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바다와 햇살을 담은 향수

천나리

“감각과 영혼을 위한 햇살과 같죠.”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베로니크 가바이의 창립자 베로니크 가바이-핀스키에게 삶의 환희를 담은 향수에 대해 물었다.

베로니크 가바이의 창립자 베로니크 가바이-핀스키(Veronique Gabai-Pinsky).

굳이 입을 열지 않아도 사람을 사로잡는 이들이 존재한다. 프랑스 코트다쥐르의 앙티브(Antibes)에서 태어나 남쪽 해안 도시에서 성장하며 지중해의 에너지를 받은 덕분일까? 건강한 갈색 피부로 나타난 베로니크 가바이-핀스키(Veronique Gabai-Pinsky) 여사는 경쾌한 인사를 건네고, 인터뷰 내내 반짝이는 눈빛과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로레알, 조르지오 아르마니, 겔랑 등굴지의 뷰티 브랜드에서 일한 그녀는 2019년 자신의 이름을 딴 향수 브랜드 ‘베로니크 가바이’를 설립한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뜨거운 태양에서 영감 받은 향수들은 해안에서 자란 꽃과 과일, 나무를 담은 향으로 맡는 순간 여행을 떠나게 해준다. 활기와 자유가 넘치는 찬란하고 밝은 무드의 향! 한국 상륙 1주년을 맞아 서울을 찾은 그녀를 리퀴드 퍼퓸바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만났다.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지구와 자연을 존중하며, 삶을 즐기는 태도가 느껴지는 그녀는 자신의 소울을 담은 브랜드 이야기와 삶의 철학을 조곤조곤 들려주었다.

베로니크 가바이 향수를 직접 만날 수 있는 리퀴드 퍼퓸바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W Korea> ‘베로니크 가바이’가 한국 상륙 1주년을 맞이했어요. 니치 향수 편집숍인 리퀴드 퍼퓸바를 통해 한국 소비자를 만나고 있는데, 어떠한 리뷰를 받고 있는지 궁금해요.

베로니크 가바이-핀스키 베로니크 가바이는 광채와 관능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브랜드입니다. 광채(Luminosity)는 태양처럼 빛나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상징하고, 관능(Sensuality)은 은은하게 느껴지는 감각을 상징하죠. 둘 사이의 균형을 나타내기 위해 밝게 느껴지는 감각은 산뜻한 시트러스 노트로, 관능적인 느낌은 각자의 살성이나 체온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베이스 노트로 표현해요. 이 사이를 오가며 개성을 표현하는 베로니크 가바이의 섬세하면서도 우아한 향이, 향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은 한국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을 수차례 방문한 것으로 압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을 향 또는 향수로 표현한다면요?

한국은 아시아의 이탈리아예요. 그 이유는 사람들 때문인데, 에너제틱하고, 삶을 즐기고, 삶에 대한 태도가 서로 비슷하더군요. 한국의 에너제틱함은 그리너리 노트의 대표주자인 베르가모트로, 한국 여성들의 섬세한 아름다움은 재스민 노트로 표현하고 싶어요. 신제품 향수인 ‘레디 포 로제’는 4월에 만개하는 꽃처럼 밝고 우아하기 때문에 한국 사람과 잘 어울릴 거예요.


시트러스 향조를 주력으로 하는 타 브랜드와 베로니크 가바이의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시트러스 노트가 중심인 것은 맞지만, 극단적인 시트러스 노트는 아니라는 점요! 묵직한 우디, 달콤한 앰버 등 대조적인 노트가 상큼한 시트러스 노트와 균형을 이루어 일반적인 시트러스 향과는 차원이 다르죠. 베로니크 가바이에는 고흐가 사랑한 술인 압생트와 민트를 사용한 그린 우디 계열의 ‘베르 데지르 오 드 퍼퓸’, 베르가모트와 미모사, 베티베르가 조화를 이루는 플로럴 계열의 ‘미모사 인 디 에어’ 등 다양한 향이 포진해 있어요. 또 세계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이탈리아 칼라브리아 지역의 시트러스 원료를 사용하는 점, 자연 원료의 함량이 60%~97%에 이르는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Veronique Gabai by Liquides Perfume Bar 레디 포 로제 오 드 퍼퓸 매그놀리아와 재스민, 오렌지 블로섬의 신선한 향으로 시작해 달콤한 앰버, 시더우드, 머스크의 우아한 잔향이 오래 지속된다. 85ml, 41만2천원.

천연 원료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향수를 통해 사람들을 자연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브랜드 철학 때문이죠. 천연 원료일수록 향이 자연스럽기도 하고요. 숨 쉬듯 살아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합성 원료를 사용하면 시향지에 뿌린 향과 피부에 뿌린 향의 차이가 커져요. 천연 원료를 최대한 사용해야 피부에서 자연스러운 향이 발향되죠. 향수를 사용하는 이유는 자신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잖아요. 고가임에도 천연 원료를 사용하는 이유죠. 근로자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 공정무역 원료로, 자연을 존중하며 채취하는 업체와 협업하는 것도 우리의 장점이예요.


보틀 역시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고요.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가벼운 유리를 사용하고, 이외 소재들도 점차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 비영리재단인 퓌르 프로제(Pur Projet)와 협업해 향수 하나를 사면 나무 한 그루를 심고요.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나와 우리 모두, 그리고 지구를 위해서요.

레이어링을 위한 향수가 별도로 존재한다는 점이 흥미롭더군요.

아침을 상징하는 ‘오 뒤 주르’는 활기찬 시트러스 우디 향이고, 밤을 상징하는 ‘오 드 라뉘’는 중독적인 머스키 우디 향이에요. 전자가 빛나는 햇살처럼 밝다면, 후자는 밤하늘처럼 신비롭고 유혹적이죠. 대부분 레이어링 방법을 궁금해하지만 정해진 규칙은 없어요. 개발 단계부터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만들었으니 자유롭고 과감하게 향을 갖고 놀아보세요. 다양한 시도를 거치면 나만의 향을 찾게 될 거예요. 물론 단독으로 사용해도 충분히 향기롭지만요!


오늘의 기분을 향으로 표현한다면요?

서울의 날씨처럼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날이네요. 태양의 찬란함은 베르가모트로, <더블유>와 함께하는 즐거움은 오렌지로, 인터뷰에 대한 열정은 로즈로 표현하고 싶어요. 더불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알아가는 우정을 위해 바닐라를, 이것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래 지속되는 샌들우드를 가미할게요. 그러고 보니 하나의 향수가 완성됐군요. 오늘의 향수라고 할 수 있죠!

뷰티 에디터
천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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