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의 가요계는 아이유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한결 심심했을 것이다.

‘좋은 날’ 로 열린 한 해는 ‘너랑 나’로 닫혔다. 걸그룹 보이그룹들의 한류 댄스, 그리고 오디션 쇼들과 <나는 가수다>의 다시 부르기 열풍으로 기억될 2011년의 가요계는 아이유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한결 심심했을 것이다. 허스키해서 어른스러운 음색과 넓은 음역대를 가진 중학생,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댄스곡을 어쿠스틱으로 커버하는 모습은 막 데뷔한 아이유에게 어리지만 실력 있는 뮤지션으로서의 오라를 부여했다. 그리고 2011년에 아이유는 예능 프로 <영웅호걸>에 고정 출연했고 미스A의 수지, 티아라의 은정과 함께 드라마 <드림 하이>에서 연기를 했으며, 한편으로는 윤상과 이병우, 김광민의 ‘Play with Us’ 공연에 보컬로 참여하거나 코린 배일리 래의 내한 공연에 게스트로 섰다. 아이유는 자신이 아이돌인 동시에 아티스트로서 받는 기대치를 알고 있다. 그리고 영리하게 양쪽 포인트를 동시에 쌓아간 것이다. 11월에 내놓은 정규 2집 <Last Fantasy>는 아이유가 뮤지션으로서 적립해온 포인트를 한꺼번에 써서 공을 들인 기색이 역력한 앨범이다. 곡을 써주거나 피처링으로 참여한 ‘삼촌’ 작곡가들은 김현철, 윤상, 김광진, 정석원, 윤종신 등으로 면면이 화려하다. 타이틀 곡인 ‘너랑 나’를 비롯해서 ‘비밀’ ‘Last Fantasy’ 등 화려하게 전면에 내세우는 곡들의 공통점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제곡풍의 아기자기한 구성과 들뜬 분위기, 드라마틱한 진행이다. 동그란 플랫 칼라, 몸에 피트되는 짧은 원피스를 입고 양갈래로 머리를 묶은 아이유의 비주얼 시안은 아마도 플라스틱 인형이 아닐까 싶다. 키가 크고 공격적인 몸매를 한 서구형 ‘바비’가 아니라 친근하고 귀여운 ‘미미’ 같은 인형. 남자들은 시스타의 ‘마 보이’나 현아의 ‘트러블메이커’의 섹시한 안무도 뚫어지게 보겠지만, 아이유가 어깨를 으쓱대거나 손가락을 돌려가며 움직일 때는 주문에 걸린다. 이미 다 큰 척 야하게 구는 소녀들은 정직하게 자극적이지만, ‘눈 깜빡하면 어른이 될 거예요’라고 고개를 갸웃대는 93년생 여자아이의 내숭이야말로 사실 고단수다. 아이유는 <하나와 앨리스>에서 ‘팬티 좀 보이면 어때요’ 하며 발레를 하던 아오이 유우나 <연인>의 제인 마치와 닮은 데가 있다. 씩씩하게 열중할 때의 반짝임이 있으며,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소녀의 섹시함이 있다. 디즈니 만화 주제가 같은 노래들을 대중적 취향에 맞춰 내놓으면서도 ‘4AM’ ‘L’ ‘amant’처럼 성숙한 보컬을 슬쩍 끼워넣으며 ‘나 이렇게도 할 줄 알거든?’ 하는 의뭉스러움을 보면 특히 그렇다. 그래도 이적이 아이유랑 같이 피아노를 치며 한 시간 만에 만들었다는 노래, ‘삼촌’은 좀 너무 나갔다.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 혹은 ‘삼촌 짱’을 속삭이면서도 음악적 진지함의 테두리 안에 머물러서 뮤지션으로 좋아하는 거라는 핑계까지 마련해주는 이 소녀야말로 남자들에게는 (아이유 2집 제목럼) ‘라스트 판타지’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