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유가 불러모은 각광받는 신진 디자이너들. 그중 동일한 목소리를 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누군가는 글로벌한 행보를 꿈꿨고, 또 누군가는 위대한 디자이너가 되려는 게 아니라 그저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나둘 이뤄갈 뿐이라고 말했다. ‘신진’이라는 꼬리표 대신 ‘젊음’이라는 기지로 다가설 수 있기에 아직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것도 많은 이들. 그저 오롯이 자신의 브랜드로서 오늘에 존재하고 내일을 준비해가는, 우리가 열띠게 불러주어야 할 이름들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여자들의 모든 것 

프로덕트 서울이라는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의 메카, 획기적인 편집매장을 운영했던 디자이너 정지연의 노하우와 감각은 렉토(Recto)를 통해 꽃을 피웠다. 2015 S/S 시즌, 단 하나의 첫 컬렉션으로 패션 인사이더들의 마음을 사로잡은렉토. 개성 어린 여배우와 모델, 패션 에디터들이 그녀의 옷을 입고 등장하며 짧은 시간 안에 렉토는 세련된 여자들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1. 로고를 심플하게 더한 스웨트 톱과 메탈릭한 스커트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S/S 시즌 룩. 2.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편안하고 감성적인 S/S 룩북. 

1. 로고를 심플하게 더한 스웨트 톱과 메탈릭한 스커트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S/S 시즌 룩. 

2.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편안하고 감성적인 S/S 룩북. 

 

 

 

론칭 첫 시즌 만에 각광을 받고 있다. 편집숍을 운영하 며 신진 디자이너들의 룩을 셀렉팅하던 감도가 있어 서인지 세련된 여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명민한 감각 이 느껴진다.

2010년경에 프로덕트 서울을 열고 재능 있는 국내외 신진 브랜드들을 소개하며 사람들이 원 하는 것에 대한 감을 키우게 된 것 같다. 운영을 하다 보니 여성 고객에게 취약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 어 렉토를 론칭하게 되었다. 렉토는 내 생애 첫 브랜드 로 프로덕트 서울을 열기 전부터의 꿈이었다. 

한남동의 프로덕트 서울을 접고, 자신만의 브랜드 렉토를 시작하며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원래는 요즘 많은 편집숍에서 자체 프라이빗 브랜드를 소개하는 것처럼 프로덕트 서울만의 독자적인 브랜드를 내고 싶었다. 의도치 않게 건물 임대 계약이 끝나면서 매장을 옮겨야 하는 상황을 앞두게 되었고, 이 기회에 내 브랜드에 오롯이 전념하고자 렉토를 론칭하게 되었다. 하지만 렉토가 자리를 잡고 여유가 생기면 다시 시작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은 렉토의 첫 프레젠테이션 을 성공적으로 치른 사실에 만족한다.

신진 디자이너로서 실제적으로 현실적인 환경에 부딪 치며 힘든 부분은?

국내 론칭 전에 파리의 ‘캡슐 컬렉션’에 참석했다. 하지만 첫 시즌 만에 성과를 내는 건 무리수임을 알게 되었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국내에서 내실을 다져가는게 순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시간을 갖고 단계적으로 밟아갈 계획이다.

렉토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렉토의 오프라인 매장과 위즈위드, 더블유컨셉트, 29cm 등과 같은 온라인 스토어다. 그리고 비이커와 협업을 위해 미팅을 갖는다.

첫 컬렉션을 전개하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혹은 대중의 반향을 위해 오히려 힘을 주거나 덜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해진 콘셉트 대신 렉토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룩을 위주로 디자인했다. 룩북의 모델 이미지 때문에 여성스럽고 깨끗한 느낌을 많이 주지만, 실제 착용했을 땐 남성적인 실루엣 때문에 중성적인 느낌을 주는 아이템도 있다. 또 테일러링을 절제되고 감도 있게 보여주려고도 애썼고.

궁극적으로 추구한 가치는 무엇인가?

렉토의 아이템에 다른 브랜드를 믹스 매치해 다양하게 스타일링할 수 있는, 의상 특유의 분위기를 통해 렉토라는 이름을 떠올리는 웨어러블한 아이템에 집중했다. 또 착용했을 때 실루엣이 더 마음에 드는 제품이었으면 했다.

렉토는 실제 누군가가 입은 모습을 봤을 때 더 끌리는 브랜드다. 그런 면에서 생각하는 뮤즈가 있나?

배우 정은채와 이솜, 정유미 등이 아닐까. 렉토가 지닌 편안하고도 깨끗하며, 감성 어린 느낌과 비슷한 분위기를 지닌 여배우들이다.

크리에이터로서 앞으로의 비전은?

패션이라는 영역을 구분 짓지 않고 영역 확장을 해보고 싶다. 사실 패션을 아트와 연계시켜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으며, 얼마 전 이태원에 음식에 대한 정보를 충실하게 전달하는 새로운 개념의 레스토랑인 TMI를 오픈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다가가고픈 렉토의 목표점은?

언젠가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 아트적인 영역도 이 일이 풀려야 인정받을 수 있을테고.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파리 봉마르셰 백화점에 렉토의 옷이 걸리면 좋겠다.

반짝반짝 강렬하게 

스와로브스키가 선택한 한국의 주얼리 디자이너 이일정.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재학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이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은 피버리쉬(Feverish)라는 개성 넘치는 브랜드에 또 다른 꿈을 안겨주었다. 아직도 보여줄 게 많은 그녀의 욕망을 자극하며. 

 

1. S/S 시즌 선보인 강렬한 피버리쉬 컬렉션.2. 아기 천사를 주제로 한 세컨드 라인, 피버리쉬앤너티의 유니크한 S/S 시즌 주얼리. 3. F/W 시즌을 위한 피버리쉬의 별 모티프 커프.

1. S/S 시즌 선보인 강렬한 피버리쉬 컬렉션.

2. 아기 천사를 주제로 한 세컨드 라인, 피버리쉬앤너티의 유니크한 S/S 시즌 주얼리. 

3. F/W 시즌을 위한 피버리쉬의 별 모티프 커프.

 

 

신진이지만 세일즈와 홍보 모두 잘 풀린 듯하다.

감사한 일 이지만 개인적으로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꿈이 조금 원대한 편이다. 멀티 브랜드로 성장해 자리 잡고 싶고, 독 보적인 아이덴티티를 가진 힙한 브랜드가 되고 싶다. 무엇 보다 글로벌한 인지도를 탄탄하게 쌓아가면서 말이다.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주얼리 디자이너 브랜드는 흔치 않았는데, 요즘은 온라인 및 국내 디자이너 멀티숍 등 유통 공간 이 확보되면서 신진 디자이너들이 왕성하게 활약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스와로브스키와의 협업으로 가장 눈에 띄는 브랜드가 되었다. 감회가 어떠한가?

사실 대학교 1학년 때 스와로브스키와 첫 프로젝트를 했다. 그게 인연이 되어 지난 2012년에 피버리쉬를 론칭한 직후 스와로브스키 코리아와 한두 차례 협업을 했고, 상하이 등에서 펼쳐진 신제품 전시에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학생 시절부터 도전을 즐 긴 편인데 스와로브스키가 그런 부분을 높이 사주어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특히 2013년에 ‘런웨이 럭스’라는 특별한 프로젝트를 함께한 게 인상적이다. 나디아 스와로 브스키 회장이 직접 디자이너를 선정해서 진행하는 것인데 한국 브랜드로는 최초로 참여해 단순한 주얼리가 아닌 크리스털 장식의 헬멧과 가죽 재킷을 선보였다. 당시 장 폴 고티에, 로베르토 카발리, 알렉산더 매퀸을 비롯해 영국의 유명 주얼리 디자이너인 숀 린 등과 함께 런웨이 쇼 를 하게 되었다. 학생 때 리서치하면서 알게 된 후, 언젠가 꼭 한번 참여해보고 싶은 이 프로젝트에 함께하게 되어 매우 영광스러웠다. 그리고 아직 발표할 수는 없지만 2016 년에 스와로브스키와 선보이는 또 하나의 특별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궁극적인 꿈은 무엇인가?

명성 높은 기성 디자이너들의 레 벨에 견주어 손색이 없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싶다. 그리 고 주얼리의 개념을 넘어 슈즈, 백, 인테리어, 건축 등 다양 한 분야의 흥미로운 협업에도 도전하고 싶다.

고수하는 원칙이 있다면?

디자인을 하고 첫 샘플 만들 땐 직접 제작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림만 그려선 표현하고자 하는 입체적인 느낌이 잘 안 와 닿기 때문이다.

즐길 수 있기에 이 일을 계속 해낼 수 있는 게 아닐까. 힘든 상황도 많지만 원동력은 꿈이다.

이루고 싶은 그림이 딱 있다. 말로 설명하기가 쉽진 않은 명확한 그림인데 그걸 보고선 그냥 달려오고 있는 거다. 사실 브랜드를 이끌어간 다는 일은 정말 힘들다. 10개의 힘든 일과 하나의 좋은 일이 있다면 그것에서 성취감과 기쁨을 느끼며 힘든 걸 무마 시킨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텨나간다. 뭐든지 두려워하기 보다는 그냥 지르고 본다.

그렇다면 최근에 가장 큰 성취감을 느꼈던 순간은?

지난주에 홍콩 디자인 인스티튜트의 초청으로 강의와 워크숍을 하기 위해 일주일간 홍콩에 다녀왔다. 반년 전부터 계획된 일인데 막상 가서 해보니 의미 있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화려하고 펑키한 요소 덕분에 홍콩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걸로 알고 있다.

홍콩이 가장 반응이 좋은 도시고 판매율도 높다. 때론 너무 과감해서 과연 팔릴까 싶은 디자인도 홍콩에선 좋은 반응을 얻곤 한다. 현재 홍콩의 유명 멀티숍 온페더(Onpedder)에서 피버리쉬를 소개하고 있다. 첫 시 즌부터 꾸준히 거래해왔는데 지난주에 홍콩에 들렀을 때 마침 신기한 경험을 했다. 주말에 한 전시 오프닝 파티에 갔는데 패셔너블한 다양한 국적의 여자들이 많더라. 그중 한 여인이 내 목걸이를 보며 온페더에서 코끼리와 악어 주얼리를 선보인 디자이너가 맞냐고 묻더라.

참, 세컨드 라인의 반응도 매우 좋다.

피버리쉬의 세컨드 브랜드인 ‘FEVERISH&naughty’는 처음 시작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작년 초에 론칭해 이제 1년이 되었다. 지난해는 테스팅하는 기간으로 잡고 팝업 스토어를 단독으로 몇 번 선보였다. 일단 피버리쉬는 도도하게 고귀하게 아주 독보 적인 포지셔닝을 구축하려고 노력했다. 안 팔려도 다 주인이 있다고 생각하며 전 세계의 고급스러운 마니아층 고객을 유치하고자 했고, 뚜렷한 아이덴티티가 중요했다. 반면 피버리쉬앤너티는 누구나 쉽고 재밌게 할 수 있는 콘셉트 다. 당연히 10, 20대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막상 현대백화점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에 가보니 60대 여성분이 사 가 시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다섯 살 손녀를 위한 선물이 되기도 하고, 모녀가 사이좋게 구입하는 것도 보았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 세컨드 브랜드의 방향에 대해 갈팡질팡하 던 마음을 다잡고 내 스타일대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주얼리의 모티프인 특별한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다.

피버리쉬 메인 컬렉션은 매번 동물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때그때 꽂히는 동물이 생기면 스케치를 위해 자세히 관찰한다. 여기에 또 다른 어떤 스타일, 이를테면 아르데코와 펑크, 힙합과 같은 양식을 결합해 창의적인 개성을 더하고자 했 다. 한편 이번 시즌, 피버리쉬앤너티는 장난치는 아기 천 사들을 모티프로 했다. 컬렉션을 디자인할 당시 막내 동생의 아기 때 사진을 찾아보고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왁스로 직접 얼굴 모습을 깎아 캐릭터를 완성했다.

언젠가 파인 주얼리 쪽도 도전해보고 싶은가.

40대쯤 꼭 해 보고 싶은 분야다. 아마도 파리의 리디아 쿠르테유(Lydia Courteille) 같은 유니크한 하이 주얼리 스타일이 될 것 같은데, 이를 위해서 새롭게 GIA 공부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