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다살!
더블유의 예리한 촉으로 미리 짚어보는 2026 S/S 트렌드.
와이어 공연


기술과 퍼포먼스에 능한 언리얼에이지의 모리나가 쿠니히코는 와이어를 이용해 옷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했다. 그런 한편 꾸레쥬의 니콜라디 펠리체, 구찌의 뎀나, 디올의 조나단 앤더슨 등은 금속, 말총 등 지지 재료를 활용해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의상을 만들었다.
프린지 댄스


새시, 리본, 트레인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프린지가 런웨이를 따라 흩날렸다. 보테가 베네타의 루이스 트로터가 선보인 컬러풀한 재활용 유리섬유 프린지는 마치 성게처럼 보였다. 에어리어의 프린지 드레스는 치어리더의 응원 도구 같았고, 샤넬 마티유 블라지의 피날레를 장식한 프린지 스커트는 마치 깃털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해변의 여인


따스한 햇살과 찬란한 즐거움은 봄, 여름과 동의어다. 그 뜨거운 분위기를 담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스쿠버와 서프웨어, 해변의 칵테일을 연상시키는 밝은 색감의 트로피컬 프린트를 컬렉션에 접목했다.
수면의 과학


잠을 통해 꿈의 세계에 접근하는 디자이너들은 잠옷 파티를 성대하게 열었다. 시트 같은 흰색 면은 몸을 감싸는 랩 드레스처럼 변신했고, 어떤 주름은 침대 머리맡을 그대로 본뜬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샬럿 브론테가 “마음이 뒤틀리면 안절부절못하는 베개가 된다”고 말했듯 디자이너들은 포대기를 감싸고 어루만지는 방식을 선택했다.
올댓재즈


2026년은 아르데코와 재즈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가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그래서일까, 런웨이 곳곳에 주인공 데이지 뷰캐넌에 어울리는 납작하고 툭 떨어지는 아르데코식 드레스가 대거 등장했다. 그중 로코코 양식과 섞인 것도 몇몇 볼 수 있었다.
사각사각


셀린느의 마이클 라이더는 스카프 프린트를 전신 비율로 변형시켜 클래식한 의상의 혁신적 요소로 활용했다. 스카프, 반다나, 스페인 숄 등 다양한 종류의 스카프가 의상으로 변신했고, 스카프의 화려한 패턴과 색상 덕분에 런웨이는 여느 때보다 활기찼음은 물론이다.
공기 인형


이번 벌룬 팬츠를 만든 디자이너들은 파리에서 열린 폴 푸아레(Paul Poiret) 전시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다. ‘패션의 왕’이라 불린 그는 모던 발레의 기원이자 당대 아르데코 예술에 영향을 미친 발레 뤼스의 의상에 착안해 자유로운 실루엣을 추구했다. 새 시즌에는 산뜻하고 따뜻한 컬러 팔레트를 적용한 다양한 팬츠를 볼 수 있었다.
베르사유의 장미


2026 S/S 컬렉션은 페티코트, 파니에, 어여쁜 로코코 장식으로 가득 차 있었고, 때마침 런던 V&A 뮤지엄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 스타일> 전시가 열렸다. 특히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 바퀘라, 캐롤라인 후의 아름다운 드레스는 시대적인 의상을 많이 입는 찰리 xcx, 로잘리아 같은 여가수들의 뮤직비디오에서 곧 볼 수 있을 듯 했다.
생활의 발견


여성의 일, 그 본질은 무엇인가? 미우미우가 장식적이고 실용적인 앞치마를 런웨이에 등장시켜 여성의 삶과 노고, 보이지 않는 노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가치를 찬미했다. 공장에서 가정까지, 여성의 삶을 아우른 앞치마가 드디어 런웨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다.
준비 태세


늘 준비 태세를 갖추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실용적이고 활동적인 유니폼 스타일을 입는 것이다. 밀라노에서는 프라다의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가 카키 클럽을 제안했고, 발망의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보헤미안 색채를 가미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카키색에 이렇게 많은 색채와 스타일이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비밀 연애


베르사체의 다리오 비탈레는 공공장소에서 비밀스러운 만남이 이뤄지는 세계를 상상했다. 스키아파렐리는 컷아웃 사이로 피부가 드러난 드레스를 선보였고, 맥퀸 극장에서는 각진 골반뼈가 드러난 팬츠가 등장했다. 베르사체의 데님 룩은 롤링스톤스의 <스티키 핑거스> 앨범 커버가 연상됐다. 섹시함? 섹스어필이 아닐지.
강철 나비


몸을 부드럽게 감싸면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저지는 이번 유행의 주인공이다. 피나 바우슈, 마사 그레이엄 같은 안무가들의 우아함과 강인함을 연상시키는 저지 드레스가 이번 시즌 대거 등장했다. 성인 발레의 유행에 동참하는 이들이 이 트렌드를 강력하게 반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