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F/W 런던 패션위크, 주목할 만한 키워드는?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패션의 계절 – London

2019-03-25T21:03:16+00:002019.03.26|FASHION, 뉴스|

패션 위크 다이어리 in London

어김없이 돌아온 패션위크. 활기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했던 뉴 제네레이션의 탄생부터, 갑작스레 전해진 패션 역사에 길이 남을 거장의 죽음까지. 더블유 에디터들이 직접 보고 느낀, 환희와 슬픔, 감격과 애도가 공존한 뉴욕, 런던, 밀란, 파리의 생생한 순간들.

클로에앓이

시몬 로샤 백스테이지에 들어서자마자 가운을 입은 클로에 세비니를 포착했다. 그때부터 ‘클로에 앓이’가 시작됐다. 오래전부터 좋아한 패셔니스타이기도 했고, 셀렙 자신이 디자이너를 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유명인의 출두가 뜸한 런던에서 그녀는 반가운 얼굴이었다. 어떻게든 근사하게 영상에 담아보려고 좁디좁은 백스테이지에서 졸졸 쫓아다니기를 2시간 남짓. 결국 아이 컨택 인터뷰는 실패했지만 그녀의 꽤나 거리낌 없고도 매력적인 모습을 눈에 담아온 것으로 만족한다.

디올 그리고 더블유!

런던 패션위크 기간 동안 빅토리아&앨버트 뮤지엄에서는 <크리스찬 디올: 꿈의 디자이너> 전시가 열렸다. 디올 하우스 역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 전시로 무슈 디올과 그 뒤를 이은 여섯 아티스틱 디렉터의 역사와 환상적인 쿠튀르 아카이브를 감상할 수 있었다. 전시 말미에는 그간 디올 의상이 등장한 수백 개의 매거진 커버가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중 눈에 들어온 하나의 책! 바로 켄들 제너가 장식한 <W KOREA>의 커버였다. 한국 매체로서는 유일하게 진열되었다고. 런던에서 느끼는 국뽕의 맛이란.

티시의 버버리 킹덤

버버리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리카르도 티시는 첫 시즌보다 명확한 자기만의 색채를 버버리에 주입하며 영국 정복기에 나섰다. 특히 눈에 띈 건 영국을 상징하는 디테일들. 남자 모델 뒤로 낙하산처럼 나풀거리던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 프린트, 드레스 같은 롱 패딩 뒤에 새겨진 ‘Kingdom’은 티시가 세울 버버리 왕국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건, 모델들의 어깨와 팔에 걸친 이불들. 무슨 이유일까 싶었는데, 자신의 SNS 프로필까지 이불 걸친 사진으로 바꿀 만큼 이불에 푹 빠져버린 ‘꿀잠 티시 선생’ 되시겠다.

디스 이즈 잉글랜드

런던 패션위크는 신인 디자이너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모습을 나타내 화제가 된 작년 ‘QEII(Queen Elizabeth II)어워드 수상자인 리처드 퀸 쇼, 두 번째 수상자인 베서니 윌리엄스 쇼에도 여왕이 참석할지가 많은 이의 관심사였다. 여왕은 오지 않았지만, 여성의 권한 부여, 홈리스 문제 같은 사회적 이슈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보내온 그녀의 쇼는 박수 받아 마땅했다. 패션계를 움직일 미래가 궁금하다면 영국패션협회의 신인 후원 프로그램 ‘뉴젠(Newgen)’을 주목하면 된다. 이번 시즌 협회가 픽한 어콜드월, 할펀, 키코 코스타디노브, 매티 보반, 리처드 퀸 등은 사라 무어가 이끄는 패널들의 멘토링과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자신들의 창의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됐다.

다 미세먼지 때문이야

런던의 터줏대감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평범함을 거부하는 쇼로 펑크 여왕의 면모를 과시했다. 배우들은 워킹 도중 연설을 시작했다. 영국의 극작가 필립 브린이 연출을 맡았고, 환경운동가로 활동해온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플레잉 카드(Playing Card)’ 캠페인 내용을 대사처럼 읊으며 진행됐다. 환경 문제, 정치, 경제 등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자리에 모인 이들에게 어필했다. 배우, 작가, 그린피스 회장 등이 런웨이에 오르며 문제 제기에 동참했다. 하이라이트는 피날레 무대에 등장한 비비안 여사. 무반주에 노래를 부르며 등장한 그녀는 무대를 역주행했고 그렇게 한 편의 연극은 끝났다

런던스 버닝

MATTY BOVAN

런던 컬렉션이 즐거운 이유, 바로 열정 넘치는 디자이너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디자이너 매티 보반은 환상적이고 와일드한 그의 컬렉션보다 더 인상적인 피날레를 선보였다. 알렉산더 왕은 명함도 못 내밀 스피드로 런웨이를 달린 그의 모습은 카메라에 담기조차 쉽지 않았다. 또 다른 재기 발랄 디자이너 애슐리 윌리엄스는 정자를 연상케 하는 위트 넘치는 의상으로 화끈한(?) 오프닝을 장식하기도 했다.

홍차의 나라에서 커피 타령

‘티보다는 커피’ 취향이라 그 유명한 얼그레이 한잔 마시지 않고 패션위크 일정 내내 커피만 마셨다. 런던에서 꼭 가봐야 할 카페로 꼽히는 워크숍 커피와 카페인은 일부러 찾아가서 맛봤다. 플랫 화이트를 주문해 마셨는데, 두 곳 모두 서울에서 마시는 커피보다 더 깊고 고소한 맛이 강했다. 한국에서는 거의 밥그릇 수준의 커피잔을 주는 곳이 많지만, 영국은 아직 손에 쏙 들어오는 커피잔에 내와 기분이 좋았다.

런던 키즈 위크

하루에 한 끼로 버텨가며 쇼 스케줄을 소화하는 동안에도, 그냥 지나칠 수 없던 장면이 있었다. 바로 시크하고도 사랑스러운 런던 키즈를 마주하는 순간. 노천에 서서 새파란 선글라스를 끼고 음료수를 마시고, 미술관 명화 앞에 서서 서슴없이 드로잉하고, 그라피티가 가득한 길가에서 보더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에스프레소 잔에 담긴 무언가를 고개를 한껏 젖힌 채 음미하고, 분수대 곁에 앉아 햇빛에 반짝이는 물을 바라볼 줄 아는 아이들. 컬렉션 영상으로 휴대폰 용량이 꽉꽉 채워져도 사진과 함께 내 맘속에 저장했다.

꽃밭에 앉아서

런던의 꽃 사랑이 이 정도였나 싶었다. 여왕, 정원의 나라답게 여기도 저기도 꽃 잔치가 열렸다. 플라워 패턴 실크 소재를 주로 사용한 에르뎀부터, 룩 자체가 한 송이 꽃 같았던 시몬 로샤, 고전적인 무드로 풀어낸 피터 필로토, 동시대적인 룩에 플라워 패턴으로 여성미를 더한 프린 바이 숀튼 브레가찌, 과장된 벌룬 실루엣 드레스에 강렬한 꽃무늬로도 부족해 피날레에 꽃가루까지 날린 리처드 퀸까지, 런던은 온통 꽃밭이었다.

오! 릴리리야

백스테이지에 들어가면 뉴페이스를 발견하는 기쁨이 꽤 큰데, 런던에서 발견한 보석은 바로 릴리 노바다. 2019 F/W 시즌 구찌 쇼를 통해 데뷔한 그녀는 진저 컬러의 곱슬머리가 무척 잘 어울린다. 특히 ‘척’하지 않아도 미치도록 귀여운 자태에 보는 순간 입꼬리와 휴대폰 카메라가 동시에 올라간다. 인스타그램 계정의 프로필 소개 문구는 ‘Part time model, full time trash’. IMG 모델 소속, 19세의 루키 모델 릴리의 애슐리 윌리엄스와 시몬 로샤 쇼에서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