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념적인 잣대에서 탈피하는 이슈로 뜨거운 패션계. 이 열기를 몰아 젠더와 인종의 편견을 깬 전시를 선보인 패션 루키가 있다. ‘왜 매일매일 웨딩드레스를 입으면 안 될까? 그게 가능하다면 언젠간 남자도 웨딩드레스를 입으면 안 될 이유가 없지 않을까?’라는 엉뚱한 질문 끝에 탄생한 <2026> 전시 이야기.

런던의 서머싯 하우스에선 젊은 아티스트들의 유토피아적 비전을 담은 시리즈 전시인 <Utopian Voices Here & Now>가 한창이다. 큐레이터 숀나 마샬(Shonagh Marshall)은 이번 전시를 위해 감각적이고 창의력 넘치는, 각 분야의 혈기 왕성한 인물들을 선별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상상하는 유토피아적 비전을 사진, 디지털 페인팅, 패션 필름, 퍼포먼스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구현해냈다. 2016년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그들이 꿈꾸는 유토피아엔 존재하지 않는다. <Utopian Voices Here & Now> 전시 시리즈 중, 젠더와 인종에 관한 이슈가 뜨거운 패션계의 현상을 반영하는 사진전 하나가 눈에 띈다. 바로 세인트 마틴을 갓 졸업한 스타일리스트 이브라힘 카마라(Ibrahim Kamara)와 사진가 크리스틴 리-물만(Kristin LeeMoolman)이 함께 작업한 전시, <2026>이다.

시에라리온 출신으로 런던에서 공부한 이브라힘은 성과 인종에 관한 다문화적 관점에 몰두했다. 요하네스버그 길거리에서 마주친 이색적인 모습에 반한 그는 10년 후 남자들의 패션은 어떻게 변할지에 물음을 던지며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특이하게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진가인 크리스틴과의 인연은 인스타그램에서 시작됐다고. 전시에 공개된 10가지 사진 작업을 위한 옷을 마련한 방식 역시 비범하다. 이브라힘은 중고 옷가게, 자선 단체, 요하네스버그의 각종 원단 가게를 부지런히 찾아다녔고, 심지어 헌옷 쓰레기통에서도 옷을 집어와 리폼해 활용했다. 데이비드 베컴의 저지 셔츠를 스커트로 연출한 모습, 땅에 끌리도록 내려 입은 청바지와 테일러드 재킷, 하얀 장갑의 믹스 매치, 웨딩드레스에 매치한 축구 골키퍼 장갑 등 그동안 본 적도 규칙도 없는 이브라힘의 아이디어는 유토피아적 희망이 엿보이는 건 물론이고 현실 도피적이기까지 하다.

이브라힘 카마라야말로 흑인이자 남자로서 자유와 자기 표현에 있어 아직은 편견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겪고 있는 예외자일지 모른다.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이성애적 신념에 도전하는 그의 애티튜드는 <2026>의 10가지 사진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다. 10년 후, 그가 만들어낸 유토피아 세계에선 인종과 남성성에 관한 어떤 강요나 제약 없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출하는 게 자유롭다. 결혼식 날도 아니고, 여자가 아니더라도 웨딩드레스를 매일매일 입을 수 있는 세상. 사진 속에 등장한 옷과 함께 전시되는 <2026> 사진전은 829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