분에 무척 자유롭게 디자인을 하는 것 같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도 다양한 문화를 섞을 수 있으니까 .

슈즈 디자이너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사실 나는 건축 디자인이 하고 싶었다. 13살 때 홍콩에서 영국으로 이주했는데, 나는 미술을 잘했고 선생님이 제품 디자인에 소질이 있다고 이야기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패션과 상품의 중간에서 디자인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나는 지금 이 일이 정말 마음에 든다.

처음으로 만든 슈즈는 무엇인가? 그때의 느낌은 어떠했나?
지미 추에 몸담은 지 17년이 되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처음 만든 슈즈에 대한 감정보다는 시간에 따라 변화한 지미 추 슈즈를 보는 일이 더 재미있다. 가장 큰 특징은 디자인에 점점 더 건축적 요소가 가미된 것이다.

셀린의 피비 파일로나 스텔라 매카트니의 경우, 여자의 마음을 잘 아는 디자이너라 말하곤 한다. 슈즈 디자인이야말로 그런 특징이 가장 잘 부각되는 아이템이 아닐까. 여성으로서 여자들의 슈즈를 만드는 것은 어떤 장점이 있나?
직접 신을 수 있다는 거다! 아티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실용성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다. 물론 하이힐을 신으려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가장 편안하고 현실적으로 잘 신을 수 있는 슈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당신이 디자인할 때 절대로 양보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작고 사소한 부분. 보이지 않는 그런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왼쪽 오른쪽이 맞지 않으면 문제다. 드레스는 조금 커도 수정해 입을 수 있지만 슈즈는 그렇지 않으니까. 아주 작은 mm의 차이도 슈즈에서는 큰 문제다. 그리고 디자이너라면 항상 꿈을 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늘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하니까. 그래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하고 장인들의 기술이나 제품을 만드는 노하우를 늘 배워야 한다. 그런 것들이 바탕이 되어 멋지고 아름다운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LA 비벌리힐스에 새롭게 오픈한 지미 추 플래그십의 내부 전경. 누드 톤의 카펫과 골드 프레임 장식의 조화가 고급스럽다.

LA 비벌리힐스에 새롭게 오픈한 지미 추 플래그십의 내부 전경. 누드 톤의 카펫과 골드 프레임 장식의 조화가 고급스럽다.

지미 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당신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봤다. 지미 추의여자들은 패션을 사랑하고 유머 감각을 지닌 여자라고 말했다. 실제의 인물로 꼽을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특정 인물을 꼽을 순 없지만 기반을 두고 있는 영국인에게 포커스를 둘 수 있겠다. 영국 사람들은 지나치게 진지한 걸 좋아하지 않는다. 유머를 사랑하는 무드가 나라 전체에 깔려 있다고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은 슈즈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종종 사람들에게 울거나 웃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어보곤 한다. 정답은 누구나 알고 있지 않나. 인생은 너무 짧다!

영화나 각종 전시, 갤러리와 공연 모든 것에서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보았다. 그렇다면 요즘 특별히 매료된 것이 있을까?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왕가위다. 추상적인 그림을 그리는 독일 출신의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도 매력적이다. 또, 최근에는 런던에서 열린 한국 작가들의 전시 Art 14를 통해 접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도 매료되었다. 시간이 나면 남편과 함께 어떤 작품을 살지 이야기하곤 한다.

한국에서 멋 좀 부린다는 여자 중 지미 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한국의 지미 추팬들은 어떤 성향을 지닌 것 같나?
사실 한국엔 아직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고객 파워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 홍콩에 계시는 조부모님을 뵈러 가면 늘 한국 드라마를 보고 계시더라. 그게 벌써 6~7년 전이다. 예전에는 한국 TV 드라마들이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 특히 패션을 향한 열망이 굉장히 크고 강렬한 것 같다.

당신처럼 슈즈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도들을 위해 강의를 하거나 가르치기도 하나?
한다. 사무실에서(웃음). 우리는 인턴이 많은 편이다. 그들이 디자이너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사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열심히 일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장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것이 경쟁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직접 부딪쳐봐야 아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현장에 나와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시간이 난다면 교육 쪽에서도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디자인 철학을 정의한다면?
자신이 하는 일에 판타지를 부여하고, 동기 부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꿈을 꾸고 아름답게 완성할 것. 환상을 그리되, 그것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실질적인 기능을 담을 것

에디터
패션 에디터 / 김한슬
포토그래퍼
목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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