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홍콩의 랜드마크인 침사추이 해안가, 빅토리아 독사이드에서 루이 비통의 2024 남성 프리폴 컬렉션이 열렸다. 파리에서 출발해 홍콩에 당도한 퍼렐의 항해는 하와이의 에너지와 함께 행복, 사랑이 담긴 ‘LVERS’ 철학을 전파했다.
퍼렐의 역사적인 루이 비통 데뷔 무대인 2024 S/S 맨즈 컬렉션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그의 두 번째 컬렉션이자 메종의 첫 남성 프리폴 컬렉션을 발표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퐁뇌프 다리를 건너 그가 낙점한 곳은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로컬과 럭셔리가 공존하는 역동적인 도시, 홍콩. “수 세기 동안 세계 각지의 사람과 무역의 교차로였던 국제적이고 활기찬 도시입니다. 동서양이 어우러지고 오랜 역사 속에서 예술, 문화, 산업의 번성을 이끌었죠. 루이 비통이 최초의 남성복 프리폴 쇼 개최지로 홍콩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팬데믹으로 얼어붙었던 홍콩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기대를 품고 있는 사이, 출장을 며칠 앞두고 장소가 공개됐다. 홍콩의 랜드마크인 빅토리아 독사이드가 K11 MUSEA와의 협업으로 루이 비통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홍콩의 복합적인 예술 문화와 빅토리아 항구의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담은 스타의 거리는 당대 유명인들의 핸드 페인팅과 사인이 새겨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쇼가 열린 11월 30일, 호텔에서 출발해 쇼장까지 항구를 따라 걸어가는 길에는 LV 로고가 새겨진 돛을 단 배가 우리를 반겼고, 항구의 스카이라인을 수놓은 화려한 디지털 광고와 실시간 스트리밍은 홍콩의 역동성과 컬렉션의 뜨거운 에너지를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쇼장으로 꾸며진 무대로 진입하자 거대한 야자수와 파도치는 LED 바닥, 모래사장이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경을 마주했다.
한국의 앰배서더 필릭스와 송중기, 그리고 아시아 초호화 셀럽 군단이 자리하자 루이 비통의 스태프들은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앞으로 펼쳐질 쇼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번 컬렉션은 ‘항해’를 통한 여행의 연결을 보여줍니다.” ‘The Sun’을 강조한 자신의 첫 컬렉션을 태양을 중심으로 선보였다면, 이번 2024 프리폴 컬렉션은 달로 그 무게추가 넘어갔다. 지구를 환하게 비추는 태양, 그리고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달을 주목하며 새로운 지평을 찾아 나아가는 선원들의 탐험이 시작됐다. 컬렉션의 주요 모티프인 하와이가 다문화 도시 홍콩에 이르게 된 배경도 흥미롭다. 쇼는 선원용 버킷 모자를 쓴 화이트 마린 슈트의 오프닝 룩으로 시작해 선원의 유니폼에서 영감을 얻은 룩이 줄지어 나왔다. 나팔바지와 매치한 마린 스트라이프 더블브레스트 슈트, 진주 단추가 달린 해군 코트와 피코트, 샴브레이 소재의 슈트와 세일링 재킷, 네팅 기법을 더한 니트웨어, 블리치 패턴을 더한 데님 팬츠와 셔츠 등 구성도 호화로웠다. 하와이를 상징하는 야자수와 바다, 열대 프린트는 그대로 셋업 슈트와 셔츠, 반바지 등으로 표현됐다.
하와이 하면 놓칠 수 없는 코드인 서퍼 룩도 빠지지 않았다. 서핑 아트워크, 구슬 장식, 스쿠버 소재를 적용하고, 배의 소재와 동일한 초경량 티타늄을 적용한 LV 슈퍼 비전 선글라스는 건조된 목재를 사용해 자연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모두가 주목한 아이코닉한 가방은 항해와 서핑이라는 렌즈를 통해 새롭게 해석되었다. 해변의 코드와 만나 더욱 다채로운 방식으로 전개된 다미에 패턴은 스쿠버 가죽과 3D 다미에 데으로 거듭났고, 진주 지퍼를 조개껍데기를 엮어 디자인한 키폴 25, 수작업으로 제작한 라피아 백들이 눈에 띄었다. 해군 스타일의 LV 댄디 로퍼, 라피아 소재의 LV 트레이너, 피셔맨 샌들 등 슈즈 역시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퍼렐의 위트를 엿볼 수 있는 액세서리는 우쿨렐레 디자인의 펜던트와 에나멜 소재의 꽃, 목재 구슬, 조개와 게 모양 가죽 제품으로 이어졌다. 그의 댄디 룩과 테일러드 룩의 중요한 미학인 양말은 옷만큼이나 존재감을 발휘했다. 63벌의 옷을 모두 선보이며 쇼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갈 때쯤, 빅토리아 항구는 루이 비통과 LVERS 불빛으로 수놓아졌고, 우리 모두는 홍콩의 찬란하고 휘황한 밤을 만끽했다. 쇼에 섰던 모두가 떼로 런웨이를 걷는 클로징에 등장한 퍼렐도 이 순간을 즐기며 뜨거운 박수로 인사를 나눴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쇼에 등장한 일부는 하와이안 서퍼 구성원과 로컬 주역들, 전 세계 메종의 친구들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퍼렐이 강조하는 연대의 마음, 공동체 의식을 다시 한번 확인한 순간이다. 그의 상징이 된 엠블럼, ‘LVERS’가 홍콩의 밤하늘을 수놓았을 때, 퍼렐이 꿈꾸는 우주, 그의 유니버스에 동행하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여정은 또 어디에서 어떻게 이루어질지 계속될 그의 항해를 응원하며 그 밤이 계속되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