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런 여자가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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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연약함보다는 건강하다는 이미지가 좋고, 예쁘다는 말보다는 멋지다는 평가가 더 좋은 사람. 이건 그런 쿨한 감성의 여성을 위한 칼럼이다. 투박하고 남자의 옷 같지만 그래서 더 멋진, 밀리터리 룩의 컬러별 분석.

1. 가죽 스트랩 장식의하프 부츠는 디올 제품.2. 부드러운 가죽 장갑은테드 베이커 제품.3. 스터드 장식이 돋보이는롱 부츠는 발렌티노 제품.

1. 가죽 스트랩 장식의
하프 부츠는 디올 제품.
2. 부드러운 가죽 장갑은
테드 베이커 제품.
3. 스터드 장식이 돋보이는
롱 부츠는 발렌티노 제품.

브라운 BROWN / 중후한 매력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감성의 색상, 브라운은 어딘지 우수에 찬 느낌이 나고 그래서 가을의 무드와 잘 매치된다. 지구, 나무, 돌 등 자연의 색에서 시작한 색의 특징은 다채로운 채도로 표현되며 그만큼 색의 스펙트럼이 넓다. 군복에서는 카무플라주 패턴처럼 카키, 검정과 함께 섞여 사용되곤 했는데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이 브라운 컬러를 활용한 방법은 그와는 반대로 올-인-원이었다. 다시 말해 상하의를 모두 브라운으로 ‘깔맞춤’하는 방식. 하지만 색이 가진 차분함과 안정감 덕분에 그것이 부담스럽거나 요란하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버버리 프로섬처럼 벨벳 소재를 사용하니 고급스러움이 더해진다. 해군의 피코트에서 따온 단추나 견장 장식의 밀리터리 무드가 미세하게 느껴질 정도. 도나 카란의 오버사이즈 코트 역시 형태가 매우 남성적이지만 군더더기 없이 단정한 느낌을 주며 단추와 주머니 등을 칼같이 재단해 가죽을 다루는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로에베 역시 독일 육군이 입던 야전 상의를 테일러링으로 고급스럽게 소화한 예. 덕분에 통일된 색이 주는 지루함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막스마라의 점프수트는 위트 넘치기까지 하니까. 파일럿의 점퍼쯤으로 보이는 재킷과 전투복 팬츠를 입은 듯 한 요지 야마모토의 룩은 근사한 아트 작품으로 보일 정도다.

1. 큼직한 퀼팅 장식토트백은 버버리 제품.2. 방한 기능이 뛰어난퀼팅 재킷은 마시모 듀티 제품.3. 조형적인 형태가 돋보이는벨트는 펜디 제품.

1. 큼직한 퀼팅 장식
토트백은 버버리 제품.
2. 방한 기능이 뛰어난
퀼팅 재킷은 마시모 듀티 제품.
3. 조형적인 형태가 돋보이는
벨트는 펜디 제품.

카키 KHAKI / 싱크로율 100%

모두가 알다시피, 전쟁 시 착시 효과를 위해 군복에 대거 사용된 카키색은 밀리터리 룩의 상징과도 같다. 장교나 전사들의 실제 군복을 그대로 따온 스타일이 많기 때문에 카키색의 다양한 변모를 엿볼 수 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코트나 맥큐의 스커트 수트 룩은 마치 2차 세계대전 시절 실제로 장교가 착용한 빈티지 코트를 그대로 가져온 듯 단추, 주머니, 테일러링 등이 대단히 흡사하고 막스마라의 긴 코트, 같은 톤으로 매치한 셔츠 역시 군인의 것과 똑 닮았다. 아크네나 바바라 부이의 코트는 방한을 위해 입던 내피, 일명 ‘깔깔이’를 연상케한다. 이처럼 투박하고 남성적인 룩을 런웨이 위에서 멋지게 표현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선택한 비장의 무기는 바로 ‘벨트’다. 카키색과 가장 매끄럽게 어울리는 검은색을 사용해 긴장감 있는 실루엣으로 변신시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카키색으로 두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N0.21이나 빅토리아 베컴처럼 스커트, 부츠 등의 아이템을 검은색으로 적절히 섞어 입는 것이 방법이다.

1. 버튼 장식이돋보이는 재킷은 올리브데 올리브 제품.2. 곡선의 형태와 버클장식이 돋보이는 부츠는크리스찬 루부탱 제품.3. 악어 가죽토트백은 펜디 제품.

1. 버튼 장식이
돋보이는 재킷은 올리브
데 올리브 제품.
2. 곡선의 형태와 버클
장식이 돋보이는 부츠는
크리스찬 루부탱 제품.
3. 악어 가죽
토트백은 펜디 제품.

네이비 NAVY / 세련된 발걸음

해군을 뜻하는 단어에서 시작된 만큼 단어 자체에서 밀리터리 무드를 물씬 풍기는 ‘감색’은 배를 타는 사람들의 룩에서 착안된 세일러 룩과 흰색, 베이지색과 함께 네이비를 중요 색으로 쓰는 프레피 룩의 교집합을 이룬다. 디자이너들은 네이비를 통해 군복의 강인함과 건강한 이미지를 상기시켰고, 여기에 다양한 장식을 활용해 경쾌하고 패셔너블한 룩으로 변신시켰다. 술 장식 부츠나 플레어스커트를 매치한 알투자라의 피코트 시리즈, 넓고 각진 어깨가 인상적인 발맹의 벨벳 소재 톱, 사선의 슬릿과 퀼팅, 가죽 트리밍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민 프로엔자 스쿨러의 스커트 룩, 화려한 패턴을 더한 랙앤본의 재킷까지 네이비 컬러의 시원시원한 느낌과 군복의 강인한 느낌은 그대로 살린 채 화려한 장식이나 트리밍, 프린트와 실루엣의 변화를 주는 등 저마다의 개성 넘치는 방식으로 세련되게 재해석된 것이 특징이다.

1. 지퍼 장식이 돋보이는가죽 재킷은 H&M 제품.2. 스터드 장식 장갑은버버리 제품.3. 매끈한 실루엣이멋진 부츠는 디올 제품.

1. 지퍼 장식이 돋보이는
가죽 재킷은 H&M 제품.
2. 스터드 장식 장갑은
버버리 제품.
3. 매끈한 실루엣이
멋진 부츠는 디올 제품.

블랙 BLACK / 호사로운 변주

가을/겨울 시즌 변함없이 사랑받는 색은 단연 검은색. 이 시커먼 색이 밀리터리 무드 영역까지 넘보지 않을 리 만무하다. 단호함이 돋보이는 밀리터리 요소가 검정과 만나 탄생한 시너지는 그야말로 효과 만점. 디자이너들은 검정을 통해 군복을 화려하게 변신시켰다. 준야 와타나베의 모직 케이프는 육군의 행군용 망토를 연상시키고, 알렉산더 왕과 지안프랑코 페레의 롱 코트는 덩치 큰 장교들의 트렌치코트를 빼닮았다. 제이슨 우는 공군의 점퍼에서 따온 듯한 재킷에 붉은색 팬츠를 매치했고, 사카이는 핑크색 러플을 달아 공주풍 무드를 가미했다. 발맹의 젊은 디자이너 올리비에 루스테인은 골드 버튼을 부각시키며 스키니 팬츠와 매치해 세련된 버전으로 선보였고, 트루사르디는 군인의 담요를 아무렇게나 휘두른 듯한 자유분방한 룩을 선보였다. 또, 빅토리아 베컴의 원피스는 군복에서 소매를 뜯어낸 것처럼 연출해 여성스러움을 더했다. 이처럼 디자이너들의 기교가 듬뿍 가미된 밀리터리 룩의 포인트는 검은색이라는 공통점을 가지며 이로써 검은색이 가진 무한한 매력이 또 한 번 입증되었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김한슬
기타
PHOTOS | KIM WESTON ARN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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