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주로 완성한 그런지 취향, 24 FW 로에베

명수진

LOEWE 2024 F/W 컬렉션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조나단 앤더슨은 미국 아티스트 리차드 호킨스(Richard Hawkins)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24 FW 시즌 컬렉션을 완성했다.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리차드 호킨스는 1960년대 호세 페레즈 드 로자스(José Pérez de Rozas)가 제작한 로에베의 옛 윈도우 디스플레이와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를 비롯한 로에베의 앰베서더를 콜라주 하는 방식으로 10개의 작품을 만들었고, 로에베는 마치 갤러리처럼 이를 런웨이에 전시했다.

2024 FW 로에베 컬렉션은 트렌디한 컬러로 문을 열였다. 선명한 원색 그린과 오렌지 레드 컬러의 파이톤 코트는 리본 네크라인 장식이 특징적이었고, 여기에 스트라이프 삭스를 매치해 ‘하의 실종’ 스타일을 연출했다. 이는 조나단 앤더슨이 시종일관 강조해온 젠더 플루이드 한 분위기를 진하게 풍겼다. 로에베는 실루엣에 대한 고정관념도 지워버렸다. 지난 시즌, 극단적으로 허리 라인이 치솟은 하이웨이스트 팬츠를 선보였던 로에베는 이번 시즌에는 가로 사이즈를 대폭 넓힌 와이드 팬츠를 선보였다. 지퍼와 주머니를 더한 유틀리티 와이드 팬츠에는 블록체크 셔츠를 매치하여 쿨한 스케이드 보더 이미지를 연출했다. 댄디한 핀 스트라이프 더블 버튼 슈트에 스케이트 스니커즈와 양말을 믹스 매치하고, 옐로, 그린 컬러로 키치한 분위기를 강조한 트레이닝팬츠와 긱(Geek)한 니트 상의를 더했다. 리차드 호킨스의 현란한 작품은 후디, 카디건, 원피스, 팬츠, 가방 등의 아이템에 프린트되거나 자수로 놓였다. 컬렉션의 후반부에는 카디건, 트렌치코트, 니트, 팬츠 등 구제 의상을 줄줄이 연결해서 이어 붙인 것 같은 극단적인 그런지 스타일을 선보였는데, 이는 리차드 호킨스가 작품에서 사용하는 콜라주 기법과 오버랩되어 흥미로웠다.

하위문화의 영감을 강렬하게 반영한 24 FW 시즌 로에베 컬렉션이었지만, 오프닝의 파이톤 재킷을 비롯해 중간중간 등장한 파이톤 점프슈트, 레더 후드 원피스, 무스탕 코트, 아스트라칸 코트 등 어느 때보다 스페인 가죽 명가의 솜씨를 입증하는 고가의 아이템이 많았다. 럭셔리 브랜드를 가장 트렌디한 방법으로 보여주는 조나단 앤더슨의 영민함과 실력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었다.

영상
Courtesy of LOE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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