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까멜리아의 모든 것 -2

이현정

샤넬 ‘고자크 오픈-스카이 연구소’에서 만난 까멜리아의 모든 것. 과학적 정밀함과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존중하는 겸허함, 거기서 비롯된 눈부신 아름다움의 경험을 공유한다.

까멜리아 농장에서는 ‘N°1 DE CHANEL’의 주원료인 레드 까멜리아가 길러진다. 3월 개화기를 맞아 수확된 모습.

까멜리아 농장에서는 ‘N°1 DE CHANEL’의 주원료인 레드 까멜리아가 길러진다. 3월 개화기를 맞아 수확된 모습.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답고 강한

겨울에도 꽃이 피고 늘 푸른 잎을 지닌 까멜리아, 그중에서도 겨울 혹한의 추위 속에 빛나는 화이트 까멜리아 ‘알바 플레나’의 강인한 생명력은 독보적이다. 샤넬 연구소는 이 꽃에서 특별한 보습 성분을 개발했고, 이 성분은 2009년 이후 ‘이드라 뷰티’ 스킨케어 라인의 핵심 활성 성분으로 자리 잡았다. “이 식물을 분석하면서 흥미로운 보습 활동을 보여준 폴리페놀인 카데킨 유도체를 발견했어요.” 노화 단계가 없는 까멜리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아름답고 강해진다. 까멜리아는 폴리페놀을 비롯해 안토시아닌, 사포닌, 오메가 3,6,9까지 풍부한 활성 성분을 가진, 화장품 성분의 보고나 다름없다. “이 그래프를 보세요. 레드 까멜리아에는 포토 카테이산이라고 하는 분자가 굉장히 많이 들어 있는데 안티에이징 효과가 뛰어나고 피부 활력을 강화 합니다. 그래서 ‘N°1 DE CHANEL’ 라인의 주성분이 되었죠.” 이렇게 분자가 확인되면 다양한 방법으로 성분을 추출하고 증폭시킨다. 연구자 앤은 이때 까멜리아의 꽃과 잎, 열매, 씨앗과 그 껍질까지 모든 것을 활용한다고 설명한다.

“여기 이 까멜리아 오일은 ‘오르페라’ 종에서 추출한 거예요. 까멜리아 오일을 수분화해 세라마이드를 만들었는데요, 이것이 바로 ‘N°1 DE CHANEL 레드 까멜리아 리치 크림’에 함유되어 있어요. 크리미한 질감이 정말 부드럽죠? 씨앗의 껍질 또한 ‘N°1 DE CHANEL’ 제품의 캡으로 활용했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쓰레기로 발생되는 폐기물을 없애는 거예요. 최종적으로 버리는 것이 없도록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펄프로 추후에 샤넬 티셔츠의 소재를 만들 수도 있겠죠. 까멜리아는 버릴 게 없고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요.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아마 은퇴할 때까지도 다 발견하지 못할 거예요.”

친환경적인 재료들로 지어진 농장의 건축물. 바닥에는 자동차 유리를 재활용했고, 벽에는 섬유 소재를 사용했다.

농장에 실제 사는 동식물의 모습과 나비 등이 일러스트로 전시되어 있다

농장에 실제 사는 동식물의 모습과 나비 등이 일러스트로 전시되어 있다

최고 수준의 친환경 농장

여기까지는 어쩌면 많은 브랜드에서도 이미 하고 있는 노력일 수도 있다. 진짜는 이제부터다. 샤넬은 까멜리아에 원하는 운명을 강요하지 않는다. 지속 가능하게, 그 운명을 좇을 뿐이다. 연구소 건물 바로 옆에 펼쳐진 까멜리아 농장의 운영 매니저, 필립 그랜드리(Philippe Grandry)는 농업 생태학, 산림 생태학을 접목하여 친환경적인 까멜리아 재배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우리가 바르는 샤넬 스킨케어의 까멜리아 성분은 거의 이곳에서 수확되어 얻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샤넬에서는 2016년 백지의 이 토지를 구입해 2020년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했다. 그는 농장의 지도를 보여주며 지금까지 그들이 이룬 것과 앞으로 더해질 계획들에 대해 기대감에 찬 목소 리로 설명했다. “농장은 총 70ha에 달하는데 까멜리아는 40ha까지만 재배하고, 나머지 30ha는 생물 다양성을 위해 길을 닦거나 강가의 동물과 곤충을 보호하기 위한 인프라를 만들 겁니다. 화학 물질, 유전자 변형 물질은 사용하지 않아요. 모든 식물은 유기 물질만을 이용해 길러내죠.” 덕분에 이 농장은 매우 높은 환경적 가치를 지닌 것을 나타내는 3 HVE(High Environmental Value) 인증을 받았으며,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 라벨을 획득했다. 이는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고 환경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는 농장에 대한 최고 수준의 환경 인증이다.

고자크 오픈-스카이 연구소와 까멜리아 농장의 전경

무성하게 자란 풀을 자르지 않는 이유

이곳이 특별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까멜리아가 풍부하기 때문이 아니라 까멜리아와 다른 자연이 어우러져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필립 그랜드리는 농장을 거닐며 주변에 보이는 하나하나에 대해 가벼운 설명을 곁들였다. “이 건물은 모두 천연 재료(나무, 돌, 흙)와 재활용 재료로 지어졌어요. 저건 빗물을 모아두는 탱크예요. 비가 내리면 그 빗물을 받아서 재사용합니다. 여기 나무 서랍 같은 건 새집인데, 작은 새들이 많이 날아와요. 농장 곳곳에 있죠. 까만 철망으로 덮인 것은 얼마 전에 심은 나무들로, 잎을 드리워 그늘을 만들고 질산염을 생성해 까멜리아를 보호해주죠. 낙엽을 떨어트려 토양도 비옥하게 만들고요. 짚도 일부러 쌓아둡니다. 비가 많이 올 때를 대비해서도 좋고, 유기 물질 생성에 도움이 되거든요. 지렁이 먹이로도 좋고요. 까멜리아 옆에 풀이 무성한데요, 우리는 가능한 한 오래 두었다가 자르는 편입니다. 의외죠? 풀이 있어야 까멜리아가 잘 자라요.” 이렇게 하면 다 베어서 까멜리아만 기르는 것보다 생산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더 고품질의 건강한 까멜리아를 길러낼 수 있다. “우리는 씨앗을 수확하면 그것을 압착해 오일을 얻는데, 그러려면 일단 꽃이 열매가 되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 필요한 것이 곤충이죠. 이렇게 흙을 쌓아두면 야생 벌들이 여기에 집을 짓는답니다. 겨울철에 까멜리아가 수분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하는 벌들입니다. 아, 여기 얼마 전에 노루가 지나갔나 보네요.” 진흙이 파인 자리를 보고 그가 설명했다.

까멜리아 연구소에서 추출된 활성 성분들.

활성 성분들은 실리더에 꽃잎을 분쇄해 넣고 에탄올 용매와 함께 가열한 뒤 증기 처리를 통해 추출한다.

꽃을 직접 만져보세요, 괜찮아요

그렇게 이야기를 들으며 당도한 곳에는 붉은 까멜리아가 찬란하게 피어 있었다. 어느새 먹구름은 물러가고 서울의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이 무색하게 푸르고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 빨간 꽃잎들은 빛을 받아 탐스러워 보였다. 근데 분명 곤충이 많다고 했는데 왜 나비는 보이지 않을까? “오전에 비가 왔잖아요. 지금 다들 숨어 있을걸요.” 도시에 사는 사람은 이런 당연한 것도 모른다. 이곳에선 2000년대 초반 이후 사라진 습지 나비, 황색 날개를 가진 사랑스럽고 작은 나비도 최근 발견되었다. 그는 화사하게 피어오른 꽃들을 뿌듯하게 바라보며 덧붙였다. “당신은 운이 좋네요. 꽃이 요 며칠 사이 다 피었거든요. 원래 3일 전부터 수확해야 하는 시기였는데, 이번 겨울에는 비가 많이 안 와서 개화가 다소 늦어졌죠.”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의 영향은 이곳도 피해 갈 수 없었나보다.

“레드 까멜리아는 이렇게 손으로 촉감을 느껴보면 훨씬 부드러워요. 마치 크림처럼… 한번 직접 만져보세요.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져도 안전해요. 꽃은 모두 사람이 손으로 직접 따는데, 안토시아닌 성분 때문에 오래 따다 보면 이렇게 손에 파란 물이 들기도 하죠.” 우리가 꿈에 그리는 피부가 바로 이런 촉감일까? 그의 말처럼 실키한 꽃잎은 평생이라도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실험실인 자연, 이러한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고자크 오픈-스카이 연구소는 생산자와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통한 공정 거래 채널을 구축하고, 생물의 다양성을 희생하지 않는 농업 방식으로 생태계의 다양한 요소 간의 시너지를 존중하는 선순환을 이뤄내고 있었다. “우리는 재배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냅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오픈-스카이 연구소’라고 할 수 있죠. 이 분야의 선구자이자 모범으로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개발에서 새로운 길을 보여줄 겁니다.” 필립 그랜드리가 자신 있게 덧붙였다. 과학적으로 뒷받침되는 신념은 모든 면에서 상징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가 기대하는 바로 그 샤넬답게.

Chanel N°1 DE CHANEL 레드 까멜리아 세럼 각 30ml, 15만1천원.

SPONSORED BY CHANEL

에디터
이현정
사진
샤넬 제공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