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19번지는 세월이 지날수록 그 진가가 선명해지는 진짜 빈티지를 만날 수 있는 주소다.

빈티지에 대한 애정은 자주 오해받고 쉽게 오용된다. 이 단어를 들을 때마다 장마철의 행주처럼 지저분한 티셔츠나 애써 낡은 척을 하는 팬시한 카페부터 떠올리는 사람도 적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빈티지의 진정한 가치는 ‘낡음’ 자체가 아니라 낡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시대적인 무언가에서 찾는 게 맞다. 세월의 자연스럽고 보기 좋은 흔적은 부차적인 소득일 뿐 방점은 아이템 자체의 뛰어난 만듦새에 찍혀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진짜 빈티지들을 쇼핑하고 싶다면 성북동 19번지가 적절한 목적지다. 원래는 견고한 북유럽 가구를 판매하는 모벨랩의 쇼룸이었지만, 최근 이 공간에 클래식한 맞춤 제작 수트를 선보이는 빌라델꼬레아와 빈티지 아이웨어 브랜드인 레트로스펙스가 합류했다.

모벨랩은 유명 디자이너에만 관심을 쏟던 국내 빈티지 가구 애호가들에게 보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한 브랜드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1950년대 전후반의 스칸디나비안 국가에서 견고한 제품을 생산하던 장인들의 작업을 엄선해 소개하고 있다. 쇼룸에 진열된 의자와 테이블은 앉기조차 조심스러운 ‘작품’이라기보다는 일상의 풍경에 우아하게 섞이는 생활 가구에 가깝다. 물론 예외적인 수집가를 위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한스 웨그너, 핀 율, 아르네 야콥센 등의 희소한 아이템 역시 모벨랩에서 만날 수 있다. 빌라델꼬레아는 ‘비스포크사르토(맞춤 제작 재단사)’의 나라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클래식 수트 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경박한 유행과는 상관없이 우아한 옷들이 차분히 공간을 채운다. 매달 2회씩 최고의 실력을 갖춘 현지 재단사를 초빙해 맞춤 행사를 진행하는데, 그동안 성북동을 다녀간 인물들의 리스트에는 이탈리아 남성 패션의 아이콘으로 대접받는 시모네 리기,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나폴리의 바지 장인 살바토레 암브로시 등도 포함된다. 레트로스펙스는 설립자이자 오너인 제이 오웬스의 안경 수집 취미가 사업으로 확장된 예다. 187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를 아우르는 방대한 컬렉션은 그 자체로 아이웨어의 역사나 마찬가지다. 사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물건에게도 나이 자체가 대단한 자격이 되진 않는다. 나이보다 중요한 건 그 인물의 품성, 혹은 그 제품의 완성도다. 성북동 19번지에서는 세월이 갈수록 본래 지닌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진짜 빈티지를 만날 수 있다.

1. 모벨랩의 쇼룸.
2. 모벨랩의 빈티지 안락의자.
3. 레트로스펙스의 뮤지엄 피스.
4. 빌라델꼬레아 매장.
5. 모벨랩에서 판매중인 작업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