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 로렌의 반세기, 그리고 너무나 랄프 로렌스러운 한 권의 책.

이 사람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역사가 몇백 년밖에 안 되는 미국을 전통 있게 느끼게 하는 눈앞의 구체성이 한꺼풀 사라졌을 것이다. 데님이나 플란넬 셔츠, 웨스턴 부츠 같은 패션 아이템의 행로가 달라졌을 거고, ‘아메리칸 스타일’이라는 단어는 아예 재정의되어야 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 ‘랄프 로렌스럽다’고 말했을 때,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1992년 뉴욕 CFDA 평생 공로상 수상 때 상을 수여했던 오드리 헵번의 코멘트처럼 랄프 로렌은 그런 존재니까. 랄프 로렌이 커리어의 50주년을 맞아 자신의 세계를 망라한 책의 개정판을 냈다. 10년 전 초판에 훨씬 많은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 글을 추가했다. 햄튼의 저택이나 자메이카의 광활한 사바나, 콜로라도의 랜치에서 말을 타거나 가족과 휴가를 즐기는 모습은 그야말로 랄프 로렌 화보 같아서 묘한 기시감이 들 정도다. 수십 년에 걸쳐 랄프 로렌의 여성 컬렉션을 입은 멋지고 당당한 여성들의 모습은 미국적인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눈앞에 펼쳐놓는다. 패션에도 ‘아메리칸 드림’이 있다면 아마 그 디테일은 많은 부분 랄프 로렌에게 빚질 터이다. 이 책은 그 꿈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아카이브이고, 성공한 사업가의 드라마 같은 인생 이야기다. 무엇보다, 정말 랄프 로렌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