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서 영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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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으로 불안정해 보이는 정신 상태와 행동,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패션은 깊지만 공허한, 원초적인 슬픔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울림이라는 그녀의 천재적 음악성에 따르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일 뿐이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도 결국 2011년 7월 23일 ‘27세 클럽’ 비망록에 이름을 올렸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잡아 뺀 두터운 아이라인, 온몸을 도화지 삼아 빼곡하게 그려 넣은 타투, 소쿠리를 머리에 인 듯한 시뇽 헤어, 프레드 페리의 피케 셔츠(디자이너로 변신해 그토록 사랑했던 프레드 페리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와 살굿빛 실크 발레슈즈가 트레이드마크였던 여자. 패션계는 술에 절어 며칠은 씻지 않은 듯한 그녀의 너저분하고 기이한 룩마저 ‘코카인 시크’ 라고 치켜세웠다. 와인하우스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영국 소녀들은 죄다 그녀의 클론으로 분했고, 톱모델 신디 크로퍼드는 와인하우스의 주정뱅이 패션을 그대로 따라 한 채 할로윈 파티에 등장하기도 했다. 샤넬과 디올 같은 럭셔리 하우스마저 그녀를 뮤즈의 전당에 올렸고, 런웨이는 그녀의 분신과도 같은 모델들로 가득 채웠으며 파리〈보그〉를 비롯한 전 세계 매거진은 그녀의 룩을 오마주한 패션 화보로 금쪽같은 페이지를 메웠을 정도였다.‘패션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는 코코 샤넬의 말처럼 농염한 그녀의 보이스와 아이콘적인 패션은 우리의 가슴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정진아
아트 디자이너
artwork by Pyo Ki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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