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의 튜토리얼, 26 SS 캘빈 클라인 컬렉션

명수진

CALVIN KLEIN 2026 SS 컬렉션

캘빈 클라인은 지난 2월, 2018년 이후 중단됐던 컬렉션 라인을 6년 만에 재개하며 뉴욕 패션위크의 이슈 메이커로 복귀한 바 있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베로니카 레오니는 데뷔 컬렉션에서 브랜드의 유산을 정갈하게 복원했고, 이번 2026 SS 시즌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과감하게 주입했다. 컬렉션 베뉴도 상징적 전환을 택했다. 웨스트 39번가 본사에서 이스트빌리지의 브랜트 파운데이션(Brant Foundation)으로 자리를 옮긴 것. 현장에는 BTS 정국을 비롯해 로살리아(Rosalía), 릴리 콜린스(Lily Collins),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Emily Ratajkowski), 크리스토퍼 브라이니(Christopher Briney), 솔란주 놀스(Solange Knowles), 제일런 그린(Jalen Green), 브릿 로어(Britt Lower) 등 현 시점 가장 핫한 스타들이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쇼는 군더더기 하나 없는 베이지 에이프런 드레스로 문을 열었다. 등이 노출되는 백리스 스타일에 가느다란 스파게티 스트랩을 얹어 캐럴린 베셋-케네디(Carolyn Bessette-Kennedy)로 상징되는 90년대 미니멀리즘을 재해석했다. 이어 선보인 재킷과 코트의 스쿱 네크라인 아래로는 시스루 톱 혹은 새틴 브래지어가 슬쩍 드러났는데, 노출의 수위가 절묘하게 아름다웠다. 액세서리는 일상적 느낌을 연출했다. 열쇠고리와 파우치를 손에 쥐고, 헤드스카프와 안경, 부드러운 로퍼와 주얼 장식 슬리퍼를 신은 모델들은 마치 집 앞에 커피를 사러 나온 뉴요커 같았다.

베로니카 레오니는 캘빈 클라인 특유의 테일러링을 다분히 의도적으로 비켜가는 영리함을 발휘했다. 실크 스카프를 조각처럼 엮은 톱과 스커트,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 기모노에서 힌트를 얻은 상의 등은 캘빈 클라인의 정형에서 살짝 궤도를 이탈했다. 더 나아가 베로니카 레오니는 미국 문화의 아이콘인 치어리더에서 영감을 받은 가죽 폼폼을 미니멀한 화이트 원피스나 그레이 슈트 등에 가미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소재에 대한 새로운 해석 또한 흥미로웠다. 일부 코트와 드레스에 크링클을 넣어 조형적 질감을 만들었다. 모델 마리아칼라 보스코노(Mariacarla Boscono)가 착용한 로브는 면처럼 보이지만 정교한 레이저 커팅 가죽으로 구현해 시각적 착시를 준 것이었다. 와인과 캐러멜 컬러의 테슬 드레스는 매끈한 금발 머리처럼 찰랑거렸고, 열을 가해 눌러 시접의 흔적을 밖으로 드러낸 재킷과 스커트는 빈티지한 분위기를 냈다. 컬러는 차분한 아이보리, 베이지, 그레이, 블랙을 바탕으로 버블검 핑크와 레드, 그린이 포인트로 가미됐다. 새틴 핑크 수트는 1998년 SS 시즌에 선보인 미니멀한 캘빈 클라인 컬렉션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대중문화의 ‘전설’인 CK 언더웨어를 재해석한 것이었다. 케이트 모스(Kate Moss), 마크 월버그(Mark Wahlberg), 제레미 앨런 화이트(Jeremy Allen White)까지 이어진 CK 언더웨어를 일상복으로 선보였다. ‘Calvin Klein Collection’ 로고가 찍힌 밴드를 여성용 화이트 시스루 레깅스의 허리에 이식하거나 촘촘히 위빙해 화이트 드레스로 완성했으며, 심지어 스포티한 고글에도 적용했다. 남성 룩에서는 보머 재킷과 셔츠, 타이 아래로 복서 팬츠의 밴드를 노출시키기도 했다.

전설적 패션 하우스의 DNA를 계승하면서 새로운 영감을 더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베로니카 레오니는 미세한 어긋남을 통해 캘빈 클라인 컬렉션의 새로운 챕터를 흥미롭게 그려가고 있다.

사진
Courtesy of Calvin Kl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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