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도, 의심도 많아 뭐든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깐깐한 뷰티 에디터의 좌충우돌 텃밭 체험기.

영국 브랜드 하우스(Haws)의 플라스틱 소재 노란 물뿌리개와 플라스틱 소재의 초록색 미니 화분, 조셉 벤틀리의 모종삽, 갈퀴, 전지가위는 모두 MO by 제인송, 오렌지와 카키색이 배색된 장화는 헌터 by 라움 에디션, 래디시, 파프리카, 방울 토마토 씨앗과 생분해성 재질 모종판은 가든하다(Gardenhada), 수확용 주머니로 활용하는 면 소재 파우치는 이솝 제품.

영국 브랜드 하우스(Haws)의 플라스틱 소재 노란 물뿌리개와 플라스틱 소재의 초록색 미니 화분, 조셉 벤틀리의 모종삽, 갈퀴, 전지가위는 모두 MO by 제인송, 오렌지와 카키색이 배색된 장화는 헌터 by 라움 에디션, 래디시, 파프리카, 방울 토마토 씨앗과 생분해성 재질 모종판은 가든하다(Gardenhada), 수확용 주머니로 활용하는 면 소재 파우치는 이솝 제품.

 

 

뷰티 에디터는 이런저런 이유로 허브 화분을 선물 받을 일이 많은데, 열악한 사무실에서도 멀쩡하던 녀석들이 집에만 오면 향 한 번 풍겨보지 못하고 곧 냄새 나는 쓰레기통에서 생을 마감했다. 물 줄 필요도 없다는 다육이는 말할 것도 없고, 물만 주면 된다는 말에 혹해 데려온 개운죽, 아이비, 심지어 양파마저 뿌리가 썩어 사망. 신혼 시절 큰맘먹고 산 내 키만 한 이름 모를 나무 역시 지난겨울 이후 화분만 남은 상태다. 식물 키우는 덴 완전 젬병. 그런 내가 (감히) 농사를 결심한 건, 답도 없는 ‘의심병’ 탓이다. 나는 식당을 고를 때 맛보다 위생 상태를 먼저 따진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화장실에 비누는 구비되어 있는지, 반찬을 재활용하는 정황은 없는지, 혹 ‘세스코 멤버스’ 서비스에 가입되었는지 등등 을 살핀다. 직접 음식을 만들 때는 한술 더 뜬다. 싱글 시절, 재료의 출처와 질이 오직 엄마의 손에 달렸을 때는 별 도리가 없었지만, 결혼을 하고 요리를 시작하니 하나부터 열까지 영 석연치가 않다. 양배추는 껍질만 벗겨 먹으면 되는 줄 알 았는데 한겹 한겹 다 농약 범벅이라니 이는 무엇이며, 유기농 마크를 달아놓고 (유기)비료를 썼다는 건 또 어떤 경우인지. 일일이 따지다 보니 불신은 점점 더 커져만 갔고, 급기야 ‘아무도 못 믿겠어!’ 지경에 이른 것. 나의 농사는 그렇게 불안과 불신 탓에 시작되었다.

 

텃밭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대부분 비용부터 물어본다(아, 그전에 ‘의외’라는 반응부터 하고). 위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1년에 10만원 남짓한 돈으로 3~5평 정도의 땅을 분양받을 수 있다. 3~5평이라고 하면 누구는 넓지 않느냐하고 반대로 몇몇은 생각보다 좁다고 말하는데, 사실이 그렇다. 4인 가족의 김장용 배추나 쌀농사를 짓기에는 터무니없이 작지만, 신혼부부가 쌈 채소를 가득 심어 버리는 것 없이 소화하려고 하면 아마 세 끼 내내 소처럼 풀만 먹어도 남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식물을 죄다 죽인 이력도 있고 해서) 쌈 채소 모종을 종류별로 6개씩 심었는데, 수확량이 너무 많아 일주일에 최소 4일은 아침에 샐러드, 저녁엔 쌈밥을 먹어야 했다. 덕분에 노하우가 생겨 이번 가을에는 종류별로 모종을 딱 2개씩만 샀다는 건 깨알 자랑. 모종은 양재동 꽃시장 근처에 있는 종묘상을 이용한다. 브로콜리부터 파프리카, 그린빈 등 어지간한 채소는 씨든 모종이든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 다. 심지어 모종 3개에 1천원 정도면 충분할 만큼 싸다.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고, 지주를 세우고, 재배하는 일련의 과정은 인터넷과 관련 서적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생략.

 

나의 농사 모토는 하나다. 오로지 자연, 자연. 흙과 물, 햇빛만으로 키우는 거다. 벌레를 잡는 건 죽어도 못하겠고, 마감때를 제외하고 한 달에 두 번 남짓 가면서 잡초 관리까지 하려니 솔직히 ‘케파’가 안 된다. 아직 어릴 때에는 솔직히 뭐가 잡초고 채소인지 분간도 어렵다. 비료나 농약은 어림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개월 남짓의 농사는 성공적이었다. 풍년이다 못해 친정과 시댁, 몇몇 동료들에게까지 우쭐해가며 나눠줄 수 있었고, 상추를 씻다 사람이 울 수도 있겠구나 느꼈을 만큼 갈무리도 원 없이 했다. 그러고도 남은 야채는 잘 다듬어 냉동하거나 페스토와 피클을 만들어 저장도 해두었다. 냉장고가 꽉꽉 채워질수록 마음도 어쩐지 든든해지는 건 숨길 수 없는 ‘아줌마 본능’일까? 텃밭을 한다고 하면 주변에선 ‘그냥 사 먹고 말지’ 한다. 유난스럽다고도 한다. 하지만 계기는 그랬을지언정 내 농사는 전혀 유난스럽지 않다. 그저 격주에 한 번꼴로 들러 따오는 게 전부다. 돈이 많이 드는 건 더더욱 아니다. 솔직히 농사 보다 힘든 건 채소 손질인데, ‘내 새끼’라고 생각하니 깻잎 한 장 버리지 못하겠 고 일일이 손질하다 보면(텃밭에서 바로 온 채소는 슈퍼에서 파는 것처럼 깔끔하지가 않다) ‘내가 왜 고생을 사서 하나’ 싶긴 하다. 하지만 나는 안다. 텃밭은 팍팍한 도시 생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낯선 행복이 넘치는 곳이다. 30분 남짓 달려가는 차 안에서는 ‘내 새끼’들이 잘 자랐을지 상상하는 설렘이 있고, 힐에 흙 한 톨 안 묻히고 일주일을 살다가 폭신한 땅을 밟을 때 전해지는 왠지 모를 평온감이 있고, 직접 기른 채소들을 ‘아삭!’ 소리를 내며 씹는 맛도 있다. 나와 내 가족이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식재료는 보너스. 오래도록 가보지 못하면 불안하고, 삶에 지치고 힘들다가도 그곳에 다녀오고 나면 되려 마음이 가벼워지고야 마는, 도시 유랑민의 힐링캠프 같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