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손, 다크 나이트, 뱀파이어와 동화 속 공주님까지. 백스테이지로 도망 나온 판타지 월드 속 뷰티 아이콘들.

MAKE UP : 가상 세계로의 초대

프라다의 2012 F/W 백스테이지. 눈두덩을 오렌지, 검정, 하얀색과 퍼플로 범벅을 한 모델들이 차가운 표정으로 런웨이에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상 세계 속 공주들이에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를 비롯해,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번 시즌 상상력을 총동원해 ‘판타지 뷰티’를 현실 세계에서 실현시키느라 여념이 없었다.

프라다 외에 여러 백스테이지에서 마치 게임이나 영화 혹은 소설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현실적인 주인공들이 서성였는데, 기괴함이라면 미담 키르초프의 쇼가 단연 돋보인다. 과감한 색상 선택, 과장된 선. 메이크업이라기보다는 공연의 분장을 연상시킨 이 쇼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플로리 화이트는 여장 남자를 떠올려보라고 말한다. “90년대를 풍미한 보이 조지 아시죠? 채도가 높은 빨강, 초록, 파랑과 노랑의 피그먼트들을 주로 사용했어요. 반짝이는 글리터 질감 역시 이런 메이크업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요소고요.”

한편 판타지 세상에는 기괴한 등장인물만 있는 건 아니다. 맥큐의 창백한 고딕 메이크업은 영화 <가위손>의 조니 뎁에게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으며, 빅터&롤프의 메이크업을 마친 팻 맥그라스는 “이제 달빛이 흐르는 숲 속을 걸어갈 차례”라고 설명할 만큼 핏빛 입술과페일한 피부 톤의 동화적인 메이크업을 선보였다.

HAIR : 기괴함의 미학

백스테이지 하면 주로 메이크업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스타일링에서 메이크업보다 영향력이 큰 것이 바로 헤어다. 작은 변형에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무한대로 실험적인 장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큰 흐름인 ‘판타지’ 트렌드에 있어서도 헤어 스타일링의 비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가장 눈에 띄는 쇼는 앤 드뮐미스터. 히치콕의 영화 <새>의 한 장면이 연출된 백스테이지는 헤어 스타일리스트 유진 슐레이먼이 맡았다. “디자이너가 깃털들을 제게 보여줬을 때, 뭔가 굉장한 분노를 일으키는 것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치 동요를 일으키며 싸우기 시작하는 새 떼들처럼 말이죠. 이 깃털 중 어떤 것들은 진짜 까마귀 깃털인데요. 고딕 양식처럼 보이기도 하고, 펑키하고, 또 그런지한 느낌도 묻어나지요. 공격적이고 악랄한 무드에 대단히 적절했어요.”

이외에 각종 헤어피스와 가발, 컬러 스프레이가 난무한 루이즈 그레이, 파격적인 헤어 컬러링을 보여준 프라다와 요지 야마모토, 오트 쿠튀르 쇼를 연상시킬 만큼 웅장했던 헤어피스의 자일스까지, 이들 백스테이지에서는 마치 한 편의 공포 영화를 보는 듯 강렬하고 엽기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