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드글라스에 투과된 빛줄기처럼, 2010 S/S 컬러 팔레트는 부드럽고 신비로운 색채들로 가득하다.
LIPS: Various Colors
언제나 변함없이, 트렌드는 돌고 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돌아오는 트렌드가 기다려지는 까닭은 몇 번을 거듭한다 한들 늘 새롭기 때문이다. 똑같은 컬러, 똑같은 질감이라 해도 그것은 분명 예전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의외성이라는 비장의 무기로 치장되어 이미 역력하게 다른, 전혀 새로운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의 컬러들이 딱 그렇다. 지금껏 수백 번이나 봐왔을 법한 색상들이다. 퍼플, 라일락, 블루, 피치, 오렌지까지. 이번 트렌드의 비장의 무기는 스테인 드글라스이다. 필터를 통과한 듯한 컬러들은 투명하면서도 서로의 범위를 침범하지 않고 하나하나 제 빛을 발한다“. 낙관적이고 활기차 보이는 컬러들의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예쁘고 부드럽기만 한 컬러들은 아니에요. 미묘하게 착색된 듯한 느낌. 부드러운 컬러들은 쿨하게 입히는 것에 관한 전혀 새로운 이야기이죠.” 맥 글로벌 아티스트 디렉터 고든 에스피넷은 2010 S/S에 다시 돌아온 이 오색찬란한 컬러의 향연이 과거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했다. 폴 스미스를 맡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피터 그레이는 좀처럼 사용되지 않는 블루와 그린 립을 만들어내며“ 의상에 맞추기 위해 모든 색상이 총동원됐죠”라고 짧게 의견을 냈다. 로샤스를 맡은 팻 맥그라스 역시 윗입술은 립스틱으로, 아랫입술은 글로스를 사용하는 테크닉을 구사하며 트렌드에 가세했다.
EYES: Stain Effect
필터에 걸러져 옅게 발하는 듯한 효과는 아이 메이크업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스테인드글라스 같기도, 인상주의 화가들의 캔버스 같기도 혹은 이국적인 민속 의상의 자락 같기도 했다. 관건은 그 많은 컬러들이 동시에 사용됨에도 전혀 탁해지지 않고 모두가 제 빛을 발한다는 것“. 이번 시즌은 아마도 아이 메이크업, 그리고 블렌딩에 관한 이야기뿐일 거예요.” 블루와 그린, 옐로, 브라운 등을 섞어 수채화처럼 투명한 아이 메이크업을 완성한 니콜 파리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매키는 70년대의 글래머러스한 트렌드를 언급했지만, 그것에 비해 모던하고 부드럽게 풀어나간다는 점을 강조했다“. 딱딱하고 강렬한 에지(경계선)는 없습니다.” 같은 런던에서 있었던 리처드 니콜 쇼, 샘 브라이언트 역시 비슷한 의견을 냈다“. 부족민의 옷자락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들이죠. 무척 많은 색상들이 한꺼번에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물이 한 번씩 빠진 듯이 옅고 투명하며 미묘하게 번져 있죠. ” 그러는 가운데에도 주된 컬러 흐름은 보인다. 퍼플과 라일락. 곱게 물든 염료의 느낌을 내는 데에는 이만한 컬러도 없을 테니까! 마리오스 슈왑을 맡은 피트로스는 젖은 브러시를 사용해서 물이 빠진 듯한 염료의 느낌을 제대로 냈다, 베르사체의 팻 맥그라스 역시 라벤더 리퀴드 아이라이너와 퍼플 섀도를 이용해 그 어떤 백스테이지보다도 투명하고 향기로운 스프링 메이크업을 마쳤다“. 아주 가벼운, 가벼운 모드예요.”
- 에디터
- 이지나
- 포토그래퍼
- Photo / KIM WESTON ARNO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