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loe 2023 F/W Collection

명수진

클로에  2023 F/W 컬렉션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클로에 2023 FW 컬렉션은 여성의 힘, 그리고 지속 가능한 패션과 기후 위기에 대한 솔루션을 이야기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가브리엘라 허스트에게 영감을 준 것은 17세기의 여성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성서에 나오는 여걸들을 그리며 여성의 힘을 보여줬던 선구적 작가로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올 시즌 컬렉션을 위한 무드보드에 그녀의 1629년 작품 <아하수에로 앞의 에스더(Esther before Ahasuerus)>를 붙여뒀다.

분노한 페르시아의 아하수에로 왕이 유대 민족을 학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섰던 작품 속 에스더처럼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기후 위기의 시대 패션 솔루션을 앞장서서 제시하고 있다. 컬렉션을 구성한 소재는 환경적 영향력이 최소화된 것만을 선별하여 사용했다. 가죽은 엄격한 윤리적 기준 하에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무두질하는 곳에서 생산한 것이며, 모든 실크는 유기농이다. 스니커즈는 천연고무 기반의 혁신적인 소재로, 레인 부츠는 플라스틱을 배제한 식물성 TPU 소재로, 선글라스는 폐기물을 리사이클링한 아세테이트인 ‘리에이스(ReAce)’로 제작했다. 여성과 난민을 돕는 인도의 사회적 기업 실라이왈리(SilaiWali)와도 작은 핸드메이드 장식 등의 제작을 의뢰하며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클로에는 지속 가능한 철학에 지적인 스타일을 더했다. 패치워크를 통해 지오메트릭 패턴을 지닌 무스탕 코트를 비롯해 모피 집업 재킷과 가죽 스커트의 매치, 섬세한 니트와 레이스로 완성한 보디 컨셔스 드레스, 케이프 혹은 케이프 형태의 퀼팅 코트, 보헤미안 스타일의 드레스, 멀티컬러 태피스트리 드레스 등은 실용적인 미니멀리즘과 호기심 넘치는 이국 취향을 신중하게 조합한 결과물이었다. “교묘한 술책 같은 것이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인스타그램을 위한 옷이 아닙니다.”라는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설명처럼 컬렉션은 당장 시선을 잡아채는 맛은 없어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정교한 디테일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미 비콥(B Corp) 인증을 획득하고 지속 가능한 분야에서 꾸준히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클로에는 지적인 여성을 위한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Chl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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