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아이콘에서 트러블 메이커로 전락한 문제적 4인방.
슈퍼 빌런
스타의 기행이라 치부하기에는 선을 한참 넘었다. 한때 영화팬들의 금쪽이였던 에즈라 밀러가 잇달아 범죄 혐의에 휩싸였다. 올해 초 하와이의 한 술집에서 난동을 부려 체포된 에즈라 밀러는 그 사건 직후 지인의 집에 침입해 소지품을 훔치고 주인 부부를 위협해 다시 체포됐다. 정신을 못 차렸는지 4월에는 한 모임에서 여성의 머리를 향해 의자를 던졌고 5월에는 주택에 침입해 술을 훔쳐 마신 절도 혐의로 기소됐다. 그 와중에 6월에는 미성년자 그루밍 범죄 혐의가 제기됐다. 설상가상으로, 한 매체는 그가 목장에 재단을 설치하고 사이비 종교 집단의 교주처럼 행동하고 있음을 폭로했다. 에즈라 밀러가 범법자로 전락할 위기에 직면하면서 워너 브라더스와 DC 스튜디오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가 주연한 DC 히어로물 <더 플래시>가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된 영화는 내부 시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슈퍼 빌런’ 에즈라 밀러의 판결 여부에 따라 폐기될 수도 있다. 무려 2억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가 공중분해되는 거다. 세상에, 이런 악당 캐릭터가 또 없다.
막장 대마왕
“유대인들에게 데스콘 3를 발동할 것”이라는 발언을 비롯한 지속적인 유대인 혐오 표현, 공개적인 히틀러와 나치 찬양 망언, 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에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가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는 억지 주장, 다수의 악의적인 가짜 뉴스 생성, 자신의 브랜드 컬렉션에서 선보인 ‘White Lives Matter’ 슬로건 티셔츠, 전처 킴 카다시안의 남자친구 피트 데이비슨을 겨냥한 후진 협박과 꼴사나운 조롱, 자신의 직원에게 킴 카다시안의 노골적인 사진과 영상을 유출한 기행 그리고 대선 출마 선언… 이름을 예(Ye)로 개명한 칸예 웨스트가 올해 밥 먹듯 창출한 사회적 물의와 논란 중 일부다. 아무래도 이 정도 막장 행각과 민폐라면 어떻게 해야 누군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을지, 세상과 담을 쌓을 수 있을지, 자멸할 수 있을지 자나깨나 골몰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제발 그 노력과 수고를 본업인 음악에 쏟아 주길, 그러면 안될까? 일찌감치 칸예 웨스트를 손절하고 앙숙으로 지낸 테일러 스위프트의 사람 보는 통찰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꼴사나운 골잡이
세계적인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상대의 골문 대신 소속팀을 수차례 강타했다. 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와는 반대로 태도 논란이 계속해서 갱신된 것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적을 떼쓰며 팀 훈련에 불참하는가 하면, 경기 종료 전에 무단 조퇴하는 진상을 부렸으며 감독과의 불화가 커지는 등 소속팀의 심기를 건드리고 팬들의 산통을 깼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호날두는 기어코 일을 냈다. TV 토크쇼에 출연해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구단에 노골적으로 독설을 퍼부었다. 이로 인해 방출 통보를 받은 호날두는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에서 회심의 재기를 꿈꿨다. 하지만 결과는 전 세계가 지켜본 그대로다. 또래이자 라이벌인 리오넬 메시나 올리비에 지루의 맹활약에 비해 초라하게 퇴장했다. 그라운드의 슈퍼스타는 극도의 부진과 찌푸린 얼굴, 답답한 삐치기, 동료의 골을 뺏으려는 세리머니, 패배의 눈물을 남긴 게 고작이다. 그래도 잘한 일이라면 한국팀의 16강 진출 도움. 고마워요, ‘한반두’.
간담 서늘한 보스
논란과 구설수의 파급력으로 따지면 일론 머스크를 빼놓을 수 없다. 그의 결정 하나, 말 한 마디 하나에 세계 경제가 반응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론 머스크의 언행은 올해도 요란스러웠고 온갖 잡음을 창출했다. 논란의 한복판에는 트위터 인수가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인수 과정에서 ‘밀당’을 시전해 관련주들은 짜고 치듯 등락을 거듭했고, 트위터의 새 보스가 되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직원 수천 명을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그런가 하면 ‘표현의 자유’를 강조해온 일론 머스크는 영구 정지된 도널드 트럼프의 계정을 복구시켰다. 트위터에 거짓 정보와 혐오 콘텐츠가 범람할 것이라는 예상과 우려의 목소리가 딱 들어맞는 사건이었다. 설령 다수의 상식을 거스르며 ‘공공의 적’이 된 일론 머스크다운 행보가 아주 먼 훗날 ‘혁신’으로 재평가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기억을 온전히 갖은 채 일론 머스크의 자녀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살며 그를 쓰러뜨리고 싶은 이들이 태반이지 않냐고 되묻고 싶다.
- 프리랜스 에디터
- 우영현
- 사진
- Getty Images