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L의 엘리 러셀 리네츠와 나눈 대화

김현지

디올 남성 컬렉션의 게스트 디자이너이자 본인의 레이블 ERL을 운영하는 엘리 러셀 리네츠(Eli Russell Linnetz)와 짧지만 힘 있는 대화를 나눴다.

<W Korea> 당신은 정말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심지어 어린 시절 아역 배우였다고. 현재는 디자이너 겸 포토그래퍼이자 카니예 웨스트 뮤직비디오 촬영 감독, 레이디 가가 콘서트의 세트 디자이너 등으로 활약한다.각 분야 최고와 함께 일하고 있다. 특히 패션계뿐 아니라 뮤지션들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더라. 당신만의 특별 한 자질이 있다면 무엇인가?

엘리 러셀 리네츠(Eli Russell Linnetz) 직감이 나의 원동력이다. 일할 때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멈추고 다른 일을 한다. 멀리서 본다면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나에게는 작업 루틴이자 일종의 여행이다. 감독이 되고 싶어 영화 학교에 다녔고, 어린 시절 늘 옷을 그리며 옷 입히기 놀이를 즐겼다. 그 경험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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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킴 존스(Kim Jones)의 제안으로 디올 남성 컬렉션을 큐레이팅했다. 어떻게 게스트디자이너로 일하게 됐나?

사실 파트너십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많은 자유와 선택권을 부여하는 듯하지만 항상 협업의 주체나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니까. 하지만 킴은 예술가로서 나에게 다가왔고 그 점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정말 순수하게 나의 영감을 궁금해했고, 결과물 역시 나의 작업이었으면 했다. 킴이 나에게 비전에 대해 물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디올 팀 전체가 베니스 비치에 위치한 나의 스튜디오에 와 있었다. 누군가 나의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고, 나 역시 무언가에 이끌릴지 모른다는 점이 바로 파트너십의 아름다운 점이라 생각한다.

거대 하우스 브랜드와 함께했는데 그 소감이 궁금하다.

ERL의 구성원은 나와 두 직원을 포함해 총 세명이다.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킴 존스와 일하며 비로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창의적인 결과물을 위해 수백 명의 사람과 수백 개 부서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사람 이라는 것 말이다.

당신의 일에 적용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나?

킴과의 협업으로 옷을 대하는 태도와 접근 방식에 대해 새롭게 배웠다. 옷을 만들 때 영화를 만드는 마음으로 임하게 됐다.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고민하는 것처럼 색상과 패브릭을 선택하는 거다.

과거의 협업 작업을 언급하며 우정의 다음 단계라고 표현했다. 무슨 뜻인가?

무슨 일이든 진심, 진실에서 시작해야 한다. 나는 태생적으로 조용한 사람이다. 고독을 즐기는 나는 집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스튜디오에서 내내 일하기에 밖으로 놀러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주변인은 내가 누구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나의 세상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일은 모든 것에 영향을 준다.

당신에게 독창성이란?

위험을 감수하는 것. 세상에는 수많은 규제가 존재한다. 어쩌면 우리 스스로 더 많은 제한과 규칙을 만들지도 모른다. 이러한 점 때문에 나에게 최고의 사치는 자유롭게 창작하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싶나?

더 큰 규모의 작업.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다는 점은 나를 들뜨게 한다.

반대로 줄이고 싶은 일 혹은 하기 싫은 일이 있을까?

탄수화물? 모르겠다. 사실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다.

패션 에디터
김현지
ANDREA WHI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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